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한미동맹에 커다란 구멍" 우려, 청와대도 "문 특보의 발언 한미관계 도움 안돼"
  • ▲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추미애 대표. ⓒ뉴시스
    ▲ 민주당 우상호 의원과 추미애 대표. ⓒ뉴시스

     

    문정인 청와대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이른바 '워싱턴 발언'에 대해 미국 정가에서는 깊은 우려를 표명한 반면, 민주당에서는 '고도의 정치행위'로 해석하는 등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정인 특보는 지난 16일 한국동아시아재단과 미국 우드로윌슨센터가 워싱턴DC에서 공동주최한 세미나에서 "북한이 미사일 활동을 중단할 경우 한미 연합군사훈련이 축소될 것"이라고 밝히며 미국 정가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문정인 특보 발언에 미국 정가는 즉각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문정인 특보의 직위를 고려한다면 결코 가벼운 발언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미국 정가에 따르면 자칫 이달 말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정책을 놓고 양국(한국·미국) 관계가 냉각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미국의 한 연구원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의 불편한 양국 관계로 돌아가는 것으로 예측하기는 이르지만 (문정인 특보 발언은) 잠재성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발을 동동 구르는 미국 정가와 달리 민주당은 여유로운 모습을 연출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김성덕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문정인 특보 발언은) 정부의 공식입장은 아니다"라면서 "(다만) 다양한 형태의 언술이 때로는 미국을 향해서 다양하게 나오는 게 나쁘지 않다고 본다. 고도의 정치행위"라고 말했다.

    우상호 의원은 '한미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 문정인 특보 발언이 적절했나'를 묻는 진행자 질문에는 "이 문제를 불협화음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끔 고도의 정치행위들을 각자 알아서 하고 있다고 보시는 게 옳은 판단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도 문정인 특보 발언은 '국익'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한반도에 가져올 종합적 문제를 미국에 신중히 전하는 게 우리 국익을 지키는 정도"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도 안하는 말을 용기 있게 했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외교에 파장이 있는 듯 호들갑을 떠는 것은 국익을 해치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즉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국익을 위한 고도의 정치적 행위라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한편 야권에서는 민주당이 문정인 특보 발언을 '자화자찬' 중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적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다는 게 야권의 주장이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정인 특보 발언에 대해 동맹국인 미국이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를 '고도위 정치행위'로 해석하는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자화자찬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문정인 특보가)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특보가 맞는지 의심스럽다"며 "대한민국 대통령 특보가 사드와 한미군사훈련에 대해 굳건한 동맹 체제를 확인해야 할 미국에 가서 한 발언은 오히려 한미동맹의 커다란 구멍을 내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문정인 특보의 발언이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이 아니냐는 지적에 선을 그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오늘(19일) 문정인 특보에게 '(그런 발언은) 향후 여러 가지 한미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달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을 가는 과정에서 대통령과 (문정인 특보의) 사전조율은 없었다"며 "(문정인 특보의 발언은) 북한이 계속 핵실험을 하고 미사일을 쏘는 상황을 타개하고 새로운 국면을 만들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 중의 하나로, 한미 간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할 일이지, 어느 한 분이 말한다고 될 일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