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인도적 지원 단체가 제공한 약, 장마당 판매
  • 최근 북한에서는 인도적 대북지원단체가 제공한 결핵약이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7년 대북지원국제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최근 북한에서는 인도적 대북지원단체가 제공한 결핵약이 다이어트와 피부미용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사진은 2017년 대북지원국제회의 모습.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결핵약은 여러 가지 약물을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와 약사의 지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최근 북한에서는 결핵약이 다이어트나 피부미용에 쓰이고 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8일 북한 소식통들을 인용, “국제 인도적 지원단체가 북한에 제공한 결핵약이 오남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양 거주 화교 소식통은 “지인의 부탁으로 중국에서 결핵약을 종종 사서 가져가는데 결핵환자 치료용이 아니라 대부분 ‘살까기(다이어트)’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결핵약이 다이어트 약으로 좋다는 속설이 돌면서 결핵환자가 아닌 사람들이 약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이 화교 소식통은 “결핵약을 찾는 사람들 가운데는 피부미백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많다”면서 “결핵약이 다이어트나 피부미백에 효과가 있다는 말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지적했다고 한다.

    이 화교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진짜 결핵환자는 공개적으로 약을 구하지 않는다고 한다. 만약 결핵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전염성’ 때문에 주변 사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기 때문이라고.

    화교 소식통은 “이런 이유 때문에 결핵약을 다른 용도로 사용할 거라며 구하는 진짜 결핵환자도 있겠지만, 실제로도 결핵약을 미용 용도로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유엔 등 국제기구에서 지원한 결핵약은 돈만 있으면 장마당에서 구입할 수 있다”면서 “결핵약 용도는 환자 치료보다는 다이어트용으로 팔리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며 비슷한 이야기를 전했다고 한다.

    ‘자유아시아방송’은 과거 대북의약품지원사업을 벌였던 한국의 한 종교단체 인사로부터도 “외부에서 북한에 보내는 의약품 가운데 가장 비효율적으로 사용되는 것이 결핵약일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 인사에 따르면, 결핵의 경우 의사 처방에 따라 최소한 6개월 이상 약을 꾸준히 복용하고, 충분한 휴식과 영양섭취를 병행해야 하는데, 북한의 현실에서 결핵환자들이 이런 치료법을 제대로 지킬 수가 없어 약을 지원해 봤자 소용이 없다는 지적이었다.

    대북 인도적 지원단체들은 북한에서는 매년 5,000명 이상의 결핵환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10만 명당 발병률 또한 184명으로 매우 높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