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 차기 정기회의서 진행"관련 의혹 여전..공정 심의 위해 구체적 해명자료 필요"

  •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가 과연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스모킹 건(smoking gun)'이 될 수 있을까? 해당 PC를 이번 사태의 결정적 증거물로 간주하기엔 현재까지 드러난 허점이 너무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JTBC는 삼성전자에서 출시된 이 PC가 최순실의 혐의를 뒷받침하는 '물증'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으나, 아직까지 PC의 실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취재팀이 최순실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다며 내보낸 자료 화면에는 자사 취재진의 데스크톱PC 모니터가 띄워져 있었고, 태블릿PC 발견 당시 영상이라며 방송한 고영태 사무실 정경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모든 것이 의문투성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 건물에 붙어 있는 박효종 방심위원장 규탄 대자보. ⓒ 강유화 기자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있는 건물에 붙어 있는 박효종 방심위원장 규탄 대자보. ⓒ 강유화 기자
    이에 일부 시민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위치한 건물을 찾아가 점거 농성을 벌이며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조작 의혹'을 심의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밖에 김경재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JTBC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위원회'도 지속적으로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상황.

    이처럼 보도의 객관성 여부를 심의해달라는 여론이 빗발치자 요지부동이었던 방통심의위도 해당 사안을 정식으로 심의할 뜻을 내비쳤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15일 5차 방송심의소위원회 정기회의에서 태블릿PC 건을 포함한 'JTBC 보도 4건'에 대해 JTBC의 소명 자료를 받아 다음 정기회의에서 다시 심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야당 추천 위원들은 "수사권이 없는 방통심의위에서 재판 결과도 나오지 않은 사안에 대해 심의를 진행할 수는 없다"며 '의결 보류'를 주장하고 나선 반면, 여당 추천 위원들은 "안건으로 상정된 이상 심의를 진행해야 한다"며 JTBC에 의견진술이나 자료제출을 요구하자는 입장을 내놨다.

    먼저 야당 측 장낙인 상임위원은 "3건(태블릿PC 관련 보도)은 재판 결과를 기다려야 하고, 1건(박근혜 대통령 피부 미용 시술 의혹 보도)은 전문기관으로부터 검증을 받아야 한다"며 "방통심의위에서 심의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야당 측 윤훈열 심의위원은 "심의를 하는 이유가 시민단체의 불법 로비 점거 농성 때문이라면 여기에 방통심의위가 굴복하는 것으로 비쳐질 수 있다"며 일종의 '청부 심의'가 이뤄져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 반면 여당 측 함귀용 심의위원은 "수사권이 없다고만 하지 말고 방통심의위 내 법과 규정에 근거해 성실하게 심의를 진행하면 된다"며 "해당 보도에 정말 문제가 없는지 심의를 통해 가려내 국민에게 알릴 의무가 있다"고 맞섰다.

    함 위원은 '이미 JTBC가 해당 보도에 대한 해명을 내보냈다'는 지적엔 "여전히 태블릿PC의 입수 경위 등에 대해 명확한 해명이 이뤄진 상태가 아니"라고 밝히고 "미용 시술 의혹 보도에 대한 해명 자료에서도 사진 출처에 대한 내용만 담겨 있는 등, 납득할 수 있는 추가적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렇게 한 시간이 넘도록 공방을 벌여도 양측 의견이 접점을 보이지 않자 김성묵 소위원장은 "JTBC가 낸 해명자료를 보면 구체적인 내용이 담겨 있지 않아 여전히 의혹이 남아 있는 상태"라며 "JTBC에게 소명 기회를 주자는 의미로 자료 제출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관련 심의가 이뤄지는 (소위)정기회의는 오는 22일에 열릴 예정이다.



    처음엔 "짐 속에서 발견"…나중엔 "책상에서 발견" 뭐가 진실?

    팩트체크로 살펴본 JTBC '태블릿PC' 미스터리7

    JTBC, 태블릿PC 발견 당시 '촬영본' 여전히 미공개 고수


                                                             2017-02-13
                                                             조광형 기자


  • "겸손하고 자중합시다. 단독보도들은 사람들을 속시원하게 하는 면도 있지만 동시에 깊이를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지게도 하는 내용들입니다. 우리는 이미 'JTBC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므로 손해볼 것이 없습니다."

    손석희 JTBC 보도담당 사장은 지난해 10월 25일 JTBC 사내 기자들에게 "단독보도를 했다는 사실에 자만하지 말고 더욱 겸손하고 자중하자"는 취지의 전체 메일을 보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일종의 당부성 메시지였으나, 문장 곳곳에선 '우리가 최순실 게이트 보도를 선도하고 있다'는 강한 자부심이 읽혀졌다.

    사원들에 대한 손 사장의 이례적인 당부는 일견 수긍이 가는 측면이 있다. JTBC가 "최순실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수정했다"는 고영태의 증언을 단독 보도하고, 더블루K 사무실에서 발견된 태블릿PC에 각종 청와대 기밀 자료들이 저장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면서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가 전면에 부상하는 단초가 마련됐기 때문.

