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에너지 원전과 미래 ③원전 산업의 현재와 미래
  • 2011년 3월 日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을 도운 뒤 방사성 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비행 갑판을 청소하는 USS 로널드 레이건 함 승무원들. 이들이 입은 옷은 MOPP 4단계에 대응할 때 입는 NBC 침투보호의다. ⓒ美해군 공개사진.
    ▲ 2011년 3월 日후쿠시마 원전사고 수습을 도운 뒤 방사성 물질이 있을지 모르는 비행 갑판을 청소하는 USS 로널드 레이건 함 승무원들. 이들이 입은 옷은 MOPP 4단계에 대응할 때 입는 NBC 침투보호의다. ⓒ美해군 공개사진.


    원전이 위험하다는 인식은 인재(人災)로 인한 대참사가 언론과 일부 ‘반핵주의자’를 통해 부풀려진 면이 크다.

    지금까지 있었던 원전 사고는 발전 과정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사람이 어찌할 수 없는 자연재해 또는 관리하는 사람의 부주의와 실수 때문에 생겼다. 미국의 쓰리마일 섬 원전 사고,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모두 그랬다.

    원전은 대형 선박이나 여객기, 우주선 사고처럼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한 번 발생하면 매우 위험한 상황이 된다. 때문에 원전 안전기준은 1956년 10월 17일 영국에서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 ‘콜더홀 발전소’가 운전을 시작한 이래 나날이 엄격해져 왔다. 2017년 현재 전 세계가 가장 안전하다고 인정하는 원전은 한국에서 만든다. 하지만 정작 한국 사회는 ‘원전 위험성’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부각되고 있다.

    원전 1세대부터 3세대 略史

    원전에도 세대가 있다. ‘콜더홀 원전’은 세계 최초의 상업용 원전으로 1세대 원전에 속한다. 일반적인 분류에 따르면, 1세대 원전의 시작은 1951년 12월 20일 美아이다호州 소재 국립원자력시험장에 건설한 ‘EBR-1(실험용 원전 시제기-1호)’였다. 발전량은 1kw에 불과했지만 발전소로 활용할 가능성은 컸다.

    원전의 가능성을 파악한 세계 강대국은 원전 개발과 건설을 시작한다. 최초의 민수용 발전은 1954년 6월 27일 소련 오브닌스크 원전이 가동하면서 시작됐다. 상업용은 앞서 말한 영국 콜더홀 원전이다. 콜더홀 원전부터 일반 가정과 기업, 공장 등에 본격적으로 돈을 받고 전력을 공급했기 때문이다.

  • 1956년 10월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을 시작한 英콜더홀 원전단지. ⓒ英브리태니카 백과사전 관련항목 캡쳐.
    ▲ 1956년 10월 세계 최초의 상업용 발전을 시작한 英콜더홀 원전단지. ⓒ英브리태니카 백과사전 관련항목 캡쳐.


    이후 1957년 美펜실베니아州 쉬핑 포트 원전, 1960년 일리노이州 드레스덴 원전 등이 들어서면서 세계 강대국들은 원전을 짓기 시작했다. 강대국들이 앞 다투어 원전을 짓기 시작한 이유는 상대적으로 값싼 연료비와 함께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핵무기용 물질 확보 때문이었다.

    1세대 원전은 주로 흑연을 핵분열 감속재로 사용하는 흑연감속로와 가압경수로 방식이었다. 195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는 방사능의 위험성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고, 원전 안전성에 대한 관심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세계적인 산업 발전과 이에 따라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연료비가 저렴한 원전이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막대한 건설비가 드는 원전은 1세대 원전을 개발했던 강대국들에게는 훌륭한 수출상품이기도 했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안전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해외 수출은 불가능한 상황. 이에 따라 2세대 원전이 등장했다.

    1970년대부터 건설된 2세대 원전은 가압수형 원전, 비등수형 원전과 같은 경수로, 가압 중수형 원전 같은 중수로, 개량 가스냉각 원전 등과 같이 개발국마다 특징을 갖고 있었다. 한국은 1970년대 후반 美웨스팅 하우스社의 경수로를 도입해 고리 원전 초호기를, 캐나다가 개발한 CANDU 중수로(가압형 중수로)를 도입해 월성 원전을 건설했다. 참고로 日후쿠시마 원전의 사고 원자로는 1960년대 후반에 건설을 시작, 1971년 3월 가동을 시작한 BWR 방식 경수로였다. 개발된 시기가 1950년대 후반이었다.

    1980년대 냉전이 끝나고, 세계 교역량 확대와 함께 산업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전력 수요는 또 한 번 폭증했다. 원전 기술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이를 핵심 수출품목 가운데 하나로 여기고, 보다 효율이 높고 안전한 원전을 만드는데 주력한다. 이렇게 1990년대부터 강대국들은 제3세대 원전 개발을 시작한다. 미국의 AP600, ABWR 원전을 시작으로 일본, 프랑스가 제3세대 원전 개발에 성공한다. 한국도 표준형 원전(KNSP)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1세기 들어 국제사회에서 원전의 안전성과 연료 효율, 원전 가동으로 만든 핵무기용 물질 추출 금지 등이 더욱 강조되면서 각국은 신형 원전 개발에 몰두한다. 중국과 러시아 또한 자원 활용과 산업 발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원전 개발 경쟁에 동참한다. 3세대와 4세대 원전 개발은 세계 에너지 업계의 화두가 됐다.

