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합병 안건, 국민연금 투자위 의결은 정상적 절차”...변호인 반격에 ‘무기력’
  •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시스
    ▲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에 들어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사진 뉴시스


    김학현, 최상목, 정재찬, 홍완선, 박근혜 정부 청와대 비서관과 행정관, 국민연금공단 임직원, 금융위원회 공무원들까지, 지닌달 말부터 이달 23일까지 약 한달 동안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뇌물공여 등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한 인사는 줄잡아 30명 가까이 된다.

    거의 매주 3~4차례의 공판을 진행하는 보기 드문 강행군에 재판부와 특검, 변호인단은 물론 사건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녹초가 된지 오래다.

    기록에 대한 서증검토도 이례적일만큼 길었지만 증인신문 역시 ‘역대급’이라 할 만큼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공판횟수가 ‘30’을 넘기면서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 공판도 반환점을 돌아 끝내기 수순에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사건 공판이 반환점을 돌았다고 보는 것은, 특검의 공소사실과 관련된 주요 증인에 대한 신문이 이제 어느 정도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뉴데일리는 이번 사건을 취재하면서, 매일 열리는 공판을 정리한 스트레이트 기사와 함께, 사건의 쟁점 별 중간 분석 기사를 별도로 내고 있다.

    ▶[이재용 공판 중간정리①] 속타는 특검, 공정위 공무원들 불러냈지만

    ▶[이재용 공판 중간정리②]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은 과연 뇌물인가?

    ※제목을 클릭하면 해당 기사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공판이 상당 부분 진행된 지금, 증인신문을 통해 드러난 주요 쟁점은 크게 5가지 정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 출연, 이른바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올림픽 승마지원), 최순실의 조카 장시호가 운영을 주도한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한 지원 사실을 한데 묶어 이를 뇌물공여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두 번째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삼성 계열사 보유주식 매각 규모가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이유.

    세 번째는 물산-모직 합병시 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과 과정, 특히 청와대의 직간접적인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

    네 번째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시도와 이런 행위 자체를 부정한 청탁의 결과로 볼 수 있는지 여부.

    다섯 번째는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위한 입법로비 의혹의 진실 공방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20차 공판을 전후로 이 사건 증인신문의 핵심쟁점은 첫 번째를 제외한 나머지 2~5번째 내용을 확인하는데 집중됐다.

    특검은 전현직 공정위, 금융위, 국민연금공단, 청와대 비서관 및 행정관, 환경부 소속 직원들을 증인으로 불러, 청와대로부터의 외압 여부를 캐물었다.

    특검의 논리구조를 도식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1.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은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경제공동체’ 관계다.

    2. 이재용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2014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총 3차례에 걸쳐 ‘독대’를 했고, 이 과정에서 자신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으며, 박 전 대통령은 그 대가로 최순실 측에 대한 지원을 요구했다.

    3. 부정한 청탁에 대가로 이재용 부회장은 그룹 미래전략실 임원들에게 최순실 모녀에 대한 지원을 지시, 황성수 전 전무, 장충기 전 사장 등 삼성그룹 전직 임원들은, 최순실이 독일에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코어스포츠 법인 계좌를 이용해, 76억원 상당의 금전을 송금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같은 목적으로 최순실의 조카인 장시호가 운영하는 동계영재스포츠센터에 대해서도 16억원 상당을 지원했다. 삼성은 전경련을 경유,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기금으로 200억원 상당을 출연했다.

    4. 박 전 대통령은 이재용 부회장의 청탁을 받아들여, ①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안종범 수석,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통해 삼성물산 대주주인 국민연금이 합병안건에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행사했다.

    ②박 전 대통령은 같은 목적으로 공정위에 압력을 행사해, 합병으로 탄생한 통합삼성물산의 순환출자고리 해소 과정에서, 삼성 측이 매각 처분해야 할 주식 규모를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줄여줬다.

    ③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역시 이재용 부회장이 그룹의 경영권을 완전하게 장악하기 위한 방안으로 추진됐으며, 이 또한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하는 중요 증거다.

    특검의 논리는 위에서 보는 것처럼 간단명료하다. 그럼에도 현재 진행 중인 공판과정을 지켜보면, 특검이 공소사실을 ‘합리적 의심을 배제해도 좋을 만큼’ 확실하게 입증했다고 보기는 어려워 보인다.


