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가장 싫어하는 행사는 ‘금수산 기념궁전 참배’와 ‘백두산 답사 행군’
  •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당이 주관하는 정치행사에 빠지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6년 6월 백두산 답사 행군대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노동당이 주관하는 정치행사에 빠지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6년 6월 백두산 답사 행군대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북한에서는 노동당이 여는 정치행사에 참석할 사람이 부족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8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관련 내용을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은 “6월 4일 ‘보천보 전투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할 사람들을 선발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당 중앙에서 조직한 정치행사에 온갖 구실을 내세워 참가를 기피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보천보 전투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할 인원들을 모으기 위해 기업소들은 종업원들에게 돈을 걷었으며, 행사 참가자로 지명된 사람들에게 그 돈을 참가비로 지급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보천보 전투승리 80주년 기념행사는, 평양에서 중앙 기념보고대회가 있었고 평양과 양강도 혜산에서는 횃불행사를 진행했는데, 참가자 대부분이 1만 명에 이르는 ‘백두산 답사 행군대’ 대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백두산 답사 행군대’는 전국 각지 기업소에서 참가자를 지정, 선발했다고 한다. 이들은 ‘보천보 전투승리 80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뒤 3,000명씩 나뉘어 보름 동안 백두산까지 행군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매년 6월 조직되는 ‘백두산 답사 행군’은 숙식조건이 매우 열악하고 무거운 짐을 지로 하루 70리(약 28km)씩 행군을 해야 하는데, 사람들이 모두 외면해 기업소들마다 인원 선발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양강도 소식통은 “기업소들이 종업원들에게 돈을 걷어 ‘백두산 답사 행군’ 참가자 한 사람당 3만 원씩 줬다”고 전했다. ‘백두산 답사 행군’에 필요한 ‘지하족(천으로 만든 북한군 군화)’을 사고, 매일 술 한 병씩 마시는 것으로 계산해 지급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요즘에는 노동당 중앙에서 조직한 국가행사라 해도 자긍심을 갖고 참가하려는 주민을 찾기 어렵다”면서 “행사 주관 단체들에서 참가비를 대주고, 한 달 동안 모든 노력동원(강제노동)에서 면제해준다는 조건을 내걸어야 간신히 인원을 채울 수 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김일성 집권 시절에는 노동당 중앙이 조직한 행사에는 서로 먼저 참가하려고 내기까지 했지만, 지금은 큼직한 선물을 주지 않으면 아무리 중요한 정치행사라 해도 외면당한다”며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주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행사가 금수산 기념궁전 참관과 백두산 답사 행군이라고 한다. 특히 금수산 기념궁전 참관은 3개월마다 한 번 씩 인원을 선발해 시행하는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7~8번이나 다녀와 북한 주민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소식통들의 말대로라면, 북한 주민들의 사고방식이 크게 변했다고 볼 수 있다.

    김일성 집권 시절 노동당이 주민들의 모든 의식주를 책임졌을 때의 전체주의 계획경제와 주민들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는, ‘장마당 시장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현재 간의 차이가 ‘정치행사 동원’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