    세계 최초의 3.5세대 원전은 ‘한국산’

    미국과 프랑스, 일본 등 원전 강대국들과 원전 발전에 관심이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2001년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GIF, Generation IV International Forum) 정책 그룹회의’를 만들었다. 한국도 여기에 참여했다.

    하지만 3세대 이상의 원전 개발은 쉽지 않았다. 2010년 이후 美웨스팅 하우스社의 원전 부문을 인수한 日도시바社는 경영난에 빠졌고, 프랑스 원전업체 아레바社는 파산 위기에 몰렸다가 국영기업으로 구조조정 중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많은 원전을 건설 중인 중국은 美웨스팅 하우스社가 개발한 AP1000 원전을 도입했다. 러시아는 자체 개발한 모델로 원전을 만들고 있다. 동유럽 국가에서 운영 중인 원전들은 대부분 舊소련 시절에 만든 것으로 보면 된다.

  •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원전 분류. 실용화에 성공한 원전 가운데 최신형은 3.5세대다.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 홈페이지 캡쳐.
    ▲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원전 분류. 실용화에 성공한 원전 가운데 최신형은 3.5세대다. ⓒ제4세대 원자력 시스템 국제포럼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가장 늦게 원전 기술 습득과 개발에 뛰어든 한국이 세계에서 처음으로 신형 제3세대 원전을 개발해 냈다. 한국은 고리 원전에서 운영하는 OPR-1000을 바탕으로 신형 3세대 원전 APR-1400을 개발,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했다. APR-1400은 일본이나 프랑스 원전도 통과 못한 美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안전성 검사 2,300여 개 항목을 모두 통과했다.

    한국의 원전 기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015년 3월 ‘스마트 원전’을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짓기로 한 것이다. ‘스마트 원전’은 ‘소형 모듈화 원전(SMR)’ 가운데 하나로 방사성 폐기물이 기존 원전에 비해 훨씬 적으며, 내부 사고나 외부 충격이 생기면 자동으로 원자로가 정지하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 기술을 사우디아라비아에 수출했다.

    지난 8월 네델란드 핵연구소에서 가동에 성공한 ‘토륨 원전’이 본격적인 4세대 원전이라면 ‘스마트 원전’은 3세대에서 4세대로 가는 징검다리이자 전 세계 원전 시장 자체를 획기적으로 키울 상품이라는 것이 원전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탈원전’ 주장에 수십조 수출 막힌 한국 원전산업

    ‘스마트 원전’의 가장 큰 특징은 증기 발생기, 가압기, 원자로 냉각용 펌프 등이 일체형으로 되어 있어 크기가 작고, 원자로를 식혀야 하는 냉각수로 대량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사막에도 원전을 지을 수가 있다.

    게다가 舊소련의 핵추진 잠수함용 신형 원전을 기초로 한 덕분에 지진이나 해일 등 강한 외부 충격을 받으면 최장 20일 동안 원자로가 안전한 상태로 정지한다. 또한 쓰고 난 핵연료에서는 무기급 핵물질을 만들 수가 없다는 점도 큰 장점이 된다. 

    단점이라면 적지 않은 비용. 하지만 해수 담수화와 내륙 사막 개발이 필요한 중동 국가들, 인접한 곳에 큰 하천이나 바다가 없는 중남미 고산지대 국가, 중국 서부 내륙 지역 등에서는 전력 공급에 매우 적절한 소형 원전이다.

    게다가 토륨 원전이나 납 냉각 고속로, 소듐 냉각 고속로, 용융염로 등과 같은 4세대 원전이 아직 완전하게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난에 시달리는 저개발국들이 ‘핵무장’ 의심을 받지 않고 사용하기에 좋은 원전이다.

  •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수출을 한 '소형모듈원전(SMR)' 스마트 원전의 구조 모형. ⓒ한국원자력협력재단 홈페이지 캡쳐.
    ▲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에 기술수출을 한 '소형모듈원전(SMR)' 스마트 원전의 구조 모형. ⓒ한국원자력협력재단 홈페이지 캡쳐.

    현재 ‘스마트 원전’을 짓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는 한국 원전 기술의 우수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1,400mw급 원전 2기를 최대 300억 달러에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제 공개 입찰 방식이기는 하나 한국은 일본, 프랑스, 미국, 중국 등에 비해 훨씬 유리한 입장이었다.

    영국 또한 한국 원전 기술을 매우 높게 평가한 듯 올 초 한국 측에 “원전 건설을 도와줄 수 없느냐”고 비공개적으로 물어왔다고 한다. 영국은 2025년까지 원전 3기를 건설하는 ‘무어사이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데 한국이 입찰해 달라는 내용이었다고 한다.

    이 같은 ‘낭보’는 지난 6월 19일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정책’ 선언으로 모두 물거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을 멈추게 만든 사람들이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수출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전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 원전’과 같은 SMR 시장은 2050년까지 수백 조 원, UAE에 건설 중인 APR 1400 같은 3.5세대 원전 시장은 2030년까지 수백 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한다. 이런 시장에서 가장 높은 경쟁력을 인정받았던 한국 원전이 정치권과 ‘탈핵 운동진영’의 주장 때문에 다시 ‘제로 베이스’로 돌아갈 위기에 놓인 것이다.

    ‘클린 에너지 원전과 미래 ④원전의 미래 핵융합 발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