    ◆‘물산 주식 처분 물량’ 900만→500만 변경 의혹, 특검의 자충수

  • 올해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한 공정위 직원이 통화를 하며 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 뉴시스
    ▲ 올해 2월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실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가운데 한 공정위 직원이 통화를 하며 위원장실로 들어가고 있다. ⓒ 사진 뉴시스


    특검은 증인신문 과정을 통해 삼성 미전실의 일부 임원이 공정위 전 부위원장을 개인적으로 만난 사실,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순환출자고리 해소를 안건으로 상정한 전원회의 개최 이후 경제금융비서관과 연락을 주고받은 사실은 확인했으나, 최종 결재권자인 공정위 위원장이 주식매각 처분 규모를 900만주에서 500만주로 변경한 과정에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음을 입증하지는 못했다.

    특검은 무수히 많은 추론과 예측, 유도신문을 통해 증인으로부터 결정적 증언을 받아내고자 안간힘을 썼지만, “안종범 수석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다”거나 “청와대로부터의 외압을 느꼈다”는 수준의 답변을 얻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증인으로 나온 정재찬 전 공정위원장이나 최상목 전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의 증언을 통해 확보된 증언은 ‘시장의 불확실성 혹은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 위원장이 고심 끝에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는 진술 뿐이다.

    의혹의 진앙으로 여겨진 당시 공정위 전원회의는 ‘의결’이 아닌 ‘토의’를 위한 자리에 불과했으며, 당시 물산-모직 합병으로 인한 순환출자고리 해소 방안은, 외부 전문가인 전원회의 비상임위원들조차 “어렵다”고 할 만큼, 법리적으로 난해한 사안이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무엇보다 특검이 청와대 외압의 유력한 상대방으로 의심한 김학현 전 공정위 부위원장이 전원회의 당시, 실무진의 의견과 같이 ‘900만주 매각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밝힌 사실은 주목할 만한 중요 변수다.

    이는 김학현 부위원장을 경유한 청와대의 외압이 존재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유력한 증거가 된다.

    특검 측의 추론대로, 김 전 부위원장이 청와대의 지시 혹은 압력을 받고 주식 처분 규모를 축소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라면, 그가 전원회의에서 500만주 처분이 아닌 900만주 처분이 합당하다는 의견을 낸 사실은 합리적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이 사실만 놓고 보더라도 특검의 논리는 구조적 흠결을 안고 있다(※아래, 편집자 주① ‘증인신문 요약’ 참조).


    ◆“국민연금 투자위에서 삼성 합병 심의·의결한 것은 정상적 절차”

  • 지난해 12월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 사진 뉴시스
    ▲ 지난해 12월 2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의혹과 관련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를 압수수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모습. ⓒ 사진 뉴시스


    특검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양사의 주식을 함께 보유하고 있던 국민연금이, 물산 합병 안건에 대해 찬성 결론을 낸 사실을 ‘박근혜-이재용 독대’의 결과, 즉 청와대의 지시나 압력에 따른 결과로 봐야 한다는 추론을 입증하게 위해,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을 이어나갔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원하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 회부한 사실 자체를, 외부의 압력 혹은 지시에 의한 결과라고 봤으나, 이 주장을 뒷받침할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전현직 공정위·국민연금 관계자를 상대로 한 증인신문에서 특검 주장이 내재적 모순을 안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과 대조적으로, 변호인단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원회’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결정한 사실은, 그 동안 특검 측 공소사실을 뒷받침 하는 핵심 의혹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과 유상현 전 국민연금 해외대체실장,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 등에 대한 증인신문을 통해, 당시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결정하게 된 이유가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김기남 행정관은 앞서 자신이 특검 참고인조사 당시 진술한 내용을 번복했다.

    그는 특검 조사에서 ‘보건복지부는 삼성 합병 안건을 국민연금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하고자 했으나, 전문위에서는 찬성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희박해, 투자위에 안건을 회부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김 행정관은 법정에 출석해, “특검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그렇게 생각을 한 것”이라며, “기존 진술은 자신의 추측”이라고 밝혔다.

