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중탈북자 난민인정 권리로서 요구해야…중국에 은혜 요청은 사대적 발상"

  • 대량탈북사태를 그냥 두면 북한정권은 붕괴한다.
    그래서 북한정권은 중국의 협조로 탈북자들을 강제 송환시켰다.
    그들 탈북자들을 강제수용소에 끌고 가서 고문, 학대, 강제노역 그리고 공개처형하기도 한다.

    중국은 북한을 자신의 안보를 위한 완충지대(buffer zone)로 본다.
    때문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북한정권의 붕괴를 막으려고 한다.
    중국이 연간 50만톤 석유 공급을 중단하지 않고, 탈북자들을 강제송환시키는 것도 북한정권 붕괴를 막기 위해서다.
    북한 정권의 수명은 중국이 그 끈을 쥐고 있다.

    탈북자 강제송환은 난민조약 위반

  • 난민조약 제33조(송환금지원칙)는 “체약국은 난민을 어떠한 방법으로도 인종, 종교, 국적, 특정사회 집단의 구성원신분 또는 정치적 의견을 이유로 그 생명이나 자유가 위협받을 우려가 있는 영역의 국경으로 추방하거나 송환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였다.
    중국은 1979년 베트남과의 전쟁 시기 발생한 중국계 베트남 난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난민조약에 1982년 가입하였다.

    또한 중국은 고문방지협약에도 당사국이다.
    동 협약 제3조에 의하면, 어떤 국가도 어느 개인을 고통을 받을 위험이 있는 국가로는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였다.

    2005년 3월 유엔 인권위원회에서 비팃 문타폰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재중 탈북자들을 ‘현장난민(refugee sur place)’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그 다음 마르주키 다루스만 특별보고관도 중국이 탈북자를 강제송환시키지 않도록 강하게 권고하였다.
    2014년 2월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의 보고를 근거로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도 중국 등이 난민조약상 “송환금지원칙”을 준수하라고 결의하였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onio Guterres)유엔사무총장이 유엔난민최고대표로 활동하던 시기인 2006년 3월 중국을 방문하여 “경제적인 동기로 탈북한 사람도 북한으로 돌아갈 경우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면 난민으로 봐야 한다”고 이미 지적하였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은 국제법위반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지탄받을 일이다.
    중국 안에서 체포되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 다니는 탈북자들, 특히 여성탈북자들은 인신매매의 희생이 되고 있고, 중국인과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는 국적도 없는 고아가 된다.
    중국 아이를 임신해서 송환되면 강제낙태 당한다. 

    북한인권시민연합 등 NGO들의 공론화 활동을 통해 전세계 언론은 재중탈북자의 강제송환이 국제법 위반이라는데 초점을 맞춰갔다.
    1999년 11월 10일 중·러 국경에서 러시아국경수비대에 체포된 7명의 탈북자 사건, 2001년 6월 장길수군 가족 7명의 유엔 난민최고대표실 베이징 사무소 진입사건, 2002년 3월 25명의 베이징 주재 스페인 대사관 진입사건, 2002년 5월 김한미 양 가족 5명의 선양 일본 총영사관 진입 사건, 9월 독일학교 16명 진입사건 등을 크게 보도하였다.
    특히 외교공관에 진입한 사건들은 CNN, BBC 등 주요언론의 보도를 통해 국제여론을 움직였다.

    중국에서 체포되는 탈북자수는 연간 5천 명 정도로 추정된다.
    외부언론에 보도되는 경우 탈북자들의 망명을 허용하는 사례가 조금씩 늘어났다.
    그러나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아직도 북한으로 강제 송환되고 있다.

    중국의 은혜를 애걸할 것인가?
    아니면 국제법상 권리로서 요구할 것인가?

