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비판한 연설 전후 맥락 빠진채 15초 동영상만 인기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집중유세를 마친 뒤,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집중유세를 마친 뒤, 박지원 대표·주승용 원내대표·정동영 의원 등 호남 중진 의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 중앙당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지원 대표의 말실수 한 마디를 인터넷 공간에서 일부 네티즌들이 붙들고 늘어지고 있다.

    선거 유세 현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실수인데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며 화제가 되자 일부 매체는 현장에 없었는데도 이를 받아 기사화하는 등 대선 기간 인터넷 공간의 혼탁함이 도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박지원 대표는 17일 광주 동구 5·18 민주광장에서 열린 국민의당 광주·전남선대위 합동 출정식에 참석해 "다시 한 번 말씀드린다"라며 "문재인이 돼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호남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는 점을 호소하다가, 그만 '아차 실수'로 '안철수'와 '문재인'의 후보 이름을 뒤바꿔 말한 것이다.

    이에 좌중의 지지자들이 웃으며 "안철수"를 연호하자, 박지원 대표도 곧바로 실수를 깨닫고 "안철수가 돼야 한다는 것을, 내가 일부러 한 번 실수를 해봤다"라고 수습했다.

    원고 없이 선거 유세 현장에서 즉석으로 하는 연설 중에 후보자의 이름과 관련해 실수가 나오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일례로 지난 9일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당선)의 청송시장 유세에 지원유세를 하러 온 같은당 이주영 의원은 연설 도중 "4월 12일 여기 청송에서 김진태 후보를 당선시켜주면 그 여세를 몰아서 TK가 움직이고, TK가 움직이면 전국의 보수 세력들이 똘똘 뭉쳐서 5월 9일 홍준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원 후보의 이름을 같은 당 김진태 의원으로 잘못 말한 것이다. 당시에도 청송시장에 모여서 연설을 듣고 있던 군민들과 선거운동원들 중에 미소 짓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큰 문제는 되지 않았다. 여러 사람의 이름이 원고 없이 즉석 연설에 오르내리다보면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실수이고, 뭣보다 맥락상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박지원 대표의 실수, 특히 "문재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는 부분의 실수만 화제가 되고 기사화까지 이뤄진 것은 인터넷 공간에서 의도적인 '띄우기'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

    연설의 전후 맥락은 전부 편집된 채 오로지 "문재인이 돼야 광주의 가치와 호남의 몫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한 부분만 잘라낸 15초짜리 동영상이 유튜브 인기 동영상에 재빨리 올라가는 과정도 석연치가 않다.

    또, 이 '실수'를 다룬 온라인 기사의 네이버 댓글란에 "할아버지 쉬세요" "박지원 때문에 노인들이 욕을 먹는다" 등의 댓글은 자칫 친문(친문재인) 성향 네티즌들이 노령을 폄하하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날 박지원 대표의 발언은 정작 발언이 있던 당일인 17일에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서울에서 중앙매체 기자단을 실은 버스가 현장에 도착하기 전이었기 때문이다. 미리 현장에 있던 광주·전남 지역 매체 중 〈광주드림〉에 의해서 기사화가 된 뒤에야 비로소 하루 늦게 화제가 됐다.

    이를 두고 현장에 없었던 중앙매체에서 뒤늦게 받아쓰면서 네티즌 반응까지 받아 박지원 대표를 '어둠의 문빠'라고 지칭하거나 심지어 '국민의당 X맨'이라고까지 하는 것은, 대선이라는 엄중한 시기를 맞아 국민의 냉정한 선택을 흐리고 정치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