    김기남 행정관은 ‘삼성 합병과 관련해 대통령의 의중을 들은  사실이 있느냐’는 특검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런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는 ‘청와대 및 복지부 관계자 등으로부터 삼성 합병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말을 들은 적 없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복지부 관계자들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긴 바 있느냐’는 유도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없다”는 말 뿐이었다.

    변호인단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투자기업의 합병 등 안건을 의결할 때, 그 기준을 규정한 지침을 근거자료로 제시하면서, 국민연금 측이 투자위원회에서 삼성 합병 안건을 심의한 것은 정당한 절차라는 점을 강조했다.

    김기남 전 행정관은 “변호인단이 제시한 문건은 지금 처음 본다”면서, “특검조사 당시 이런 기준이 있다는 설명을 들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문건에 대해서는 재판부도 관심을 나타냈다.

    김진동 부장판사는 “운용기금 규정 이런 거 이전까지 본적이나 들은 적이 없느냐”고 거듭 확인했다.

    김 전 행정관은 “이런 문건은 처음 본다”며, “보통 일반적으로, (기금운용본부에서) 자체 판단이 가능하다고 생각되면 전문위원회에 안 넘긴다”고 설명했다.

    변호인단이 제시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지침에 따르면, 투자위원회에서 찬반 의견이 과반 이상 나오면, 그대로 의결을 한다. 기금운용본부가 안건을 전문위원회에 넘기는 경우는, 투자위 심의 및 표결 결과 과반 의견이 나오지 않을 때다.

    국민연금 투자위는 모두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다.

    당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국민연금 투자위의 결정은, 찬성 8, 기권 3, 중립 1표였다. 반대는 1표도 나오지 않았다.

    참고로 2015년 7월, 삼성물산 주식을 보유한 국내 기관투자자 133곳 중, 합병 승인을 안건으로 한 임시주총에서 반대표를 던진 곳은 3곳, 찬성 표를 던진 곳은 130곳이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삼성 합병에 찬성하는 결정을 내린 과정에 대한 의혹은, 사실상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편집자 주② ‘증인신문 주요 내용 정리’ 참조).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금융委 ‘박근혜-이재용 독대’ 하루 뒤 ‘불가’ 통보

  • 올해 2월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금융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위치한 금융위원회 모습. ⓒ 사진 뉴시스
    ▲ 올해 2월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금융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정부서울청사 내 위치한 금융위원회 모습. ⓒ 사진 뉴시스


    특검이 공을 들인 또 다른 쟁점인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는, 특검의 주장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된다.

    삼성 측이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가능성을 금융위원회에 문의한 시점은 지난해 1월말. 금융위는 검토를 거쳐 같은 해 2월16일 보험업법 위반 등을 이유로 ‘불가’의견을 삼성에 통보했다.

    삼성은 금융위의 ‘불가’ 통보를 받고 내부적으로 해당 사안을 재검토했으나, 4월11일 기획안 자체를 접었다. 특검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메모를 근거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 자체를 ‘박근혜-이재용 독대’에 따른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의 추론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시점’이 맞아야 한다.

    특검의 공소사실을 보면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의 독대는 모두 3차례다. 이 가운데 마지막 독대가 있었던 시점은 지난해 2월15일이다. 공교롭게도 금융위원회가 삼성생명에 금융지주회사 전환 불가 방침을 통보한 날은 2월16일, 마지막 3차 독대 바로 다음날이다.

    특검의 추론처럼 3차 독대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면, 바로  다음날 금융위가 삼성생명에 ‘불가’ 통보를 내린 것은 설명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삼성은 4월11일 금융지주회사 전환 기획안 자체를 포기했다. ‘박근혜-이재용 독대’ 과정에서 부정한 청탁이 있었고, 박 전 대통령이 관련 부처에 ‘특혜’를 지시했다면, 삼성이 스스로 사업을 포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이 같은 ‘시간의 역전 현상’을 특검은 극복하지 못했다.

    따라서 삼성생명의 금융지주회사 전환 시도를,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주요 근거로 본 특검의 판단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결정적 한방’ 없는 특검의 공세, 무뎌진 특검의 창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 박영수 특별검사. ⓒ 사진 뉴시스


    지난달부터 이달 말까지 이어진 증인신문은, 취재 기자들을 탈진에 이르게 만들만큼 강도 높게 이뤄졌지만,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결정적 한방’은 없었다.

