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지켜야 할 교육감들이 스스로 원칙 훼손”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왼쪽)이 19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선거 연령을 18세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총회 안건으로 올리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왼쪽)이 19일 오후 경기도 의정부시 금오동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열린 전국 시·도 교육감협의회 총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며 '선거 연령을 18세로 확대하는 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총회 안건으로 올리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가, 선거연령을 현행 19세에서 만 18세로 하향 조정해야 한다며, 법령 개정을 촉구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의 성명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한국교총은 19일,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사실은, 교육감이 본연의 역할을 포기한 정치적 행위”라며,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국교총은 제도 시행의 역기능을 고려해, 누구보다 먼저 신중한 판단을 주문해야 할 교육감들이, 스스로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하는 비교육적 성명을 채택한 사실에 강한 유감의 뜻을 전하면서, 각 지역 교육수장으로서 엄중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19일 경기 의정부에 있는 경기교육청 북부청사에서 총회를 열고, 선거권 연령을 현행 19세에서 18세로 내리는 내용의 공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

    이날 회의에는 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정 경기교육감을 비롯 11명의 시도교육감이 참석했으며, 서울, 인천, 대구, 울산, 경북, 경남교육감은 불참했다.

    2012년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親전교조 성향의 진보교육감들이 주도하는 모습을 띠고 있다.

    협의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재정 교육감을 포함 서울 조희연, 인천 이청연, 강원 민병희 교육감 등 전국 17개 시도교육감 가운데 13명이 전교조 출신이거나 친전교조 성향의 진보교육감들로 분류된다. 이날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성명 채택을 긴급안건으로 올린 김지철 충남교육감도, 초대 전교조 충남지부장 출신이다.

    한국교총은 교육감협의회의 공직선거법 개정 촉구 성명은, 협의회 설치 및 운영의 본래 취지에도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교육감협의회는 시‧도별 교육현안을 공유하고 바람직한 해법을 모색하는 회의로, 국가 및 시‧도교육의 현안 해결과 발전을 위한 방안들이 논의돼야 하는 책임 있는 회의다.

    이런 자리에서 찬반 논란이 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교육적 부작용에 대한 검토나 교육현장의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협의회 설치 및 운영의 취지와도 맞지 않는다.“

    한국교총은, 선거연령 하향은 예상 가능한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현안이라며, 이를 무시한 일방적 주장은 학교와 교실을 선거판으로 만들겠다는 말이나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교총은 “대부분의 만 18세가 대학입시를 준비해야 하는 현실에서 이들이 후보자를 제대로 검증하는 것이 가능한지도 의문”이며, “학생이 특정 후보자의 유인물을 배포하거나 지지 또는 반대시위와 같은 정치적 행위를 하는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막막한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정치적 쏠림과 특정주의, 이념으로의 편중 등이 심한 우리나라의 정치적 현실에서 교실, 그것도 고3에게 바로 도입될 경우 학교 및 교실의 정치장화, 선거장화는 불을 보듯 자명하다.”

    교총은 한국의 현실을 외면한 채 선진국의 추세를 무조건 따라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학생 지도에 어려움을 겪는 일본의 현실을 고려할 때, 국가별 실태와 문제점을 면밀하게 분석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교총은 2014년 4월 헌법재판소가 선거연령을 만 19세로 제한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합헌 결정(2014. 4. 24, 2012헌마287)을 내린 사실을 소개하면서,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되새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결정을 통해 ‘만19세 미만인 미성년자는 아직 정치적·사회적 시각을 형성하는 과정에 있거나, 부모나 교사 등 보호자에게 어느 정도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이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민주시민으로서의 독자적인 판단에 의한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있고, 그러한 의존성으로 말미암아 정치적 판단이나 의사표현이 왜곡될 우려가 있다’며, 만19세 이상으로 선거연령을 제한한 현행 공직선거법은 합헌이라고 판시한 점을, 다시 한 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