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통일부 "미사일 대응과 별개로 대북 지원은 변치 않는 기조"우방국에 '새마을운동' 지원사업 예산 삭감하면서 '대북 지원' 강행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1일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 지원을 논의한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가방을 건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도 불구하고 오는 21일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 지원을 논의한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기조에는 전혀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지난 6월 13일 청와대 충무실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에게 가방을 건네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뉴시스 사진DB

    아무리 탄도미사일을 쏘며 도발을 자행해도, 어떻게든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을 넘기고야 말겠다는 청와대와 정부의 의지가 결연해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이 일본 영공을 지나 북태평양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도발을 자행한 15일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의 미사일·핵 도발에 대한 단호한 대응과는 별개로 800만 달러 지원 뿐만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대북 기조에는 변경은 없다"며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변하지 않는 기조"라고 못박았다.

    이러한 청와대의 입장이 알려지자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에 대한 지원은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지속한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라며 "이러한 입장에서 21일로 예정된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에서 (800만 달러) 대북지원 사업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는 21일 논의될 대북 지원은, 그 형식은 국제기구를 통한 물품 지원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을 넘겨주는 것이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 따위는 800만 달러 상당을 넘겨주는데 하등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자세다. 심지어 북한에 돈을 더 원활히 넘겨주기 위한 직제 개편까지 이날 예고됐다.

    통일부는 이날 직제 시행규칙을 일부 개정해 북한인권법 시행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설치했던 공동체기반조성국을 1년 만에 철폐하고, 대신 북한에 이른바 '인도적 지원'을 하는 업무만을 전담하는 인도협력국을 설치하기로 했다.

    북한의 잇단 핵·미사일 도발과 함께 '대북 퍼주기'의 또 하나의 장애물이었던 북한 인권 문제는 이제 아랑곳하지 않고, 마음껏 북한을 지원하겠다는 결연한 국정 철학이 엿보이는 대목이라는 분석이다.

    800만 달러를 시작으로 북한에 이런저런 지원을 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고도 성장 경험을 다른 후발 개발도상국들과 공유하는 뜻깊은 국제지원사업들의 예산이 줄줄이 축소되거나 삭감되는 것도 논란이다.

    후발 개도국에 대한 지원 업무를 수행하는 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새마을운동 관련 ODA(공적 개발 원조) 사업 예산을 대폭 축소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이 축소되면서 예산이 삭감되는 대상은 △필리핀 고지대 농촌개발사업(650만 달러) △에티오피아 새마을운동사업(400만 달러) △캄보디아 국립농업대학 역량강화사업(200만 달러) 등이다.

    반면 오는 21일 논의에 오를 북한 지원 대상액은 800만 달러 상당에 달한다.

    결국 후발 개도국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고 이들 나라와의 우호·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예산을 삭감하고, 대신 핵개발·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 광분하며 세계평화를 위협하고 있는 북한 정권에 이에 상당하는 액수가 넘어가는 셈이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공조가 절실한 마당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의 핵심 국가인 필리핀·캄보디아, 6·25 전쟁 때 우리나라에 원군을 파병했던 에티오피아 등과의 우호·협력 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이들 나라를 지원할 예산을 삭감하고 대신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을 건네야 할 필요가 있는지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이번 800만 달러 상당 대북 지원으로 말미암아 견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발을 계속하는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을 넘겨준다는 것이 알려지자, 국민들 사이에서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허탈한 반응이 쏟아지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성향의 국회의원들조차 '앗 뜨거' 하며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자세다.

    더불어민주당 친문 홍익표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대북 지원을 언급한 다음날 미사일로 화답하는) 북한의 조치가 시기적으로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800만 달러 대북 지원에) 아마 조금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800만 달러를 넘겨주면) 북한의 도발을 막을 수 있다는 걸 염두에 두고 한 조치는 아니다"라면서도 "(대북 지원을) 결정하되 시기와 물량에 있어서 다소 조금 조절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겠다"고 조심스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홍익표 의원의 발언을 향해 "개인 의견"이라며 "문재인정부의 기조에 대한 건(은 변함이 없다)"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