    특검이 상당한 기대를 건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영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에서도, 청와대의 압력을 입증할만한 증언은 나오지 않았다.

    21일 법정에 출석한 홍 전 본부장은 삼성 합병 심의 전,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사실은 인정했다. 그는 그 이유를 묻는 특검의 질문을 받고 “삼성의 최고의사결정권자라고 생각해 면담을 했다”고 밝혔다.

    홍 전 본부장은 당시 면담 자리에서, 이재용 부회장과 나눈 대화를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이날 이재용 부회장은 ‘합병이 부결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단호한 어조로 “플랜B는 없다. 이번에 꼭 성사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물산 주주 입장에서 본다면, 삼성 측이 제시한 합병 비율(물산 0.35 : 제일모직 1)은 불리하다’며 조정 가능성이 있는지를 물었고, 합병이 부결될 경우 삼성의 대응방안, 중간 배당 여부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했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투자위원들에게 한 말을 문제삼았다.

    특검은 “홍 전 본부장이 ‘합병이 무산되면 (여론이) 해지펀드(엘리엇)에 국부를 팔아먹은 이완용으로 (공단을) 몰아세울 것’이라고 말한 사실이 있다“며, ”위원들에게 찬성의견을 낼 것을 사실상 강요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특검의 추궁에 홍 전 본부장은 자신이 한 말의 진위를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당시 투자위 위원들에게 한 말은 ‘찬성하면 삼성 편, 반대하면 이완용’으로 몰아세워질 것 같으니, 잘 결정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였다.”

    특검의 기본적인 판단은 이렇다.

    “이재용 부회장을 면담한 홍 본부장은, 삼성 합병 안건을 통과시키기 위해, 이 문제를 외부 인사로 구성되는 전문위원회가 아닌, 내부 인사가 심의하는 투자위원회에 회부하도록 분위기를 주도했으며, 투자위원들에게 심리적 압력을 가해 찬성 표결을 이끌어냈다.”

    같은 사안이지만 변호인단이 이 쟁점을 바라보는 시각은 전혀 다르다.

    변호인단은, 물산과 모직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에 따른 결정으로, 이를 특혜로 판단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변호인단은 삼성 합병 안건을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에서 심의·의결한 것은, 연금공단 기금운용지침 및 의결권 행사지침에 따른 것으로, ‘정상적인 절차’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물산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시나리오 중 하나라는 특검 측 주장에 대해서도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은 2014년 5월 이전부터 삼성전자 및 생명에 대한 지배력을 충분하게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물산 합병은 그룹의 경영권 승계나 지배력 강화와는 관계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23일 열린, 노홍인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선임행정관에 대한 증인신문 결과도 특검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특검은 이날 노 전 행정관에 대한 신문에서, 상급자인 최원영 전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이 “사실상 삼성 합병에 찬성표를 던질 것을 지시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나타냈다.

    특검은, 최원영 전 수석이 비서관회의를 하면서, 삼성 합병 사안을 챙겨보라는 지시를 내린 사실에 주목했다. 특검은 최 전 수석의 지시를 ‘국민연금에 대한 사실상의 외압’으로 판단한 듯 했다.

    이에 대한 증인의 답변은 특검의 기대치를 밑돌았다.

    증인은 “최 수석의 지시는 삼성 합병이 당시 현안이었기 때문에 챙겨보라고 한, 통상적인 지시였다”며 “특별한 의미를 가진 지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증인은 “최 수석이 따로 불러 지시를 한 것도 아니고, 공개회의 석상에서 언론 동향 보고를 받는 도중에 한 지시였다”고 덧붙였다.

    증인은 최 전 수석으로부터 “대통령이 지시했다는 단어를 들어본 적도 없었으며,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함께 있는 김기남 행정관에게 내가 ‘이런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검은 “삼성 합병 건에 찬성하라는 대통령의 말씀 혹은 수석의 지시를 들은 사실이 없었느냐”고 캐물었으나, 증인은 “대통령 이름이 언급된 사실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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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①]
    순환출자고리 해소 관련 전 공정위원장, 부위원장 증인신문 요약 정리.

