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 확정된 우표가 재심의되거나 취소된 것은 최초 사례
  •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취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 박정희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취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100일을 기념한 우표가 발행되는 가운데 고(故)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 취소를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이하 우본)는 9일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염원하는 국민 기대를 담아 19대 대통령 취임 기념우표를 17일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행되는 우표는 기념우표 500만장, 소형시트 50만장, 기념우표첩 2만부로 우표가격은 기념우표 330원, 소형시트는 420원, 기념우표첩은 2만 3,000원이다.

    기념우표첩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유년 시절부터 세월호 단식, 촛불집회 참여 등의 활동 모습도 담겨 있다.

    고(故) 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 발행이 갑자기 취소된 지 한달만에 문재인 대통령 취임우표가 발행되자 형평성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고 있다.

    당초 지난해 4월 구미시청은 우본에 박정희 대통령 100주년 탄생기념 우표발행을 신청했고 우본 우표발행심의위원회에서는 만장일치로 이를 결정했다.

    그러나 돌연 지난달 12일 재심의를 거쳐 우표 발행이 철회됐다. 우본은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 우표발행의 적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 이같이 결정했다"고 철회 배경을 밝혔다.

    인터넷상에서는 "정치적인 이유가 아니냐"는 지적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이제까지 발행이 확정된 우표가 재심의되거나 취소된 것은 이번이 최초이기 때문이다.

    우정사업본부 우편정책국의 한 관계자는 "재심의 규정이 없는 것은 맞지만 최근 시민단체, 더불어민주당 등에서 굉장한 반발이 있었고 그로 인해 심의위원들이 여러 생각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당초 심의위원들이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 탄신기념우표 발행 채택을 한 것은 분명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이라면서도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강한 요구가 들어오는 상황에서 검토를 하지 않을 수 없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정권교체로 인한 사회 분위기 등 외부 압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대목으로 풀이된다.

    해당 논란과 관련해 바른사회시민회의 박주희 사회실장은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을 분리해서 봐야한다"며 "탄핵이 아니었다면 우표발행 결정이 번복되는 일이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러한 우표 발행 철회가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당초 우표 발행을 신청했던 경북 구미시는 지난달 18일 절차적 위법성을 주장하며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재경 구미시향우회'와 '(사)박정희대통령생가보존회'는 '박정희 대통령 탄생 100돌 기념우표 발행촉구 10만 서명운동'에 나섰다. 서명운동은 서울역에서 8일부터 13일까지 6일간 진행된다.

    야권에서는 '정치적 보복'이라는 반응도 쏟아내고 있다. 자유한국당 백승주 의원, 장석춘 의원은 9일 서명운동에 동참해 박정희 대통령 기념우표 철회를 비판했다.

    백승주 의원은 "정권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기념우표 발행 사업을 백지화하는 것은 매우 퇴행적인 정치 행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장석춘 의원은 "우본은 조속히 기념우표 발행을 정상화하라"고 촉구했다.

    권오을 바른정당 최고위원은 10일 "박정희 전 대통령 탄신 100주년 기념우표는 발행돼야 한다"고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권 최고위원은 "모든 국가 기관이 전 정권에서 결정한 국가 시책을 정권 교체와 정치환경 변화에 따라 변경한다면 국가 영속성과 정책의 일관성을 심히 훼손해 국민 갈등을 증폭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의원은 "대통령 취임 기념 우표발행이 관례적이긴 하지만 국가적으로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는 점에서 지금은 한가하게 기념우표나 만들고 있을 때가 아니다"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 취임우표 발행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다양한 반응을 쏟아냈다. 트위터 등을 중심으로 "문재인 대통령님 기념우표 갖고 싶은데 경쟁자가 많을 것 같다"는 긍정적 반응과 "문재인과 김정은 같은날 기념우표 발행", "아무리 부정부패 인사를 뽑아도 지지자들은 눈귀를 닫고 환호한다", "박정희 우표 발행은 취소하더니 문재인 우표는 발행하나" 등의 싸늘한 시선이 교차하고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우표 발행 소식이 전해진 9일, 북한에서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 시험 발사 성공을 기념하는 '김정은 우표'를 발행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