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행 불일치, 추경 위한 文대통령 시정 연설도 소용 없었다
  • 국회는 토요일인 22일 오전 본회의를 소집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국회 본회의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국회는 토요일인 22일 오전 본회의를 소집했다. 정부가 제출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키고 있는 국회 본회의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더불어민주당 소속 26명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의 첫 추가경정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 22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그동안 정부·여당이 신속한 추경 통과를 외치던 것과는 다른 언행불일치의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정부·여당은 안정적인 국정 스타트를 위해 이번 추경을 통과시키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민주당은 추경에 반대하는 야3당에 신속한 처리를 해달라고 거듭 부탁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추경 편성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국회의 협조를 요청하는 시정연설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추경 처리를 위한 본회의에서 발목을 잡은 건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었다. 본회의는 추경 처리를 위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잠정 중단 사태가 벌어졌다. 

    이날 민주당의 진두지휘 아래 국민의당·바른정당은 새벽 예결위 소위와 전체회의, 본회의까지 열어 추경을 처리하는 데 합의 했다. 하지만 민주당 의원들이 대거 불참하며 의사정족수 150명에 미달해 본회의가 지연됐다. 


  • 박주민, 표창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표결에 앞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 박주민, 표창원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52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표결에 앞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사진 DB

    본회의에서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이 한국당 장제원 의원을 둘러싸고 '재석 버튼을 누느라'고 압박하는 웃지 못할 모습이 연출됐다. 장제원 의원은 한국당이 별도 회의장에서 본회의 참석 여부를 놓고 토론하는 동안 홀로 본회의장에 앉아 있었다.

    민주당 지도부와 청와대가 애써왔던 추경 처리에 소속 의원들이 지나치게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특히 이번 '본회의 지연 사태'는 정부·여당이 추경을 급하게 통과시킨 것 아니냐는 지적에 힘만 실어주는 꼴이 됐다.

    한편 바른정당이 공개한 본회의 불참 민주당 의원들은 강창일, 강훈식, 금태섭, 기동민, 김영호, 박병석, 박용진, 서형수, 송영길, 신창현, 심기준, 안규백, 안민석, 우상호, 위성곤, 이석현, 이용득, 이원욱, 이종걸, 이철희, 전해철, 전현희, 정춘숙, 진영, 홍의락, 황희 의원 등이다. 

    친문(親文) 성향 의원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이 눈길을 끈다. 

    일부 의원들을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공무상 일정 등 불참 사유를 공개했다. 송영길 의원은 광주에 예정된 대중 강연에 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석현 의원은 한국-싱각포르 국제회의에 한국 의원 대표로 참석해 불가피하게 본회의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안민석 의원의 경우 최순실 일가의 은닉 재산을 추적한다며 독일 등을 방문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추경 본회의 표결 처리 과정에서 소속 의원들이 대거 불참한 데 대해 고개를 숙였다. 불참 소식이 알려진 이후 비난 여론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박 원내수석대표는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회기 중 출장에 대해 분명한 원칙이나 기강을 확립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가 합의해서 (추경을) 처리하겠다고 하니까 지방 일정이 있는 의원들 중 본인이 꼭 참여하지 않아도 되겠구나, 이런 정황이 있었던 것 같다"며 "꼼꼼하게 단속하지 못한 불찰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박홍근 원내수석대표에 따르면 민주당은 개개인의 표결 불참 이유를 조사한 후 결과를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