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산다라박, 한국판 비긴어게인 '원스텝'서 첫 주연 꿰차"다이어리에 사진 넣고 다니던 한재석과 공연, 꿈만 같아"
  • 화내는 연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저는 원래부터 화를 잘 못내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연기할 때 제 딴엔 최고로 화를 많이 낸 건데, 더 냈어야 됐나 하는 고민이 들더라고요.


    영화 ‘원스텝’으로 첫 스크린 주연 데뷔를 한 산다라박이 뜻밖의 고민을 털어놨다. 자신은 지금껏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어, 주인공이 화내는 연기를 할 때마다 이게 제대로 화를 낸 건지 아닌지 감을 잡기가 힘들었다는 것.

    어릴 때부터 어차피 싸워도 못 이길 것 같은 생각에 그냥 혼자 울면서 삭히는 스타일이었어요. 당연히 동생(천둥)하고도 싸운 기억이 없어요. 2NE1 멤버들도 마찬가지죠.


    원래 산다라박이 소심한 성격이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태어나서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다니….

  • “남에게 상처를 주는 게 싫어 화를 내거나 싸운 적도 없고, 심지어 크게 소리를 지른 적도 없다”고 밝힌 산다라박은 “대신 화가 날 때면 이를 직접적으로 표출하지 않고 드럼을 두드린다”는 독특한 해소법을 공개했다.

    몇년 전까지 기타를 치면서 놀곤 했는데요. 드럼을 치면서 기타는 쳐다도 안보게 됐죠. 그만큼 드럼이란 악기가 재미있더라고요. 일종의 대리만족 같아요. 저는 그렇게 못하지만, 드럼을 칠 땐 얼마든지 큰소리를 낼 수 있거든요.


    산다라박은 “스케줄 때문에 한동안 드럼을 못쳤더니 실력이 많이 줄어들었다”며 “그래서 요즘엔 차에서도 드럼 패드를 두르리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영화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음악 영화’라는 장르 때문이었다며 ‘가수 본능’을 숨기지 않은 산다라박은 “대본을 받고 나서 기타도 새로 사고 무척 들떠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주인공이 음악을 못 듣는 인물이라 다 무용지물이었다”며 영화를 통해 (음악에 대한)자신의 열정과 끼를 좀 더 보여주지 못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 실제로 영화 속에서 산다라박이 악기 연주를 하는 장면은 ‘가뭄에 콩 나듯’ 나온다. 하지만 이번 영화에서 산다라박은 서브 보컬이 아닌 메인 보컬로서 OST를 ‘완창’하는 새로운 경험을 했다.

    2NE1에서 원래 제 담당이 서브 보컬이자 랩이거든요. 그런데 이번엔 오롯이 노래만 부르게 됐어요. 곡들이 제 이미지나 목소리와는 잘 어울렸는데, 막상 제대로 부르려고 하니 잘 안되더라고요. 그래서 평소보다 연습을 더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상업 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을 맡았고 OST까지 부르는 영예를 안게 된 산다라박은 덤으로(?) 어린 시절 다이어리에 사진을 붙이고 다닐 정도로 동경했던 한재석과 커플로 출연하는 꿈같은 순간을 맞게 됐다.

    어릴 때 ‘재즈’라는 드라마를 보고 완전히 반했죠. 진짜 잘 생겼잖아요? 그때 신문에 있는 재석 선배 사진을 오려서 다이어리에 붙이고 다녔는데…. 정말 영광이죠. 함께 출연하게 돼서.


  • 경력 면에선 하늘과 같은 선배지만, 촬영 현장에서 만난 한재석은 한없이 자상하고 조언도 많이 해주는 ‘이웃집 오빠’ 같은 존재였다고 산다라박은 말했다.

    처음엔 엄하시면 어쩌나 걱정을 많이 했는데, 촬영 현장 분위기를 가장 부드럽게 만들어주시는 분이셨어요. 농담도 잘 하시고. 여러모로 조언도 많이 해주셔서 제게 큰 힘이 됐죠.


    산다라박은 “그동안 웹드라마와 지상파 드라마 몇 편에 얼굴을 내밀었었지만 대부분 제작 기간이 짧거나 출연 분량이 적어 다른 배우들과 친해질만 하면 헤어지는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영화는 비록 촬영 기간은 한 달 남짓이었지만, 촬영 전부터 리딩을 오래해 그런 아쉬움이 덜했다”고 말했다.

    영화 말미엔 한재석이 산다라박을 바라보며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지?”라고 말을 건네는 장면이 나온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기류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대목이기도 하다. 어찌보면 수많은 해석을 낳을 수도 있는 이 장면에 대해 산다라박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원래는 러브 라인이 있었어요. 막상 영화에선 도드라지지 않았지만요. 촬영 초반 ‘러브 라인이 있어야 한다, 없어야 한다’를 놓고 격렬한 토론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감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어요. 따라서 그 감정의 ‘실제’는 관객 분들의 몫으로 남게 됐는데요. 이런 여운이 있는 결말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 ‘원스텝’으로 홀로서기의 첫발을 내딛은 산다라박은 영화 ‘치즈인더트랩’으로 본격적인 연기 행보에 나선다. 이번 영화에선 오연서, 박기웅, 유인영, 오종혁 등 비슷한 또래의 젊은 배우들과 호흡을 맞출 예정.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라 벌써부터 기대가 높다. 산다라박은 주인공 ‘홍설(오연서 분)’의 베스트 프렌드, ‘장보라’로 분해 시원시원하고 솔직한 매력을 발산할 계획이다.

    팔방미인형 연기자로의 변신을 꿈꾸는 산다라박은 서두르지 않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나갈 방침이다. 부족한 것들을 하나하나 채워가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 그렇다고 가수 활동을 접겠다는 건 아니다. 산다라박의 롤모델은 가수 겸 배우 엄정화다. 무대에서는 배우 느낌이 안 나고, 영화에서는 가수가 아닌 그 캐릭터로 보이는 엄정화는, 어린 산다라박에게 ‘탤런트’라는 꿈을 심어준 장본이기도 하다.

    평소 엄정화 선배님의 화려한 퍼포먼스를 동경해왔는데요. 2NE1 때처럼 독특한 컨셉트를 이어가면서 무대에선 좀 더 즐거운 모습을 보여드릴 계획이에요. 무엇보다 저만의 색깔과 톤을 찾아가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겠죠. 굳이 색깔로 표현한다면 오렌지색 같은 느낌?




  • 조광형 기자 ckh@newdaily.co.kr

    [사진 제공 = YG엔터테인먼트 / 영화사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