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학교 지정은 교육감 권한" VS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 권한"… 교육청, 학교 권리 무시했나?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시 교육청이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지정을 방해하기 위해, 기존에 없던 연구학교 선정 심의 절차를 마련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그동안 국정 역사 교과서를 강력하게 반대해온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겠느냐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논란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

    서울디지텍고등학교는 지난 9일 서울교육청에 교육부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 공문을 발송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교육청은 이를 불허했다.

    앞서 교육부는 국정 역사교과서를 우선 사용할 연구학교를 지정하기 위해 신청 안내 공문을 희망학교에 전달해 달라고 각 시도 교육청에 요청한 바 있다. 하지만 서울교육청은 국정 교과서 사용에 반발해 교육부 공문을 각 학교에 전달하지 않았다.

    시교육청은 14일 디지텍고를 포함, 관내 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연구학교선정심의회의 심의를 거친 결과, 연구학교 운영 부적합 결과가 나와 부결됐다"며 "교육부의 연구학교 신청 안내 공문을 발송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이경자 대표는 시교육청의 연구학교선정심의회의 심의가 정당한 절차가 아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경자 공학연 대표는 "연구학교선정심의회는 교육부의 공문 발송 여부를 심의하는 곳이 아니다. 연구학교 심의라는 것은 5개의 연구학교를 뽑는데 10개의 학교가 지원했을 경우에 어떤 학교를 선택할 것인지 심의하는 기구다"라고 설명했다.

    이경자 대표는 "교사출신 학부모도 상위 행정기관의 공문을 발송할 것인가 아닌가를 두고 판단하는 심의위원회가 있다는 말은 처음 듣는다고 했다"며 "교육청이 연구학교 신청을 방해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변명을 만들 구실을 만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서울교육청이 연구학교 신청 공문 발송을 거부한 것에 대해 "명백한 연구학교 지정 방해 행위이고 조희연 교육감의 권력 남용"이라며, "국정 교과서를 반대해온 조 교육감의 의사가 심의 과정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교육청은 이에 대해 "연구학교선정심의회의 심의는 연구학교 공모 절차에 포함된 부분이 맞다"며, 이 대표의 주장을 반박했다.

    서울교육청에 따르면 연구학교선정심의회는 교육부 등 여러 기관에서 연구학교 요청이 올 경우, 연구 영역이 타당한지 혹은 다른 연구 학교와 내용이 중복되지 않는지 등을 심의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연구학교를 요청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것은 아니다. 교육부가 하고 싶다고 해서 다 공문을 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정 교과서 말고도 교육부가 연구학교 신청을 했을 때 거부한 적이 여러 번 있다"고 해명했다.


  •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뉴데일리경제
    ▲ 중·고교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 ⓒ뉴데일리경제
    그러나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신청이 부결된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 교육청이 단위 학교들의 연구학교 신청 기회까지 박탈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 교육청은 교육부 공문 발송 요청이 부결된 이유에 대해 "학교 현장에 혼란을 가져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 선정은 타당하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 교과서 연구학교의 경우, 연구 영역의 중복 문제, 연구 영역의 타당성에 문제가 있어 부결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김재철 대변인은 "국정 역사 교과서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학교 현장에서 연구학교를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봉쇄한 것은 바람직해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재철 대변인은 "기본적으로 연구학교 신청은 학교 구성원들이 합의를 통해 결정할 일이나 교육청에서 공문조차 전달하지 않은 것은 학교의 권리를 박탈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김 대변인은 "과연 시교육청이 상위 행정기관인 교육부의 공문 발송 자체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입장도 전했다.

    김 대변인은 연구학교선정심의회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 공문 발송을 거부했다는 시교육청의 주장에 대해 "교육청이 연구학교 지정을 거부할 권한이 있다고 하는데, 학교의 연구학교 신청 권리까지 막을 수는 없다. 교육청 말대로라면 교과서 선택권은 학교에 있는 것이 맞기 때문에 공문을 발송했어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국정 역사 교과서 채택 의지를 밝힌 서울디지텍고등학교 곽일천 교장은 "교과서 선정권은 각 학교가 갖고 있기 때문에 교육청이 국정 교과서 사용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며, 국정 역사 교과서 사용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연구학교 지정 권한이 각 시도 교육감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교과서 선택권은 각 학교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교육부 또한 디지텍고처럼 국정 역사 교과서 사용을 희망하는 학교가 있다면 국정 역사 교과서를 무상배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를 사용하기 원한다는 데 이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