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모래알 부대로는 전투 안 돼… 국민의 눈에서 혁신 할 것"보수 정체성 강조한 학자… '웰빙정당' 이미지, 껍데기부터 바꾼다
  • ▲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가 10일 임명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자유한국당의 혁신위원장으로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가 10일 임명됐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10일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를 당 혁신위원장으로 선임, 탄핵정국으로 무너진 보수 재건의 주춧돌을 놓았다.

    그간 인기영합주의적 행태를 보였던 모습에서 벗어나 이념적 정체성을 분명히 하는 방향으로 당을 혁신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신임 대변인은 10일 브리핑을 통해 "오전 최고위원회 협의를 거쳐 혁신위원장에 류석춘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를 임명한다"며 "혁신위원회는 10명 안팎의 외부인사로 구성되며 위원장은 위원 선임에도 전권을 부여받을 것"이라 밝혔다.

    강 대변인은 "류 교수는 우파학계의 대표적 학자이기도 하지만 늘 비판적 시각에서 보수와 보수정권이 나아갈 길을 제시해온 합리적 인사"라며 "보수의 가치를 재정립하고 한국당의 새 기틀을 마련해 당 대표의 혁신의지를 최우선 실현할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이어 "(홍준표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 회의에서)당 대표도 혁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당을 혁신하지 않으면 당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했다"며 "외부의 시각에서 당을 전면적으로 혁신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처럼 류석춘 교수가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자유한국당에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홍준표 대표의 문제 인식 때문으로 해석된다.

  •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당 혁신 의지를 밝혔다.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9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당 혁신 의지를 밝혔다. ⓒ홍준표 대표 페이스북 화면 캡처

    홍 대표가 이번에 영입한 류석춘 교수는 이미 20대 총선 패배 이후인 지난해 5월 2일 새누리당의 나아갈 길을 '확실한 이념적 정체성'으로 정의내린 인사다.

    그는 보수싱크탱크 민간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정책토론회에 발제를 맡아 당시 새누리당에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참패한 것은 새누리당 의원들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입법 행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헌정질서를 수호하고 보수적 가치를 구현해야할 새누리당이 시급히 완수해야 할 과제는 어설픈 중도 실용이나 이념적 좌클릭이 아니라 보수정당본연의 이념적 정체성을 확고히 세우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특히 "이념적 정체성이 모호한 의원 중 절반 가까이가 공천을 받아 20대 의원으로 당선되고, 총선 이후 위기를 맞은 새누리당의 개혁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홍준표 대표가 직접 당 혁신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 부담이 적지 않다. 당내 주류를 형성하고 있는 친박계가 '친박 청산 시도'라며 반발할 가능성도 있어서다.

    실제로 강 대변인은 같은 자리에서 "오늘 홍 대표가 회의에서 '늘 당내부인사가 지금까지 혁신안에 대해 반대해왔기 때문에 당 혁신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런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고 소개했다. 외부 혁신위원장에 전권을 주는 방식으로 친박계의 반발을 잠재우면서도 혁신을 이어가겠다는 게 홍 대표의 구상이라는 설명이다.

    홍 대표는 앞서 지난 9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모든 가치가 허물어진 폐허"라며 "무에서 다시 시작하는 각오로 국민의 눈으로 혁신하겠다"고 했다.

    나아가 "모래알 부대로는 전투를 할 수가 없다"며 "폐허에서 새롭게 재건하는 자유한국당은 이 땅에 대한민국을 세우고 산업화하고 문민정부를 수립하고 선진국 문턱까지 오게 한 자랑스러운 정당의 후예 답게 국민 앞에 다시 우뚝 설 것으로 믿어마지 않는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