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당국의 무리한 속도전…김정은 '여명거리, 할아버지 생신 전까지 만들어!'
  • 북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한 것은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 1일자 보도 일부로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찾은 최룡해(앞줄 가운데).ⓒ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 북한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이 최근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한 것은 3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의 지난 1일자 보도 일부로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찾은 최룡해(앞줄 가운데).ⓒ北선전매체 홈페이지 캡쳐

    北선전매체들은 지난 2월 1일 최룡해 北노동당 부위원장이 평양 여명거리 건설현장을 시찰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北선전매체는 보도하지 않았지만 그 배경은 대형 건설사고 때문인 것이 뒤늦게 알려졌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 지난 1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최룡해의 여명거리 시찰 소식을 전했는데, 이는 현장에서 일어난 대형 사고 때문에 급파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함경북도의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최룡해가 여명거리를 시찰하기 얼마 전, 속도전 청년돌격대가 동원된 건설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 30여 명의 사상자가 생긴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이 접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김정은은 속도전 청년돌격대가 건설 중에 있던 고층건물에서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고, 사고수습 및 사고경위 조사를 위해 최룡해를 현장에 급파했다고 한다. 과거 수백여 명이 매몰된 사고와 2016년 4월 일어난 60여 명 매몰사고 등 건설현장에서 끊이지 않았던 대형 사고를 떠올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당국의 무리한 속도전으로 부실공사 문제가 제기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2014년 5월 23층 아파트가 붕괴돼 400여 명 이상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같은 해 10월에는 38층 아파트 일부가 일부 붕괴되기도 했다. 2015년 10월에는 북한이 자랑거리로 내세우는 백두산 발전소에 누수현상이 포착된 바 있다.

    최룡해가 수습을 맡은 사고는 속도전 청년돌격대가 담당한 건물 38층 바닥 층막 콘크리트 타설을 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무게를 견디지 못한 층막 구조물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발생했다고 한다.

    이 사고로 여성돌격대원 1명이 숨졌으며, 30여 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양강도의 한 소식통은 ‘자유아시아방송’에 “층막작업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해 그나마 인명피해가 적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최룡해가 속도전 청년돌격대원들을 격려한 것도 사고로 인해 겁을 먹은 건설 관계자들이 위축되는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당국의 여명거리 조성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무용론을 선전하기 위한 일종의 전시성 사업이다. 북한은 2016년 ‘200일 전투’ 속도전을 통해 여명거리 조성에 매진했으나, 같은 해 8월 말부터 9월 초까지 함경북도 지역에서 대규모 홍수가 일어나자, 여명거리 건설인원을 수해지역 복구 사업으로 재배치했다.

    북한 매체들의 선전에 따르면 김정은이 김일성 생일인 4월 15일까지 완공을 지시했다고 한다.

    한편 북한 매체들이 최룡해만을 따로 보도한 것을 이례적이라고 지적하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이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뒤 북한 선전매체들은 박봉주 내각 총리를 제외한 다른 인물들의 개별적인 동정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때문에 최룡해의 여명거리 시찰 소식이 눈에 띄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