    1. JTBC는 왜 데스트톱 PC 화면을 방송에 내보냈나?

    그러나 보도 초기, JTBC가 아무런 설명도 없이 "취재팀이 최순실의 컴퓨터 파일을 입수해 분석했다"며 자사 취재진의 데스크톱PC 모니터를 자료 화면으로 띄운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JTBC맨'이라는 손 사장의 '자부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이후 추가 보도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면서, 일종의 '성역(聖域)'처럼 여겨지던 JTBC 보도가 '어쩌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여론이 꿈틀대기 시작한 것.

    논란이 일자 JTBC는 "최순실이 받아본 2백여건의 파일들을 일목요연하게 보여드리기 위해 데스크톱 화면을 띄웠다"고 해명했으나, 당시 단독 입수한 태블릿PC 화면이나 사진을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은 것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2. 입수한 태블릿PC, 최초 부팅 시각은 언제?

    JTBC 심모 기자는 지난해 10월 18일 오후 4시 이후에 밖에서 구입한 충전기를 꽂고 태블릿PC를 켰다고 밝혔으나 JTBC 뉴스 화면에 등장한 태블릿PC 모니터엔 업데이트 시각이 3시 32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JTBC 기자가 구입한 충전기 영수증에는 구입 시점이 오후 3시 28분으로 나온다. 만일 충전기를 구매하기 위해 JTBC 기자가 태블릿PC를 들고 직접 논현동 서비스센터로 간 것이라면 JTBC는 거짓을 보도한 셈이 된다.

    3. 처음엔 "짐 속에서 발견"…나중엔 "책상에서 발견"

    JTBC는 10월 24일 취재진이 단독입수한 '모니터 화면'을 띄운 뒤 "최순실의 여러 사무 공간 중 한 곳에서 최씨가 건물 관리인에게 처분해달라고 부탁한 짐 속에서 해당 PC를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분명히 JTBC는 사무실 주인이 이사를 가면서 버린 짐 속에서 문제의 PC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영태의 국정감사 발언 이후 보도된 방송에서 JTBC는 "사무실에 덩그러니 놓인 책상에서 '태블릿PC'를 발견했다"고 전혀 다른 소리를 했다.

    4. 건물 관리인, '태블릿PC'의 입수 과정 관여?

    더블루K 사무실의 출입문은 10월 18일 오후 1시경 경향신문 취재진이 도착했을 때에도 잠겨 있었고, 이튿날 여타 일간지 기자들이 갔을 때에도 굳게 잠겨 있었다. 그러나 JTBC는 "최순실이 이 사무실을 떠날 때 문을 열어두고 간 상태였고, 아무나 드나들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이날 오전과 오후 3시 이후 재방문했을 때 문이 열려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는 건물 관리인이 '선별적으로' 문을 열어줬다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부분.

    또 JTBC는 태블릿PC 발견 당시 책상 위에 사업자 등록증이나 계약서 등 각종 서류들이 있었다고만 밝혔다. 그러나 국조특위 5차 청문회에서 K스포츠재단 박헌영 과장은 고영태의 책상 위에 카메라도 있었다고 증언했다. 따라서 JTBC 기자가 책상과 태블릿PC를 발견하기 전에 누군가 해당 사무실에 들어가 증거물을 훼손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5. 태블릿PC '잠금 패턴', 어떻게 풀었을까?

    일반적으로 모든 스마트폰 류의 전자기기에는 잠금설정을 기본적으로 해놓는데, JTBC는 태블릿PC를 처음 켤 당시 잠금설정에 대해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 상식적으로 기밀 자료들이 가득한 태블릿PC가 잠금 패턴도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었을 리는 만무하다. 그러나 JTBC는 지난 1월 11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장시호가 제출한 태블릿PC를 공개하며 "최순실이 사용한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의 잠금 해제 패턴은 'L'자였다"고 밝히자 그제서야 "자신들이 입수한 것뿐만 아니라 제2의 태블릿PC에도 같은 설정이 돼 있었다"며 잠금 패턴의 존재를 언급했다. 하지만 발견 직후 어떻게 잠금 패턴을 풀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6. 최순실, 정윤회와 함께 태블릿PC 사용?

    최순실이 독일에 갈 때나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에 태블릿PC를 사용한 기록이 포착됐다고 해도 이를 최순실이 사용했다는 '확증'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최순실 입장에선 자신과 동행한 누군가가 해당 PC를 사용했다고 둘러대면 그만이다. 해당 태블릿PC의 사용기간은 2012년 6월부터 2014년 3월까지로 최순실이 이혼조정에 들어가기 직전에 사용 기간이 끝난다. 최순실 부부가 이혼조정에 들어간 것은 2014년 3월 27일부터다. 따라서 부부가 줄곧 동행했다는 가정을 세워본다면 태블릿PC를 최순실과 정윤회가 함께 사용했거나, 대부분 정윤회가 사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7. JTBC, 태블릿PC 발견 당시 영상은 오리무중?

    JTBC는 1월 11일 "태블릿PC 발견 당시 영상"이라며 고영태 사무실 정경을 내보냈으나 화면에는 검찰의 압수수색용 박스가 놓여 있었다. 이는 검찰이 지난해 10월 26일 더블루K 사무실에 압수수색이 들어갔을 때의 모습을 담은 것으로 최초 발견 당시의 모습이 아니다. 따라서 첫 보도가 나온지 세 달이 넘도록 발견 당시 모습을 촬영한 사진-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점에 대해선 JTBC 측의 명확한 해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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