    ▲김학현 前 공정위 부위원장 증인신문 中

    특검 :
    전원회의 결과 10번고리 ‘형성’ 의견이 모아졌는데, 증인뿐 아니라 강화의견을 낸 사람이 9명 중 몇 명인가?

    증인 :
    쟁점에 대해 이OO 비상임위원이 먼저 ‘형성’이 아닌 ‘강화’로 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저는 ‘강화’로 보는 게 합리적일 수 있고, ‘형성’으로 보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지우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해석을 만들어주면 회피가 가능하다. 그러니까 부담이 되 는 측면이 있지만 기업이 회피할 수 있으니 ‘형성’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고 했다.

    특검
    12월 16일자 부위원장, 고OO 김OO 비상임위원은 1안(‘형성’의견), 김OO 위원도 1안으로 바꿨다. 쟁점2에 대해서는 이OO 위원 외에는 모두 ‘형성’으로 보는게 다수의견이었죠
    일지를 보면 증인도 1안으로 돼 있는데 결론은 어떻게 났는가?

    증인
    1안(형성)으로 보는게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긴 하지만,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더라도 미리 해석기준을 알게 되면 기업들이 다 회피하기 때문에...큰 부작용이 없어 ‘형성’으로 봤다.

    특검 :
    증인 (전원회의 뒤) 검토보고서에 자필로 수정하면서, ‘강화’로 보는 방안도 추가해서 위원장에게 올리라고 지시했죠.

    증인 :
    이중고리이기 때문에 기업에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마지막 검토보고서를 올릴 때, ‘강화’로 보는 방안도 추가해서 올리라고 한 것이다.

    특검 :
    ‘형성’이라고 보는 것에 확신이 서지 않으니 2안(강화)도 함께 올려 위원장 결재 받으라고 한거죠.

    증인 :
    맞다.

    특검 :
    ‘형성’으로 판단하면 처분 주식수가 900만주, ‘강화’로 보면 그 수가 500만으로 줄지요?

    증인 :
    맞다.

    (중략, 판단을 바꾼 이유를 묻는 특검 질문에 대한 증인 답변)
     
    증인 :
    그렇지 않아도 꺼림칙하고 계속 고민하던 차에 이중고리는 기업이 도저히 회피할 수 없어서, 제가 말한 논리엔 안 맞는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안 되겠다 싶어서, (판단이) 잘못됐구나 자책감이 생겨, 마침 실무자가 보고서를 가지고 왔길래 ‘2안(강화로 보는 방안)도 넣어라, 이중고리 모순이 있지 않느냐’하면서 고치라고 했습니다.

    (중략)

    특검 :
    최경환 부총리는 위 가이드라인을 보고 뭐라고 했나?

    증인 :
    별 말씀 안하고 제 의견을 물어봤다.

    특검 :
    증인이 법리적으로 보면 양쪽 안 모두 가능하지만 2안(강화)이 더 합리적이라고 했죠.

    증인 :
    네.

    특검 :
    청와대나 삼성으로부터 무리한 부탁받고 결과 바꾼 것 아닌가요? 

    증인 :
    전혀 아닙니다.

    변호인 :
    재검토결과 종전 검토결과에 문제있다고 생각했습니까?

    증인 :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변호인단 : 
    신규순환출자 ‘형성’으로 보는 게 공정거래법 적용제외 규정에 반한다는 말이죠. 

    증인 :
    네. 저도 사실은 의외였습니다. 실무자들이 실수를 거의 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형성’으로 보고해서 맞겠다고 생각했고, 그런데 계속 보면서 의문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변호인단 :
    삼성 미전실 김종중 사장이 민원을 제기한 것을 계기로, 공정위 10월14일자 검토결과에 혹시 하자가 있나 살핀 것은 사실이지만, 김종중이 원하는 대로 검토한 건 아니죠.

    증인 :
    물론입니다. 해석은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니까. 

    변호인단 :
    당시 내부적으로 위원장 결재상태였지만 아직 정식 공문 발송 안했고 재검토 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죠. 공정위의 유권해석은 기업에게 가이드라인이 된다는 점에서, 중대한 오류가 있음에도 그대로 통지되는 게 더 잘못이라고 생각했죠?

    증인 :
    네.

