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노조, 4일 총파업 앞두고 격렬한 항의 시위 '눈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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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에 MBC김장겸 사장이 입장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퇴'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에 MBC김장겸 사장이 입장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김장겸 사퇴'를 외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지상파 방송 출범을 자축하는 '방송의날' 행사장이 민주노총 산하 산별노조인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조합원들의 거센 시위로 아수라장이 되는 볼썽사나운 장면이 연출됐다. 1일 오후 한국방송협회 주최로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 기념 행사장 주변에 공영방송 경영진의 총사퇴를 촉구하는 양대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모여들면서 고성과 몸싸움이 난무하는 소동이 빚어진 것.

    행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63컨벤션센터 주변에는 KBS·MBC 언론노조 조합원으로 추정되는 상당수의 인파가 모여들었다. 이들은 '김장겸·고대영 사퇴',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고영주·이인호 해임' 등이 쓰여진 손피켓을 들고 "언론 부역자 처벌, 적폐 개혁" 등을 연호했다.

    9월 4일부터 공영방송 경영진 퇴진을 요구하는 총파업을 강행하기로 결의한 언론노조는 방송사 간부들에 대한 압박 강도를 높이기 위해 이날 오후 4시경부터 방송의날 행사장으로 향하는 건물의 모든 통로를 점령하고 행사 참석이 예정된 내빈들을 기다렸다.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가 열린 가운데, MBC 언론노조 위원장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향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가 열린 가운데, MBC 언론노조 위원장이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향해 '공영방송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김장겸 MBC 사장이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이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김장겸·고대영은 사퇴하라", "고영주 즉각 해임" 등을 외치며 몰려들었고, 일부 노조원들은 자신들을 제지하는 경호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도 보였다.

    고대영 KBS 사장이 나타났을 땐 일순간 위험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거세게 항의하는 노조원들과 경호원, 취재 기자들이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서로 뒤엉켜 일부 인원이 바닥에 넘어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진 것. 이날 항의 시위에는 KBS·MBC 양대 언론노조와 함께 SBS, 연합뉴스, 한겨레 신문 관계자들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 관계자들이 행사장에 입장하고 난 한참 후까지도 건물 로비에서는 "고대영을 끌어내리자" 같은 살벌한 구호가 울려퍼졌고, 일부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행사장 내부에서 "그만하라"고 중재를 가하는 행사 참석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축하연에서 고대영 KBS사장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함께 컷팅식에 참여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축하연에서 고대영 KBS사장과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함께 컷팅식에 참여하고 있다.ⓒ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제54회 방송의날 축하연'이 시작된 후 고대영 사장은 "장내가 소란스러운데 이해를 바란다"는 말로 축사를 이어갔고 바통을 이어받은 이효성 위원장은 '공영방송 정상화'를 주장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축사를 대독하며 사실상 바로 옆에 있는 KBS·MBC 공영방송 사장들의 사퇴를 종용(?)하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에 언론노조 조합원들은 이효성 방통위원장을 향해 "위원장님, 공영방송 정상화에 앞장 서 주십시오"라는 말을 내뱉으며 전폭적인 지지 의사를 드러냈다.

    이날 방송의날 행사에는 원래 이낙연 국무총리가 참석해 문재인 대통령 축사를 대독할 예정이었으나 이 총리는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종환 문체부 장관 역시 행사 직전 불참 의사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가 열린 가운데, 빌딩 정문 앞에서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문화제-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일곱 번째 불금파티>가 열리고 있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추혜선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1일 오후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4회 방송의날'행사가 열린 가운데, 빌딩 정문 앞에서 가 열리고 있다.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과 정의당 이정미 대표와 추혜선 의원의 모습도 보인다 .ⓒ뉴데일리 공준표 기자

    ◆ '하극상 성격' 시위를 '흥겨운 축제'로 포장


    한편, 같은 시각 63빌딩 정문 앞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경영진을 쫓아내려는 '하극상 성격'의 시위를 '흥겨운 축제'로 포장하는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문화제 - 돌아오라 마봉춘·고봉순 일곱 번째 불금파티'가 열렸다.

    '임을 위한 행진곡' 대금 연주로 시작된 이날 행사는 공영방송 제작거부 사태가 일어난 배경 설명과 함께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김연국 MBC 언론노조위원장은 "노동법 위반 피의자 김장겸을 강제구인하고 검찰은 이를 철저히 조사해 김장겸 사장을 법정에 세워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방통위가 MBC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에 나서야한다"고 주문하며 "이것은 방송장악이 아니라 방송의 비정상을 바로잡으려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전했다.

    MBC 사측이 해당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한 것과 관련해 그는 "이것은 우리의 합법 권리이자 국민의 명령이며 언론부역자들을 반드시 쫓아낼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 1일 '제54회 방송의날'행사에서 총파업을 앞둔 공영방송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사장단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현장에 나뒹굴고 있는 유인물과 모형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 1일 '제54회 방송의날'행사에서 총파업을 앞둔 공영방송 언론노조가 공영방송 사장단의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집회 현장에 나뒹굴고 있는 유인물과 모형들.ⓒ뉴데일리 임혜진 기자

    성재호 KBS 언론노조위원장은 "지난 6월부터 고대영 사장을 매일 기다렸는데 단 하루도 보지못했다"며 "오늘은 방송협회장이 주최하는 방송의날 기념식이니 오겠지하고 기다렸는데 고대영 사장은 이번에도 개구멍으로 들어갔다"고 비난했다.

    이는 고대영 사장이 조합원들의 항의 시위를 피해 당초 다른 경로를 통해 행사장으로 진입한 것을 두고 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성 위원장은 "우리가 정권 바뀌었다고 KBS 사장 내려오라고 그러는 게 아니"라며 "한해 6,000억이 들어가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방송을 망친 고대영 사장은 당장 (사장직에서) 내려와야하며 우리가 직접 KBS 6층 자리에서 반드시 끊어낼 것"이라고 외쳤다.

    이날 'KBS·MBC 정상화 시민행동 문화제'에는 최종진 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 박석운 민언련 대표, 김종철 자유언론재단 이사장, 이정미 정의당 대표, 정의당 추혜선 의원, 김창곤 민노총 인천본부장, 이강혁 민변 언론위원회 위원장, 윤창현 SBS 위원장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