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측 “뇌에 혈액공급 중단돼 뇌손상”…트럼프 “인권·법치 무시하는 北정권”
  • 북한에 감금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오토 웜비어 씨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美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美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북한에 감금됐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오토 웜비어 씨가 지난 19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美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美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북한에 17개월 동안 불법 감금당한 뒤 고문 등 가혹행위를 당한 것으로 추정됐던 ‘오토 웜비어’ 씨가 19일 오후 2시 20분경(현지시간), 22살의 나이로 사망했다고 ‘폭스뉴스’ 등 美주요 언론들이 보도했다.

    美폭스뉴스 등에 따르면, ‘오토 웜비어’ 씨를 담당했던 신시내티 대학병원 측은 “그가 병원에 왔을 때 이미 반응이 없는 혼수상태였다”면서 “그는 뇌손상으로 많은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이며, 사망할 때까지 주변 자극에 반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신시내티 대학병원 측은 “오토 웜비어 씨의 신체를 보면, 구타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지만, 뇌 조직에 큰 손상을 입은 상태였다”면서 “오랜 시간 뇌에 혈액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일어난 문제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美‘폭스뉴스’는 “북한 당국은 美정부 관계자에게 ‘웜비어 씨가 보톨리늄 독소에 중독된 뒤 우리가 제공한 수면제를 먹고는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주장했지만, 신시내티 대학병원에 따르면 검사 결과 그가 보톨리늄 독소와 같이 박테리아에서 생긴 신경독성물질에 중독된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오토 웜비어 씨가 사망하자 그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 씨와 신디 웜비어 씨는 성명을 내놨다.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들은 “오토가 사랑하는 가족들에 둘러싸여 운명했다”면서 “그의 슬픈 여행은 집에 돌아와 끝을 맺었다”며 슬퍼했다.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들은 성명을 통해, “귀국 후 그를 살려내기 위해 노력한 신시내티 대학병원 관계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면서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 아들은 북한 정권에게 극악무도한 학대를 받았고, 결국 우리는 생각하기 어려운 슬픈 일을 겪게 됐다”고 밝혔다.

    오토 웜비어 씨의 부모들은 “오토가 신시내티 집에 돌아왔던 지난 13일(현지시간), 말도 못했고, 보지도 못했고, 사람들의 말에 반응하지도 않았다. 오토는 매우 불편하고 괴로워 보였다”면서 “하지만 하루 만에 그의 표정은 평화롭게 바뀌었으며 안도하는 듯 했다”고 전했다.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 美사회는 북한 김정은 집단을 향한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웜비어 씨의 사망은 그의 부모에게 자식을 잃는 최악의 비극이었다”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와 나는 오토 웜비어 씨 가족에게 깊은 위로를 표한다”면서 “오토 웜비어 씨의 운명은 내 정부가 기본적인 인권과 법률을 전혀 존중하지 않는 정권의 손에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는, 이런 비극을 막아야 하는 의무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하며 북한 김정은 집단을 강력히 비난했다.

    美의회도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에 애도를 표했다. 美‘폭스뉴스’에 따르면, 롭 포트먼 상원의원(오하이오, 공화), 셰로드 브라운 상원의원(오하이오, 민주) 등은 트위터에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을 언급하며 “유망한 청년이 떠났다”면서 그의 가족들에게 “우리는 그를 잊지 않을 것이니 사랑으로 강해지시라”며 위로의 뜻을 전했다고 한다.

    美사회는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에 격앙되는 분위기다. 특히 美정치권은 북한 김정은 집단의 불법적인 미국인 감금과 ‘고문’ 의혹을 제기하며, 북한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2016년 2월 오토 웜비어 씨가 자신의 유죄를 밝히며 사죄하는 기자회견 장면. ⓒ美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 2016년 2월 오토 웜비어 씨가 자신의 유죄를 밝히며 사죄하는 기자회견 장면. ⓒ美폭스뉴스 관련보도 화면캡쳐.


    오토 웜비어 씨는 버지니아大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6년 1월 미국에서 북한단체관광을 떠났다. 평양에 도착한 그는 며칠 뒤 연락이 두절됐다.

    이후 알려진 데 따르면, 오토 웜비어 씨는 단체관광 숙소인 양각도 호텔에서 벽에 걸려 있던 체제선전물을 떼어 내어 가져가려다 적발됐다고 한다. 김정은의 얼굴이 그려진 선전물로 추정된다.

    2016년 2월 19일, 북한 당국은 오토 웜비어 씨를 끌어내 기자회견을 하면서, 스스로 유죄임을 밝히도록 했다.

    2016년 3월 북한 당국은 변호사 없는 재판을 통해 오토 웜비어 씨에게 15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오토 웜비어 씨는 선고 이튿날부터 의식불명 상태가 됐다고 한다.

    한편 북한과의 교류협력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힌 문재인 정부는 난감하게 됐다.

    오는 6월 29일부터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최근 논란이 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의 “북한 핵실험·탄도미사일 발사 중단 시 한미연합훈련 축소, 美전략자산 철거” 주장과 함께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오토 웜비어 씨의 사망은 한국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지만, 트럼프 정부 시각에는 한국이 북한에게 대화를 제의하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 자체가 미국을 무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