    변호인단 :
    통화 내역 제시한다. 이에 따르면, 증인이 김종중 사장 만난 11월17일 무렵 최상목 전 청와대 비서관과는 통화한 사실이 없지요? 

    증인 :
    네. 11월21일(전원회의 이후) 전화할 때, 최상목 비서관이 “법대로 원칙대로 하십쇼. 기업 편의 봐줄 필요 없습니다”라고 해서, “내가 왜 봐주느냐”고 했습니다. 

    변호인 : 증인 특검에서 ‘김종중 사장에게 종전 보고서 재검토 요청받았고, 최상목 비서관에게도 이런 전화받았고, 삼성 측에서 청와대에도 민원 제기한 것으로 추측합니다’라고 진술했는데요.

    증인 :
    제가 한 말이 아닙니다.

    변호인 :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입니다. 내용을 보면, 경제적 파급효과가 중대한 안건은 전원회의에서 심의·의결한다고 규정돼 있습니다.
    공정거래위 사건절차와 관련해서 묻겠습니다. 회의 운영 등 규칙인데 전원회의 의결 심의사항이고, 3항을 보면 위원장 등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사건을 전원회의에 부의할 수 있다 고 돼 있습니다.

    증인 :
    네. 제가 법조문을 다 알지는 못합니다.
     
    변호인 :
    석동수 제2회 진술조서입니다. 석은 특검에서 소관 법령에 대해중 중요사항은 국장전결이지만, 본건은 사안이 중요해 위원장 최종 결재 받았다고 하는데 맞습니까? 
    앞에 법조문 보여드리고, 사건처리 절차 등에 관한 절차 설명했는데, 이것(삼성 합병 건)은 전원회의에서 다뤄야하는 문제 아닌가요? 

    증인 :
    그렇게 해석할 수 있습니다. 

    변호인 :
    정재찬 위원장 진술조서입니다. 결정된 사안이라도 대외적으로 발표가 안 됐고, 중대한 오류가 있다면 수정할 수 있다고 진술했는데 동의하시죠.

    증인 :
    맞습니다.


    ▲정재찬 前 공정위원장 증인신문 中

    특검 : 전원회의에서 형성 혹은 강화로 결정하는데 있어 어느 정도 수렴됐나?

    증인 : 의결 사안이 아닌 '토의 사안'에서는 결론을 내지 않는다고 제가 여러 번 이야기 했습니다.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특검 :실무진은 계속해서 1안(형성)이 맞다고 보고했지요?

    증인 :
    네.

    특검 :
    석동수로부터 보고 받은 증인은 “1안처럼 900만주를 처분대상으로 하면 정부 비판이 있고, 2안 500만주를 하면 국회-여론 비판 있을텐데 어느 게 나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던데?

    증인 :
    맞습니다.

    특검 :
    증인이 이렇게 말한 걸로 봐서, 김학현-최상목 통화 이후 갑자기 끼워 넣은 2안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결재 안한 거 아닙니까?

    증인 :
    아닙니다. 정부 비판 받을 거에 대해 걱정한거는, 모든 장관들이 경제살리기 위해 매주 경제장관 회의 참석하는데, 저런 사안을 공정위만 판단해가지고 마음대로 결정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시장에 주는 충격 등 감안했을 때 좀 맞지 않아서 그래서 고민했던 것이고. 한편 2안으로 갈 경우 갑자기 변경된 사안에 대해, (특히 처분 물량이 줄었다는 부분)타당성의 여부를 떠나서 언론의 비판이 클 거라고 생각해서 당연히 고민한 것입니다.

    특검 :
    김학현 부위원장은, “부총리에게 물었더니 2안(강화)으로 해도 되는 것 아니냐고 해서 ‘알겠다. 위원장께 보고하겠다’”고 했는데?

