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과 보수합동, 국민의당과 제3세력 연대… 그의 선택은?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의원들까지 포괄하는 범(汎)정당 의원 연구모임 결성을 주도해 주목을 받았던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이 정치적 보폭을 크게 넓히고 있다.

    김무성 의원은 최근 한국당 복당파 의원 6인을 이끌고 일본에 다녀왔다. '보수합동'의 본고장 일본에서 이 문제를 동료 의원들과 심도 있게 토론한 것으로 전해져, 향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계개편의 향방과 관련해 주목된다.

    1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은 지난주 한국당 김학용 의원 등 한국당 복당파 의원 6인과 함께 일본에 다녀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일본 현지에서 보수합동의 필요성에 관해 진지한 토론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동행했던 한 의원은 "김무성 대표와 일본에서 보수의 분열에 대한 걱정을 나눴다"고 전했다.

    이들이 토론을 가진 일본은 '보수합동'의 본고장이다.

    전후(戰後) 일본 보수세력은 침략전쟁에 반대했던 요시다 시게루(吉田茂) 총리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보수세력 자유당과, 침략전쟁을 일으켰던 군부에 협력한 전력을 가진 하토야마 이치로(鳩山一郞) 총리의 권위주의적 보수세력 민주당으로 분열했다.

    자유당과 민주당이 분열한 사이, 반미 좌파 세력인 사회당이 성장했다. 심화되는 냉전 체제 속에서 미일 안보 협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데, 보수세력이 전전(戰前) 시기의 책임을 둘러싸고 자유당과 민주당으로 분열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국민과 경제계의 우려가 높아졌다.

    결국 55년, 자유당과 민주당은 전격 합당해 단일 보수정당인 자유민주당(자민당)을 결성했다. 이것이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이뤄낸 자민당의 출발점이며, 일본 보수세력 합동의 기원이다.

    이와 같은 일본 보수세력의 합동은 지금의 우리나라 보수세력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급진 세력에 정권에 빼앗겼는데도, 보수 세력은 박근혜정권 때의 국정농단과 친박(親朴) 책임론을 놓고 지리멸렬하다.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귓속말을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시스 사진DB

    하토야마 이치로 총리의 민주당이 2차대전 패전이라는 파국을 초래한 군부에 협력한 죄과가 있듯이, 자유한국당 내의 친박 세력이 박근혜정권 실패와 탄핵에 책임이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이 흠결을 이유로 보수 세력이 분열해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반미 세력과 급진 노동계는 때를 만난 듯 '촛불혁명'을 운운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나라의 고도성장을 이끌어왔던 보수·산업화 세력이 작은 흠결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분열해 있을 수만은 없고, 보수합동이 절실한 상황인 것이다.

    이와 관련, 김무성 의원의 일본행에 동행했던 한 의원도 "김무성 대표도 문재인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보수통합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심전심일 것"이라고 심경을 토로했다.

    다만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보수 중진 정치인들의 일본 회동은 단순히 '보수합동'만을 고민한 자리로 볼 수는 없다는 관측이다.

    김무성 의원의 시각에서 보면, 오른편에는 한국당과의 보수합동이라는 선택지가 있지만 왼편에는 국민의당과의 제3세력 연대라는 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급진 세력의 폭주를 효과적으로 막아내기 위해서는 보다 '큰 그림'이 필요하다. 내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무성 의원이 보폭을 넓히는 배경에는 야3당 단일후보 등을 이뤄내 집권여당 세력과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 문제 제기,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특별시장 출마 가능성을 열어둔 것, 한국당 복당파들의 보수합동 촉구,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원내지도부의 이유정 헌법재판관후보자 공동대응 연대 등 최근 일련의 움직임이 모두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박근혜정권을 적폐로 여기는 호남 민심을 근간으로 하는 국민의당은 박 전 대통령의 당적이 유지되는 한 폭넓은 야권연대의 길로 선뜻 나서기 어렵다. 홍준표 대표가 하필 '보수의 총본산' 대구에서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을 거론한 것은 이러한 점을 감안해 '양해'를 구하는 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에 내년 지방선거에서 야권에 가장 어려운 싸움이 될 것으로 보이는 수도권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출마 여지를 열어뒀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야3당 선거연대를 현실화하는 것과 관련해 가장 중요한 첫 단추에 해당한다.

    바른정당 중진의원은 이와 관련해 "일여다야(一與多野) 구도로는 내년 지방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에서 야당이 승리하기 어렵다"며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면서 전국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야3당 후보단일화를 추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 자유한국당 복당파 권성동·김학용·강석호 중진의원이 17일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홍준표 대표와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이들 복당파 중진의원 3인은 일제히 바른정당과의 보수합동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뉴시스 사진DB
    ▲ 자유한국당 복당파 권성동·김학용·강석호 중진의원이 17일 자유한국당사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앞서 홍준표 대표와 환한 표정으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 이들 복당파 중진의원 3인은 일제히 바른정당과의 보수합동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뉴시스 사진DB

    국민의당·바른정당만의 연대로는 파괴력이 약할 뿐더러 여권과의 1대1 구도도 만들 수 없다. 한국당이 후보를 내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거들어야 하는데, 최근 김무성 의원과 '연구모임' 결성을 주도한 한국당 정진석 전 원내대표, 그리고 일본에서 보수합동을 토론한 한국당 복당파 의원들의 '역할'이 필요한 지점이 바로 이 지점이다.

    복당파 의원들이 전날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일제히 지방선거를 이야기하며 보수합동의 필요성을 지적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면 의미심장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출마가 유력하며, 한국당 소속이지만 바른정당 여러 의원들과도 두루 친분이 두터워 범(汎)보수세력 합동의 키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강석호 의원이 먼저 포문을 열었다.

    강석호 의원은 "지난 100일 문재인정부의 실패하고 있는 여러 정책을 국민 앞에서 낱낱이 꼬집고 실상을 파헤치느라 노고가 많지만, 지역민들은 보수가 이렇게 갈려져 있는데 문재인정부 탓만 하고 있다고 한다"며 "우리 지역이 보수층이 아주 강한 지역인데, 가는 곳마다 보수가 이렇게 갈라져서야 내년 지방선거를 어떻게 하느냐고 묻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보수가 합칠 방안을 찾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계기가 돼야 하지 않느냐"며 "한국당이 가지는 보수의 개념과 범위, 바른정당이 가지는 보수와의 차이점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하나로 보수가 뭉칠 수 있는 대안을 지도부가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권성동 의원도 "강석호 의원이 보수의 통합을 말했는데, 우리 당이 직면한 여러 어려움을 타개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은 보수통합"이라며 "그렇게 가는 것이 보수가 하나 돼서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길이 아닌가"라고 거들었다.

    다만 김무성 의원은 한국당과의 보수합동 한 방향만 바라보고 있다기보다는, 국민의당과의 제3세력 연대의 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둔 상황에서 한국당 내의 기류 변화 등을 예의주시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는 최근 홍준표 대표가 제기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론에 관한 당내와 지지층들의 반응 관찰도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은 보수합동이나 야권연대, 야3당 후보단일화 등을 주도할 수 없는 처지에 있는데 '바른정당과 통합을 하더라도 누구누구는 안 된다' 따위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어이 없는 일"이라며 "김무성 의원이 양 갈래 길을 모두 바라보고 있는 것은 정계개편의 객체보다는 주체가 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읽힌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