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미터 "민주당·정의당 연대 단일후보" 가상 질문… 과연?
  • ▲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유권자들과 악수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아직 공식선거운동기간 초반이지만 판세는 대체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간의 양강 대결 구도로 압축돼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선거전이 막판까지 초미세한 형국을 유지할 경우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대선을 끝까지 완주할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앙일보의 의뢰로 중앙일보조사연구팀이 15~16일 설문해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7일 보도된 바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38.5%의 지지율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37.3%)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서울신문·YTN의 의뢰로 엠브레인이 17일 설문해 18일 보도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문재인 후보 37.7%,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34.6%로 오차범위 내에서의 간발의 대결 양상이 계속됐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해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선거전 막판으로 갈수록 사표 방지 심리와 이른바 밴드왜건 효과로 보수층의 표심이 안철수 후보에게로 집중될 경우, 진보층의 표심 일부를 잠식하고 있는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도 단일화 압력이 가해질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의 가상 양자 대결 설문 중 일부에서는 문재인·심상정 후보단일화를 전제로 한 질문을 하고 있기도 하다.

    리얼미터는 CBS의 의뢰로 13~14일 양일간 진행한 설문에서 가상 양자 대결을 상정하면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연대 단일후보 문재인과, 국민의당과 자유한국당·바른정당의 연대 단일후보 안철수의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면 누구에게 투표하겠나"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공식선거운동기간 첫날인 17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출정식을 연 직후 취재진과 만나 "내가 퇴장하는 것은 촛불시민이 퇴장하는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만들겠다"고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의구심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심상정 후보는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며 후보 등록을 포기했던 전례가 있다. 지난 2012년 치러진 18대 대선에서 심상정 후보는 후보등록 마지막날 등록을 포기하면서 "사실상 야권의 대표주자가 된 문재인 후보를 중심으로 정권교체의 열망을 모아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지지 선언을 했다.

  • ▲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남편 이승배 씨와 함께 기호 5번 지지를 호소하는 손동작을 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17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남편 이승배 씨와 함께 기호 5번 지지를 호소하는 손동작을 해보이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번 대선의 경우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든 안철수 후보가 당선되든 정권교체이기 때문에 경우가 다르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심상정 후보가 두 후보를 바라보는 관점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는 지적이다.

    17일 구로디지털단지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심상정 후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향해 "개혁의 방향을 잃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심상정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촛불의 가장 핵심적인 사드 입장을 180도 바꿨다"며 "촛불시민혁명이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치러지는 대선에서 촛불을 버린 후보를 새로운 대한민국의 선장으로 맡길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반면 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향해서는 "대세에 의존하고 있다"며 "개혁 의지가 희미하고 노동 문제에 인색하다"고 뜨뜻미지근한 비판을 날렸다.

    어떻게 보면 자신만이 정권교체 후보이고 안철수 후보는 정권연장 세력의 대리인으로 바라보고 있는 문재인 후보의 관점과 대동소이하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선거 막판에 양자 간의 당락 여부가 불투명하게 되면 어떻게 처신할 것인가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다시금 불거질 수밖에 없다.

    지난 2012년 대선 때에는 후보등록 자체를 포기해 선거보조금을 수령하지 않았으니 상관이 없었지만, 이번 대선에서는 후보등록을 이미 했기 때문에 선거보조금을 수령하고 사퇴하면 '먹튀'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심상정 후보는 이날 저녁 YTN 〈대국민 프로포즈〉에 출연한 자리에서 "그동안의 대선은 정권교체냐 연장이냐를 다투는 선거"였다며 "심상정이 표 많이 받으면 정권교체에 지장이 될까봐 심상정이나 진보정당에 대한 지지의 억눌림이 있었다"는 점에 수긍했다.

    그러면서도 "이번에는 이 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 워킹맘들, 고시원을 전전하는 청년들이 심상정에게 거침없이 달리라고 주문하고 있다"며 "끝까지 완주해서 노동자·서민들이 정치에 대해 기대를 가질 수 있는 책임 있는 성과를 반드시 만들겠다"고 완주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