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유행하는 '대만 카스테라'

    허 동혁 /객원 논설위원

    지난 여름 국내 대형백화점에 대만 카스테라가 선보인 이래
    지금은 골목상가에 판매점이 생길 정도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
    입에 넣자마자 급속하게 녹으며 입을 만족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대만 카스테라는 흔히 상상하듯 식민지 시절 외국서 들여와서 발달한 것이 아니고,
역사가 5년 정도밖에 안된다. 타이페이 북부의 해안 위성도시 단수이(淡水)에 있는,
2011년 문을 연 源味本鋪라는 빵집이 원조인데,  입지좋은 관광식당가에 위치하여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 지게 되었고, 올해 들어서 대만 언론에 ‘한국인의 필수코스’로
소개되더니 급기야는 한국의 골목상권까지 대만 카스테라가 침투할 지경이 되었다. 

   
  • 왜 역사도 길지 않은 대만카스테라가 갑자기 대만의 대표 디저트로 둔갑하여
    한국에서 유행하게 되었을까?
    우선 음식을 대하는 대만의 두가지 특성을 들고 싶다.

    첫째, 대만인은 본래 중국인의 습성대로 음식문화와 외식을 대단히 중요하게 여긴다.
    대만에 가보면 길거리에 한집 건너 식당이다. 특히 가족경영의 식당이 많아, 가족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열심히 빵을 굽거나 면을 빚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는데, 이런 모습을 보면 정겨운 느낌마저 든다. 대를 이어 식당을 운영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해서, 떳다방 식당 운영해서 돈 좀 벌면 바로 업종전환하는 한국과는 완전 대조적이다. 이렇게 대만에서는 음식문화를 보존 발전시키는 토양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 

    둘째, 대만은 모든 외국문화에 대해 개방적이다.
    문명이 발달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 인구 2천만명의 국가라는데, 지금 대만의 인구가 2천3백만명이다. 중국인이 400년전부터 꾸준히 건너와서 세운 이민국가여서, 기질이 섬나라가 아닌 대륙적이라 포용성이 깊다. 섬나라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외래문화를 지금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는 나라이다.
    대만 카스테라는, 이런 환경에서 카스테라의 본고장 일본에서 수입하여 더욱 먹기좋게 변형시켜 유행에 성공한 먹거리이다. 기존의 일본 카스테라는 빵과 설탕맛이 특징이라고 한다면,
    대만 카스테라는 밀가루를 줄이고 계란 함량을 높여서 만들어 바로 녹아버리는
    식감 (入口即溶)이 특징이다. 5년도 안된 카스테라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원조 카스테라의 위치가 확고했기 때문임은 두말할 것도 없다.

    카스테라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카스테라의 본고장은 일본이며, 유래는 포르투갈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는 모두 사실이나 미묘한 차이가 있다.
    본래 포르투갈에는 카스테라라는 이름을 가진 빵은 없다.
    대항해시대에 포르투갈인들이 16세기 말 일본에 도래하면서, 자기들이 먹던 보존식량 빵인
     ‘팡 데 카스티야’ (pão de Castela, 카스티야 지방의 빵) 과 비스코쵸(bizcocho, 현재의 ‘비스코티’와 비슷한 선원용 건빵)가 다 떨어지면, 배타고 가는데 2년이나 걸리는 먼 타지 일본에서 위의 빵을 그대로 만들기가 어려워서, 빵에 쓰인 재료(밀가루, 계란, 설탕)를 일본에서 구해다가
    비슷한 빵을 만들어 먹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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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팡 데 카스티야                           비스코쵸

    이 과정에서 카스테라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는 두가지 설이 있는데,
    무역항 나가사키에 스페인의 카스티야 지방의 빵이라고 소개하며,
    카스티야 (Castilla) 의 포르투갈식 발음인 ‘카스테라’(Castela)가 그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설과, 밀가루, 설탕, 계란의 반죽인 ‘머랭’을 성처럼 높이 쌓아 올리면서, 성의 포르투갈어 castelo가
    이름으로 굳어졌다는 설이 있다.
     

  • 카스테라는 다른 빵과 달리 우유를 쓰지 않기 때문에, 당시 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없었던 일본에서 어떻게든 만들 수 있었고, 1639년 도쿠가와 막부의 제5차 쇄국령으로 포르투갈인을 모두 추방한 이후로도 카스테라는 일본에 남을 수 있었다고 한다. 

    1624년 창업한 나가사키 소재 ‘후쿠사야’ (福砂屋)를 원조로 치며, 오븐을 쓰는 포르투갈과 달리 가마와 숯을 써서 찌는 일본식 카스테라로 발전해 나갔다. 에도시대 일본 전역으로 퍼지면서 카스테라를 응용한 과자도 나타났다. 다도회(茶道會) 용의 고급과자로 주로 쓰였으며, 일반화 된 것은 2차대전 이후 대량생산이 가능해 지면서 부터이다.
    현재 전통 카스테라로 유명한 제과점은 ‘후쿠사야’ 외에 ‘후쿠사야’와 원조 경쟁을 벌이는
    ‘쇼우오우켄’ (松翁軒), 일본 왕실에 납품되는 ‘쇼우칸도’(匠寛堂), 그리고 동경 관광객에게 유명한 ‘분메이도’(文明堂)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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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쿠사야 본관                                              후쿠사야 카스테라

    이런 역사 깊은 카스테라를 대만 특유의 식문화와 결합되어 태어난 것이 대만 카스테라이다.
    카스테라의 나이가 대만이민 역사와 비슷하다는 (16세기 말 - 17세기 초반) 우연의 공통점도 있다. 대만에는 유래가 일본이든 어디든 모든 이들이 먹게 좋게 만드는 ‘대만화’를 거친 음식이
    상당수 있으며, 음식존중의 전통이 있어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대만을 너무 모른다. 대만이야 말로 진짜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가.
    대만은 중국의 급소와도 같은 존재로서, 대만 관계야말로 앞으로 한중 관계에 있어 해답을 지니고 다닐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현재 대만 카스테라집이 한국에서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는 현상은, 위와 같은 측면에선 좋은 신호탄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