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단체 반발 "정치적 중립 원칙 훼손되면 학습권과 교육주권 침해"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등 시국선언을 한 서울지역 교사 14명의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대해 징계의결요구를 철회했다. ⓒ공준표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등 시국선언을 한 서울지역 교사 14명의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대해 징계의결요구를 철회했다. ⓒ공준표 기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징계하지 않겠다고 밝혀 파장이 예상된다. 교육감의 과도한 법 해석, 교원의 중립성 의무 훼손, 법 절차의 문제, 교육청의 정치화 등 비판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11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전교조 서울지부 소속 교사 5명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교육청 측은 징계위에 회부된 교사 5명을 포함한 총 14명의 징계 대상 교사 전원을 징계위원회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교사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처벌하는 것은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조희연 서울교육감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희연 교육감은 "당초에는 시국 선언 교사들을 경징계하는 방안을 생각했는데 탄핵을 거치고 지금 상황(정권 교체)으로 되더라"면서 "정치적 맥락이 바뀌면 법 해석도 달라지는 것 같다"고 했다.

    교육부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6월 '시국 선언'에 참여한 교사들을 '국가공무원법상 정치 운동 및 집단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은 전국의 시국선언 교사 287명에 대한 기소유예·약식기소·불구속 기소 등의 공무원 범죄 처분결과를 각 시도교육청에 지난 5월 통보했다.

    교육공무원 징계령 제64항에 따르면 '3항의 규정에 의하여 징계사유를 통보받은 교육기관등의 장은 상당한 이유가 없는 한 1월 이내에 관할 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을 요구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징계위원회를 취소했다. 사실상의 면죄부였다.

    보수성향 교육단체는 조희연 교육감의 이러한 결정이 교육 환경에 정치적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 김재철 대변인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문제 삼으며 "교육부가 지난 정권까지 법이 명시한 교원의 중립성 의무를 어겼다고 판단해 징계위원회를 개최를 결정한 사안인데 (11일 징계위가 취소되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꼴"이라면서 "향후 이와 같은 일이 발생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절차상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김재철 대변인은 "교육감은 징계위원회를 취소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면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 법을 잘못 해석한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검찰이 통보를 했으면 교육행정기관의 장은 1개월 안에 무조건 징계위원회에서 의결을 요구해야 한다"면서 "수사기관이 독립적이고 여러 명이 수사를 해 범죄처분의 결과를 통보했는데 교육감이 (징계위 취소한 것은) 법을 맘대로 해석하고 무시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이번 징계위 취소와 관련해 "검찰의 통보에 따라 징계 의결을 요구하는 것이 법 절차에 맞지만, 세월호와 같은 사회 현안에 의견을 밝혔다는 이유로 징계한다면 부적절하다는 것이 교육감의 정치적 판단"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취소의 법적 근거로 교육공무원 징계양정 등에 관한 규칙을 들었다.

    하지만 <뉴데일리>가 살펴본 결과 이 징계양정 규칙의 제233호에는 '4조 제2항에 따른 감경 제외 대상이 아닌 비위 중 직무와 관련이 없는 사고로 인한 비위로서 사회통념에 비추어 공무원의 품위를 손상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 징계를 의결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즉 교육청이 근거로 제시한 조항에는 교육감이 징계위원회를 취소할 수 있다는 규정이 없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교육감이 정치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법에 따라 결정을 하지 않고 정치적 판단만으로 행정처리를 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했다.

    학부모 단체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교사의 정치적 중립성이 무시되는 교육 환경 속에서 자녀들이 편향적인 시각과 가치관을 가질 수 있어서다.

    21세기교육연합 조형곤 대표는 "공무원이 중립성 가치가 사회에서 존중되지 않으면 학생들의 교육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지금 우리나라 교육과정이 좌편향 교육이라는 지적이 많이 나오는 만큼 교사들이 박근혜 정권 퇴진 시국선언을 한 것은 엄연한 정치행위이므로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를사랑하는학부모모임 최미숙 대표도 "교육감은 공적인 업무를 처리하는 자리인데 개인 집안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법과 원칙을 무시하면 안 된다"면서 "학생 교육에 충실하기 위해 세운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이 훼손되면 학생의 학습권과 학부모의 교육 주권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최미숙 대표는 "과거엔 진보 교육감이 재량권을 이유로 교원 징계를 회피해도 교육부가 다시 징계를 요구하곤 했는데 지금은 교육청도 그렇고 교육부도 그렇고 학부모들이 믿을 곳이 없다"며 "법 위에 전교조가 있고, 법 위에 교육감이 있느냐"라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