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진보·좌파 대통령과 공화당 대통령의 만남, 좋지만은 않았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만나 19초 동안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 만나 19초 동안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해외에 나가 외국 정상과 회담을 갖는다.

    첫 정상회담의 상대는 오랜 우방이자 혈맹인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다. '사드·문정인·웜비어'라는 3대 돌출 악재로 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치러지는 첫 정상회담이라 쉽지만은 않은 여건이라는 평인데, 두 대통령의 '악수'부터가 관심사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주에 취임 이후 첫 해외순방에 나서 정상회담을 갖는다. 오는 28일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해 내달 2일까지 현지에 머물며 트럼프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한다. 백악관에서의 환영만찬과 양 정상의 공동기자회견도 일정에 포함될 전망이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사드 배치를 둘러싼 이견 △문정인 외교안보특보의 돌출 발언 △미국 대학생 웜비어 고문치사 등의 악재가 터졌을 뿐만 아니라 양 정상의 스타일이 워낙 상반된다는 분석이라 우려가 교차한다.

    우리나라의 진보·좌파 대통령과 미국 공화당 대통령과의 역대 정상회담은 항상 순탄치 않았던 것도 문제다.

    미국의 정권이 민주당의 빌 클린턴에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 교체된 뒤, 처음 열린 2001년 한미정상회담에서 우리나라의 김대중 대통령은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부시 대통령에게 햇볕정책을 강의하려 들다가 낭패를 맛봤다. 부시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 도중 김대중 대통령을 가리켜 'This Man(이 양반)'이라는 호칭까지 썼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BDA(방코델타아시아)에 예치된 북한 계좌의 동결 해제를 의제에 올려 요구하다가 부시 대통령에게 일축당하는 쓰라린 경험을 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당시 미 대사는 "내가 겪은 최악의 사례"라고 회고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딴청을 피우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백악관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악수 여부를 묻는 질문에 딴청을 피우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이런 점을 돌이켜볼 때,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첫 만남도 제반 상황과 여건이 좋지만은 않다는 분석이다.

    비단 당적(黨籍) 뿐만이 아니라 살아온 삶의 궤적도 극과 극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러한 악재와 스타일의 차이를 뚫고 첫 정상회담이 성공적이 될지는 만남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악수 장면'을 보면 미리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악수 외교'는 이미 국제사회에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만남 때에는 사진기자들의 요청과 "악수할까요"라는 메르켈 총리의 물음에도 못 들은 척 하면서 끝내 악수를 하지 않았다.

    이 때 시작된 냉랭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막대한 대미무역흑자를 올리는 독일을 "아주 아주 나쁘다"며 원색적으로 비판하고, 나토에 가맹한 서유럽 국가들이 GDP 대비 2%까지 국방비를 증액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며 강공을 펼쳤다.

    이후 메르켈 총리도 "지난 며칠간 경험한 바로는 유럽이 다른 이에게 의존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며 "유럽은 우리의 운명을 우리 손에 맡겨야 한다"고 '미국과의 결별 선언'에 준하는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날리는 등 대서양 양안 관계는 점차 멀어져가는 듯한 분위기다.

    반면 핵심 동맹국인 영국·일본 총리와는 악수를 통해 친근감을 표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악수하면서 왼손으로 손등까지 토닥였다. 마치 상하 관계의 악수에서 나오는 모양새라 결례라는 일각의 지적도 있었지만, 경영인 출신으로 외교적인 격식을 중요치 않게 여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로 보면 최상의 우호감을 표현했다는 분석이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의 미국대사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서로 이를 악물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벨기에 브뤼셀의 미국대사관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만나 서로 이를 악물고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아베 신조 일본 내각총리대신과는 무려 19초 동안이나 악수를 했다. 사진기자들이 "이제 됐다"고 할 정도였다.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미·일 정상은 이후 플로리다주 팜비치로 이동해 27홀 라운딩을 가졌다. 미일 정상의 골프 회동은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기시 노부스케 총리가 1957년 가진 뒤 60년 만에 성사된 것이다. 게다가 기시 노부스케 총리는 아베 총리의 외조부라는 점에서 더욱 감회가 새롭다는 평이다.

    일본은 독일보다도 더욱 막대한 대미무역흑자를 올리고 있는 국가이지만, 정상회담의 의제에서 양국간 환율 조정의 문제는 제외되는 등 성공 조짐이 역력했다. 공동성명에서 중국의 침략 위협을 받고 있는 센카쿠 열도가 미일안보조약의 적용 대상임을 명기한 것은 일본 안보외교의 일대 쾌거로 평가된다.

    '악수 외교'에서 맞대응을 한 사례로는 캐나다의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있다.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트뤼도 총리는 악수를 하면서 왼손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오른어깨를 잡아 '끌어당기기식 악수'를 미연에 방지했다. 이에 트럼프도 자신의 왼손으로 트뤼도 총리의 오른어깨를 맞잡으며 친근감과 함께 지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에 트럼프 대통령을 당선 이후 처음 만난 마크롱 대통령은 악수를 하면서 서로 이를 악물고 6초 동안 놓아주지 않는 등 마치 '악력 대결'과 같은 모양새를 연출했다.

    우리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악수'에서부터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악수에서 세(勢) 대결을 펼쳤던 캐나다와 프랑스가 이렇다하게 얻어낸 것이 없는 반면 '끌어당기기'를 포함한 19초 간의 악수를 나눈 일본은 미일정상회담을 통해 막대한 실리를 챙겼다는 점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