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월 만에 말문 연 홍상수 감독 "저희는 사랑하는 사이" 불륜설 인정김민희 "이번 선택으로 쏟아질 비난이나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일 것"
  • 불륜설이 터진지 9개월이 지났다. 유부남인 홍상수(58) 감독과 배우 김민희(36)가 소위 '바람이 났다'는 소문이 대한민국 전역을 돌고 돌아 멀리 구라파까지 퍼졌으나, 당사자들은 끝까지 입을 다물었다. 자연히 측근들에게 기자들의 '취재 공세'가 이어졌지만, 본인들이 고백하지 않은 말을 지인들이 속시원히 얘기할리 만무했다.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무렵,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 프리미어 행사장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 장소는 독일의 수도 베를린. 잔뜩 위축돼 있을 것이란 예상을 비웃기라도 하듯, 두 사람은 서로의 허리를 손으로 감싸안고 여느 연인보다 더욱 다정하게 공식석상을 거닐었다. 기자회견 자리에선 귓속말로 답변을 상의해가며 준비된 멘트를 이어가는 여유마저 선보였다. 이때 "김민희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홍 감독의 말이 튀어나왔다. 사실상 고백이나 다름없는 멘트였지만 파장을 우려한 영화 홍보사 측은 "그저 감독과 배우로서 가까운 사이라는 뜻"이라며 "이를 사적인 감정으로 곡해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를 건넸다.

    보는 이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두 사람의 행보는 이렇게 해를 넘겨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열애설을 쫓는 기자들의 취재 열기가 점점 사그라질 무렵 깜짝 놀랄 만한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8일 영화 홍보사 측에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가 참석하는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겠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 시사회를 5일 앞둔 시점에 언론사에 '초청 메일'을 보냈다는 점에서 주최 측의 깊은 고민의 흔적이 엿보였다.



  • "다들 아는 것처럼 얘기해 우리가 말할 필요 못 느껴"
    "포털 실시간 검색..올라온 기사댓글 다 찾아봤다"


    13일 점심 무렵부터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언론시사회가 열리는 서울 건대입구역 롯데시네마 안팎이 도처에서 모인 기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취재 신청이 조기 마감되는 바람에 '물을 먹은' 매체 기자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극장 밖을 서성였다.

    오후 1시 반, 시사회가 열리는 극장 문이 열리자 어림잡아 300석은 족히 돼 보이는 자리가 금세 만원이 됐다.

    100분이 조금 넘는 러닝 타임이 끝나고 불이 켜지자 극장 안은 정적으로 가득찼다. 방송사 피디들과 사진 기자들의 눈길은 일제히 감독과 출연진이 오를 무대 위로 집중됐다. 취재진은 이들의 발언을 타이핑 하기 위해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첫 번째로 진행된 순서는 포토 타임. 김민희, 서영화, 권해효, 박예주 등 출연진이 한껏 포즈를 취하며 플래시 세례를 받는 사이, 날이 바짝 서 있던 긴장감이 조금씩 누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홍상수 감독은 "영화를 찍을 때 어떤 배우와 작품을 같이 하느냐가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 같고, 어떤 영화가 나왔는지는 다른 분들의 얘기를 좀 들어보면 알게 될 것 같다"며 시사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김민희는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수상한 것을 두고 "(한국에서도) 오로지 영화로만 관심을 받을 수는 없을까 하는 바람이 생겼고, 이번 영화에 대해 좋은 평들이 많이 나와 정말 기뻤다"고 밝혔다.

    이어 예상했던 질문이 던져졌다. 두 사람의 관계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나오자 홍상수 감독은 "사랑하는 사이"라고 답했다. 무려 9개월 만에 자신들의 '관계'를 인정한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할 자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두 사람은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나름대로 진솔하게 사랑하고 있습니다.


    홍 감독은 "그동안 불륜 의혹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던 이유는 처음부터 이런 얘기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고, 가만히 있어도 (언론에서)다 아는 것처럼 얘기하길래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었다"고 밝혔다.

    그동안 언론보도를 통해 고백하지 않은 것은 이런 얘기를 해야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개인적인 일이었고, 또 (언론에서)다 아는 것처럼 말하길래 우리가 말하지 않아도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보도들 때문에 생활이 불편하기도 했고 여기 나오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홍 감독은 "언론시사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게 참 힘든 일이었지만, 외국에선 언론들과 만났는데 한국에서만 안 만나기가 힘들었다"며 "(사생활을 떠나)영화는 정상적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기자 분들하고 만나는 게 맞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언론 보도들 때문에 생활하는데 큰 불편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건 개인적인 것이고 저희가 책임져야 되는 문제 같습니다.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했으면 좋겠습니다.


    홍 감독은 자신들을 두고 국내에서 온갖 '악플'이 쏟아지고 있는 것과 관련, "실시간 검색 같은 것도 찾아보고 여러 글들을 읽어봤는데, 사람들이 다 각자의 생각이 있는 만큼, 모든 사람들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온 보도들도 봤고, 실시간 검색인가, 그런 것도 많이 찾아보고 읽어봤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성격이나 여러 면에서 어떤 사안에 대한 의견이 다 다르지 않나요? 그래서 일반 국민이, 모든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한다고는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홍 감독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것도 다르고 살아온 배경도 다 다른 사람들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하다고 본다"며 "따라서 내가 동의할 수는 없어도 어떤 피해를 준다든가 법에 저촉된 행위만 아니라면 그런 의견들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너무나 다른 사람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다른 태도를 보이는 건 당연하다고 봅니다. 내가 동의할 수 없고 싫더라도 그런 사람들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고 봐요. 마찬가지로 저도 남들에게 그런 대우를 받고 싶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김민희도 말문을 열었다. 김민희는 "어떤 비난이나 제 앞에 놓여진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유부남을 사랑의 대상으로 선택한 것에 대해 비난과 질타가 쏟아지더라도 감내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우리 두 사람은 진심을 다해서 만나고 사랑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비난이나 제 앞에 놓여질 상황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