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측 "이명박-박근혜 정권 나팔수 노릇, 국정농단 눈감아" 힐난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대권 도전에 나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MBC가 언론적폐 민낯을 드러냈다"며 공영방송 때리기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나친 언론 길들이기 행태로 집권하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대놓고 드러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문 전 대표는 22일 김경수 대변인 논평을 통해 "전날 MBC에서 열린 경선후보 토론에서 문재인 예비후보는 해직기자 복직과 지배구조 개선 등 MBC 정상화 필요성을 언급했다"며 "이를 놓고 MBC는 곧바로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비판하는 뉴스를 내보내더니 22일에는 '최순실 방지법' 공청회에 참석한 문 후보에게 자사 기자를 통해 '너무 특정 방송사 사장 선임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고 따졌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MBC는 한 때 국민들이 가장 신뢰했던 자사 뉴스 프로그램이 왜 국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한다"며 "이명박, 박근혜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며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눈감았던 MBC가 '공영방송 흔들기'라고 나서니 국민은 당혹스럽다"라고 힐난했다.

    앞서 전날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한 문 전 대표는 "MBC가 아주 심하게 무너졌다"며 해직기자 복직과 지배구조 개선 등 MBC 정상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공영방송을 장악해 정권의 방송으로 만들었고, MBC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며 "지금 국민들이 적폐청산을 말하고 있는데 적폐청산 가운데 가장 중요한 부분 중에 하나가 '언론 적폐'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 문재인 전 대표가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 ⓒ이종현 기자

    이와 관련해 이날 국회에선 한 MBC기자와 문 전 대표가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MBC기자는 '최순실 부정 축재 재산 몰수 특별법 공청회'를 마치고 나온 문재인 전 대표에게 "너무 특정 방송사 사장 선임 문제를 제기한 것 아니냐"고 질문했다.

    이에 문 전 대표는 "MBC 토론장에서 MBC 논설실장이 사회를 보는데 그런 말을 하는 게 한편으론 미안했지만, MBC뿐만 아니라 공영 방송 전체에 대한 촉구를 말씀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자 MBC 기자는 문재인 전 대표에게 '참여 정부 때 언론 개혁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고, 문 전 대표는 "과거 이야기 하실 것 없고, 지금 공영 방송이 역할을 못 하고 있다. 좀 제대로 역할을 해달라 촉구한 것"이라고 발끈하는 모습을 보였다.

    MBC 기자는 "과거 언론 개혁은 성공했다고 평가하시느냐"고 재차 질문했지만, 문 전 대표는 "이 정도 하자"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이후 문 전 대표 측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MBC는 지난 2월 탄핵 국면 와중에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장 선임을 강행했다. 이후 MBC의 편파성은 더 심해졌다는 지적이 많다"며 거듭 해당 방송사를 비난했다.

    특히 문 전 대표 측은 "탄핵 반대집회 미화, 특검 수사 결과 보도 축소, 탄핵 관련 다큐멘터리 방송 취소 등 MBC가 '무너졌다'는 증거는 셀 수 없이 많다"며 "이용마 기자를 비롯한 해직기자들의 분노와 눈물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문 전 대표가 자신의 입맛과 맞지 않는다고 특정 언론사에 공개적으로 비난을 가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MBC 때리기 전략으로 최근 불리해진 경선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MBC를 대표적인 언론 적폐 청산의 대상으로 지목하며 언론 장악을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은 공교롭게도 최근 홍석현 전 중앙일보·JTBC 회장의 사임과 맞물려 여러가지 해석도 낳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선 대권 출마설에 휩싸인 홍 전 회장이 향후 차기 정부에서 언론미디어 재편과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홍 전 회장이 사임 의사를 밝힌지 닷새만에 문 전 대표가 MBC를 '언론 적폐 청산'의 첫 대상으로 내세운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이와 관련한 모종의 물밑협의가 있지 않았겠느냐는 과도한 추측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날 MBC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중단하고 MBC를 비방한 데 대해 사과하라"고 반격을 가했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가 집권하면 '낙하산' 사장과 경영진을 선임해 공영방송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벌써부터 드러냈다는 지적인 셈이다.

    MBC는 공식 입장을 통해 "문 전 대표가 노조 집행부를 만나 대화한 내용도 보면 '대통령이 되면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인식의 발로"라며 "문 전 대표가 MBC 보도와 편성에 대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은 자신의 잣대에 맞지 않는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MBC를 '언론 적폐 청산' 대상으로 규정한 게 아니냐"고 반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