"미국이 초청 안 받아준 것, 막았다가 어떤 일이 생기려고.." 주장
  •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DB
    ▲ 2000년 6월 북한 김정일을 만난 김대중 전 대통령.ⓒ뉴데일리DB

         
    김대중 정부 당시 북한의 실상과 전략을 미국에 전달하려던 황장엽 전 북한 노동당 비서의 방미(訪美)행을 누가 방해했던 것일까.

    김대중 정부가 막았던 것인지, 아니면 미국 정부가 초청을 거부했던 것인지. 10여년 전 정치권에 불거졌던 이 논란이 최근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황 전 비서와 함께 망명한 북한노동당 간부출신인 김덕홍 씨의 최근 증언을 계기로, 정치권에서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김대중 정부가 막았다"는 주장이 재차 제기되면서다.

    여당 일각에서는 '황장엽 억압'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고 책임자 처벌 및 재발방지를 위해 국정조사를 열자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 당시 비서실장이었던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논란을 일축했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22일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당시 황장엽 선생과 김덕홍 씨를 국정원이 보호하고 있었는데 그때 이한영(김정일의 처조카) 암살 사건으로 경찰 2개 중대가 지키고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의원은 이어 "황장엽 선생이 방미하려고 했는데, 신변보호 때문에 미국에서 초청을 안 받아줬다. 그래서 못가신 것"이라며 정부가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막았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박지원 의원은 '황 전 비서의 방미행을 정부가 막은 게 아니라는 말인가'라는 질문에 "막을 이유가 있겠는가. 막았다가 어떤 일이 생기려고.."라며 논란을 거듭 일축했다.

    그는 '2002년 황장엽 전 비서가 북한 장성택에게 쪽지를 전달하려고 했으나 정부가 막았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그때 내가 장성택을 만나고 있었는데 무슨 얘기인가"라고 되물으며, "사실이 아니다. 그런 일 없다"고 했다.
  • ▲ 황장엽 전 비서의 미국행에 대한 2001년 당시 언론보도 화면.ⓒ네이버 뉴스 캡쳐
    ▲ 황장엽 전 비서의 미국행에 대한 2001년 당시 언론보도 화면.ⓒ네이버 뉴스 캡쳐
    그러나, 지난 1997년 황장엽 전 비서가 중국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을 통해 한국으로 망명했을 당시 북한에 우호적인 김대중 정부는 집권 5년동안 신병 보호를 이유로 대외활동 금지 등의 정책을 펴며 황 전 비서를 사사건건 고립시켰다는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2001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왜 황장엽 전 비서가 미국에 못가는가'를 놓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은 황장엽 전 비서의 신변 보호를 위한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주장했지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북한을 의식해 신변보호를 이유로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었다.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최근 기자와 통화에서 "황 전 비서가 미국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받았는데 김대중 정부가 반대해서 참석을 못한 건 사실"이라며 "각종 대외활동 금지 등을 통해 황 전 비서를 억압했고, 북한 민주화 혁명 도모 시도를 방해했다. 이 때문에 황장엽 전 비서는 김대중 대통령에 대해서 '통일의 적'으로 생각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덕홍 씨도 19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행 금지 등의 사례를 들며 "황장엽 전 비서는 김대중 정부에게 탄압 당했다"고 증언했다. 

    누가, 왜 '황장엽 미국행'을 막았는지를 놓고 DJ측과 황 전 비서 측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이다. 

    논란이 진실 공방으로 번지자 하태경 의원은 김대중 정부 당시 황장엽 전 비서의 미국 초청 방문을 여러 차례 진행했던 디펜스 포럼 재단(Defense Forum Foundation) 수전 숄티 대표에게 사실관계 확인 요청을 해둔 상태다. 

    사건 당사자들은 고인이 됐지만, 고위 탈북자의 방미행을 어떤 정부가 막았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고인을 위해서도, 또 앞으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역사적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수전 숄티 대표는 황 전 비서가 한국에 입국한 1997년부터 수년 동안 미국 초청 방문을 강하게 추진했지만, 김대중 정부 집권 5년 동안 황 전 비서의 미국행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황장엽 방미행의 논란에 대한 진실을 풀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는 셈이다.

    슈전 숄티는 과연 어떤 답변을 내놓을까. '뉴데일리'는 수전 숄티 대표로부터 답변이 오는 대로 관련 내용을 보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