    햇볕정책 기간 동안에도 한국의 외교당국은 재중 탈북자를 구출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많은 협상을 하였다.
    탈북자들이 물리적으로는 중국 땅에 있기 때문에 1차적으로는 중국당국이 관할권을 행사한다.
    가뜩이나 중국은 자기중심적 사고가 강해서 국제규범에 대한 인식이 약하다.
    그러한 중국에게 한국정부는 탈북자들을 한국으로 보내주도록 간청하였다.
    중국이 은혜를 베풀어주기를 애걸하는 방법이다.

    중국에게 칼자루를 맡기는 유약한 대응보다는, 중국이 화를 내더라도, 떳떳하게 국제법상 권리로서 탈북자가 난민이므로 강제북송해서는 안된다고 요구해야 마땅하다.
    국제사회와 정의가 우리 편이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시기인 2002년 8월 3일 중국의 탕자쉬엔(唐家璇) 외교부장의 예방을 받은 박관용 국회의장이 재중탈북자를 북한으로 강제송환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였다.
    탕자쉬엔 외교부장은 한국의 행정부 입장과는 다른 지적을 받고 당황해서 그냥 자리를 떴다.
    그 다음 중국 고위인사들은 “중국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국제법, 국내법, 그리고 인도주의 원칙에 따라서 처리한다”는 모범답안을 되풀이하였다.
    일부 탈북자를 북한으로 보내지 않는다는 의미였다.


  • 중국 정부는 한국정부의 애걸하는 유약한 대응에 안심하였겠지만, 속으로는 저자세 외교를 비웃었을 것이다.
    중국이 싫어한다고 해서 한국의 핵심적 이익이 걸린 사안에 관해 정당한 주장을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야말로 다음 세대들에게 불행을 안겨줄 불씨가 된다.
    중국이 눈을 부라리면 우리가 아무리 옳더라도 꿈적도 못하는 미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조공관계 질서를 복원하고 싶어 하는 중국의 패권 꿈을 키워주는 셈이다. 

    한중 외교실무자 간의 비공식 대화 자리에서 2007년 한때 중국 당국자는 20만 명의 재중탈북자를 한국이 다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 하고 반 농담으로 타진한 일이 있었다.
    한국 측은 답변을 하지 못하고 쩔쩔매었다.
    햇볕정책 당시 정부는 탈북자들의 한국 입국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북한정권을 자극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노무현 정부가 탈북자를 적극적으로 인수하지 않는다는 의도를 중국 측이 읽었다는 점이다.
    중국 측은 탈북자 20만 명도 받을 각오가 없다면 한국정부는 통일할 의지도 없는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그 평가를 미국의 전문가들에게까지 전파하였다.
    고 박세일 교수가 안식년으로 2007년 워싱턴에 체재 중 한반도 관련 세미나에서 미국 전문가들까지 한국정부는 통일할 의사가 없다고 발언하는 것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귀국 후 대대적인 통일 캠페인을 전개한 자초지종이었다.



  • 2012년 2월 14일 31명의 재중탈북자가 체포되어 강제송환 위기에 있다는 주성하 기자의 기사가 동아일보 1면 톱기사로 보도되었다.
    월요일인 바로 그날 오후 2시  박선영 당시 국회의원의 제안에 따라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300여명의 인권활동가와 시민들이 항의집회를 개최하였다.
    이 집회는 매일 계속되었고, 급기야 박선영 의원의 12일간의 단식 데모로 격화되었다.
    세계주요 언론이 연일 북한인권 침해실태와 중국의 난민조약 위반에 관하여 대대적으로 보도하였다.
    이는 국제여론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국내외의 여론이 격앙되어 중국의 국제법 위반을 부각시키고 중국을 창피하게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국제사회에서 시민단체들이 중국정부의 체면을 깎는 투쟁에서 승리한 것이다.

    2016년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은 국군의 날 기념사에서 어떠한 탈북자라도 한국에 오기를 원한다면 환영하겠다고 선언하였다.
    한국정부의 통일의지를 국제 사회에 확실하게 천명한 셈이다.

    김 석 우 21세기국가발전연구원 원장 (북한인권시민연합고문, 前통일원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