    증인 :
    내가 보고받은 내용은, “경제부총리한테 보고했더니, 왜 이런걸 나한테 보고하느냐, 공정위에서 알아서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검 : 그러고 나서 500만주 처분하는 2안으로 최종 결정했지요?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증인 :
    그 사이 부총리 포함 많은 의견 듣고 고심한 후, 분명 실무자한테 물어봤습니다. “1안과 2안의 차이가 뭐냐”고.
    그래서 1안(900만주 처분)으로 갔을 경우 주식을 갑자기 대량으로 팔아야 하기 때문에 주가하락으로 인한 소액주주 피해 등 시장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들었고, 2안(500만주 처분)으로 갔을 땐 갑자기 처분금액 바뀐 거에 대한 비판 받을 것 같다는 이야길 들었습니다.
    그래서 1, 2안 장단점 말고, 1안은 법리해석상 가능하고 2안은 불가능 한 것이냐, 아니면 둘 다 가능한 것이냐 그 부분에 대해 물었습니다.
    그런데 다들 하는 이야기가 “두 가지 안 모두 법리해석상 가능하긴 하다, 다만 여러 비판의 소지로 인해 위원장님이 최종판단 하셔야 된다” 이런 보고를 받았습니다.
    전 900만주, 500만주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즉 특정 기업에 해당되는 부분이 문제가 아니라, 진짜 우리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고심을 많이 했고, 그래서 2안을 최종 결정했습니다.


    특검 : 혹시 청와대 요구 때문에 2안으로 결정한 건 아닙니까?

    증인 :
    절대 아닙니다. 난 안종범 수석하고는 대면조차 안합니다. 청와대 국무회의 1달 1번 있는데, 한 15분 전 도착해서 다과 마시다가 시간되면 들어갑니다.
    난 성격적으로도 그렇고 청와대 수석들하고 거의 대화도 없고 아는 체도 안합니다. 늘 한쪽에 서서 가만히 있다가 악수나 하고 그런 정도다. 그런 내가 BH하고 껄끄러워 질까봐 2안으로 결정을 하진 않습니다. 

    (중략)

    변호인단 :
    이번 경우처럼 결재는 했지만 기업에 통보는 하지 않은 상태에서 오류가 발견된다면, 그래도 시기에 맞춰 통보를 해야 합니까?

    증인 : 시행이 안됐을 경우엔 당연히 재검토해야 합니다.

    변호인단 : 전원회의 당시, 김학현 부위원장 기타 상임위원들이 각 쟁점별로 토론할 때, 삼성의 유·불리가 아니라 공정거래법9조에 초점 맞춰 판단한 거죠?

    증인 : ‘가이드라인 안’을 만드는 자리였습니다.

    변호인단 : 전원회의 토의 자체가 개별사안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가이드라인 정하는 거라, 개별 기업을 염두에 둔 토의가 아니었단 거죠?

    증인 :
    그렇습니다.

    재판장 :
    증인은 초기부터 일관되게, 실무적 쟁점에 대해선 확신도 없고 내용 모른다고 했는데, 최종적으로는 일단 결재를 했지 않은가? 최종 결정 할 때 기준은 무엇이었습니까?

    증인 : 만약 2안(강화)에 법리적 문제가 있었다면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을 겁니다. 무리수가 있었다면 애초 거들떠도 안 봤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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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집자 주②]
    국민연금 ‘삼성 합병 안건’ 심의 관련, 김기남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실 행정관 증인신문 정리. 

    변호인단 :
    증인은 관련사건에서, ‘보건복지부에서 전문위에 찬성방안을 검토했는데, 전문위에서 찬성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투자위 자체 결정에 대한 검토를 했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했는데, 이것 역시 추측인가요?

    증인 :
    그렇습니다. 투자위/전문위 장단점에 대해 분석했고, 결론은 투자위로 결론이 났기 때문에 특검이 제시한 자료를 보고 그렇게 추측을 했습니다.

    변호인단 :
    당시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전문위 회부 가능성을 배제한 것이 아니라, 원칙(지침)에 따라 투자위가 의결을 하되, 다만 찬반이 과반수 이상 나오지 않는다면 전문위에 부의하기로 한건데 이런 내용을 알고 있나요?

    증인 :
    저 내용에 대해서는 모릅니다.

    변호인단 :
    특검조사 당시 저런 과정에 대해 설명들은바 있습니까?

    증인 :
    아닙니다. 이거 처음 보는 내용입니다.

    변호인단 :
    증인, 투자위원회 명단 알고 있었나요?

    증인 :
    몰랐습니다.

    변호인단 :
    그럼 보건복지부 등에서도 투자위원회 위원들의 성향 등 보고받은 바 있습니까?

    증인 :
    그런 사실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