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쓴소리'한 潘총장 불러들여 "활동 높이 평가" 귀 열어
  •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유엔총회 참석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해 총력 지원을 다짐했다.

    최근 특강에서 문재인정권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놓고 빚었던 혼선에 '쓴소리'를 한 반기문 전 총장이지만, 안에서는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밖에서는 국익을 위해 협조하겠다는 대승적 자세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접견에 임한 것으로 보인다.

    반기문 전 총장은 11일 오전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반기문 전 총장에게 목전으로 다가온 제72차 유엔총회 참석 문제와 북핵 위기 등을 놓고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첫 해외 순방이었던 6월말의 미국 방문 직전에도 반기문 전 총장을 청와대로 초청해 자문을 구한 적이 있었다.

    당시 예정된 접견 시간을 훌쩍 넘겨가며 반기문 전 총장의 견해를 청취한 문재인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우려 속에 진행된 한미정상회담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외교적 식견에 깊은 인상을 받은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9일 서울 서초동 성모병원에서 난치병 어린이환자를 위로하다가, 장래희망이 외교관이라는 말을 듣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롤모델로 삼으라"고 격려하기도 했다.

    동북아 정세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안보 위기 속에 휩싸인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한 번 반기문 전 총장을 초청해 자문을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날 접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등 엄중한 외교·안보 상황 속에서 유엔총회에 참석하게 됐다"며 "한반도 문제 및 글로벌 현안 해결 등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반기문 전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유엔총회 참석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둘 것"이라고 덕담하며 "유엔사무총장 재직 경험을 살려 국익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나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이날 접견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반기문 전 총장에게 "활발한 국내외 활동을 (높이) 평가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지난 8일 아시아·태평양정책연구원 주최로 연세대 동문회관에서 열린 특강에서 "맹방인 미국으로부터도 평가를 못 받고, 중국에게는 완벽한 보복을 당하는 상황이 됐다"며 "정부가 사드 배치와 관련해 보였던 여러 가지 일들을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는 사드 배치와 관련해 '갈짓자 행보'를 반복한 문재인정권을 향한 '쓴소리'로 평가된다.

    그럼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반기문 전 총장을 불러 "국내외 활동을 평가한다"고 추어올린 것이다. '한반도 운전자가 되겠다'든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등 자신만의 생각을 버리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의 '쓴소리'에도 귀를 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반기문 전 총장도 '쓴소리'를 한 직후인데도, 청와대에 들어와 기꺼이 자문에 응했다. 또, 자신의 경험을 살려 문재인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을 지원하겠다고도 다짐했다.

    안에서는 서로 비판하고 치열하게 토론하더라도, 밖에서는 국익을 위해 힘을 모으겠다는 대승적 자세가 엿보이는 대목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이번 접견은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첫 해 유엔총회 참석을 앞두고 유엔 경험이 풍부한 반기문 전 총장과 만난 의미 있는 자리"라며 "의견 교환을 통해 외교적 성과를 제고하기 위한 지혜를 모으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