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 北核 대응 관련해 머리 맞대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부터)이 20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문재인 대통령(사진 왼쪽부터)이 20일 새벽(한국시각)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뉴시스 사진DB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5대국 정상들과 각각 개별 정상회담을 한 차례 이상씩 가졌다.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새벽(한국시각)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를 논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핵 문제와 관련해 영국이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결의 채택·이행 과정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사의를 표했다.

    이에 메이 총리는 "북핵·미사일 위협은 동북아 뿐만 아니라 세계 평화의 큰 위협"이라며 "국제사회가 단합해 이에 대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외에도 한영정상회담에서는 △6·25 전쟁 때 원군 파병에 대한 감사 인사 △평창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 표명 등의 의제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6·25에 많은 병력을 파병해 오늘날 한국이 있게끔 도와준 영국에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동맹국과 다름없는 영국과의 관계를 임기 중 최고로 발전시키겠다"고 다짐했다.

    또, 영국의 왕녀 앤 공주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의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과 관련해 방한할 예정에 있는 것에 사의를 표했다.

    앤 공주는 영국 왕실의 스포츠 전문가로, 그 스스로 1976년 몬트리얼 올림픽에 영국 승마 국가대표팀 선수로 출전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영국의 왕위계승서열 12위로, 지금은 선수 출신의 경력을 살려 IOC 위원으로 국제사회에 봉사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앤 공주가 IOC 위원 자격으로 평창동계올림픽을 방한하는 것을 환영한다"며 "많은 영국 관광객들이 한국을 방문해 스포츠를 통한 국제사회의 평화와 화합 증진에 동참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고 기대했다.

    메이 총리도 "런던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영국은 올림픽 개최가 갖는 긍정적인 효과를 잘 알고 있다"며 "한국의 평창동계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기를 소망한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로써 문재인 대통령은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강국(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의 정상들과 모두 한 차례 이상씩의 개별 양자 정상회담을 마치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 첫 해외 순방인 미국 방문을 통해 첫 정상회담을 가졌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독일에서 열린 G20정상회의 참석 기회에 양자회담을 가졌다.

    마지막으로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를 이번 유엔총회 참석 기회에 만남으로써 5대 강국과의 개별 정상회담 '한 순배'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양 정상은 앞으로도 안보리를 중심으로 북한의 도발에 단호하게 대응하기로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정상 모두와 개별 양자회담을 갖고 신뢰·협력의 기반을 다짐으로써 향후 북핵 문제 대응을 위한 유엔안보리와의 협조 기반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인 5대 강국 정상과의 개별 정상회담을 한 차례씩 마친 것은 평가할만한 일이지만, 과연 "신뢰·협력의 기반"이 공고히 조성됐는지에 관해서는 일각의 의구심도 있다.

    미국·영국·프랑스 등 전통적 우방국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을 인내심 있게 지켜봐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을 비호하며 두둔하고 있는 중국·러시아 정상과의 관계가 석연치 않기 때문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이라는 중차대한 도발이 있은 뒤에도 문재인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는 전화 통화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또, 푸틴 대통령과는 이달초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만나 양자회담을 갖고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을 요청했지만 면전에서 거절당했다.

    유엔안보리 5개 상임이사국 정상과의 '한 순배' 양자 정상회담을 마친 것을 계기로,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 속에서 피아를 식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지금은 북한에 800만 달러 상당의 지원을 하면서 국제사회에 혼란스런 메시지를 보낼 때가 아니다"라며 "미·영·프 등 전통적 우방국과의 견고한 국제공조를 유지하면서, 중·러와 참을성 있게 대화해 북한을 고립시켜 제재와 압박의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