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적으로 시험 점수 올라가면 분별력 없어지는 것 아니냐" 학생 반발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중고 시험 오픈북 검토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중고 시험 오픈북 검토를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초··고교 시험을 오픈북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고 언급하자 일부 학생과 교사들 사이에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오픈북 시험'은 학생들이 시험을 볼 때 교과서를 참고하면서 문제를 풀 수 있도록 한 교육 제도다

    앞서 조희연 교육감은 지난 10일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취임 3주년 기자회견에서 "학교 시험을 오픈 북으로 치르면 어떨지 고민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평가혁신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해 오픈 북 시험 도입을 포함해 과정중심 평가서술·논술형 평가 등 다양한 대안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중학생들의 경우 만약 오픈북 시스템이 도입되면 현재의 절대평가 시스템만으로 학업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정OO(16) 군은 "현재까지는 중간·기말고사 성적표에서 과목별 점수와 총계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오픈북이 도입되면 앞으로는 과목별 점수도 큰 의미가 없게 될 것"이라며 "이는 수능을 준비하는 과정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OO(16·양은 "앞으로 책을 보면서 시험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전체적으로 시험 점수가 올라가니까 분별력이 없어지게 돼 몇등인지 확인하는 의미가 퇴색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11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중학교를 직접 찾아 '오픈북 시험에 대해 찬반 여부'를 학생들에게 물어본 결과 대다수가 "시험이 쉬워질 것 같다"는 이유로 찬성 의견을 냈다

    하지만 성적이 상위권인 학생들의 의견은 달랐다. 상위권 학생들은 "누구나 점수를 잘 받을 수 있게 되면 자신을 평가할 수 있는 방법이 없지 않을까"라며 오픈북 도입 반대 의사를 밝혔다.

    초등학교 교사들은 "오픈북을 도입하더라도 기존의 평가방식과 병행해서 이뤄져야 학력 저하를 막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의 정 모(26·교사는 "초등학교에서 오픈북 시험을 실시하게 되면 학습능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제외하고 모두가 100점을 맞을 수 있다"면서 "책을 보면서 기계적으로 답을 찾게 되면 초등학생들이 기본적으로 익히고 외워야할 최소한의 지식조차 배울 기회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단원평가(40)의 경우, 한 단원당 시험범위 분량이 16페이지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오픈북을 실시하게 되면 고득점을 받기 쉽다는 얘기다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오픈북 시험과는 분량(1,000p)과 내용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있어 사안을 분리해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교사는 이어 "특히 초등학교 학생들은 주도적인 학습 의지가 부족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해 질 것으로, 모든 시험에 오픈북을 도입하는 건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육개발원 서예원 연구위원은 "일부에서는 암기식 교육을 비판하고 창의적인 교육이 전 세계적인 교육 방향이라고 주장하는데 오도가 되면 안 된다"면서 "오픈북 시험 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발표가 안 돼서 모르지만 학생들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지식을 모아둔 교과서만큼은 체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픈북 시스템토론식 수업발표식 수업 등 창의성을 길러주는 교육 시스템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풍부한 재료와 소스를 학생들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면서 "초등학교 때부터 이런 기초지식의 기반을 갖출 수 있도록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