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방중 앞두고 국제사회 압박수위 오를 가능성 커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9년 만에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모습이다. 당장 내달 방중을 앞두고 국제사회의 압박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백악관에서 열린 각료회의에서 미국 정부가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북한은 지난 1987년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이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됐지만,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2008년 핵검증 합의를 하면서 북한을 테러지원국에서 제외했다. 이번에 미국으로부터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된다면, 9년만에 테러지원국 재지정이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앞서 미국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하기 직전인 지난달 말부터 북한에 '테러지원국 지정'을 통한 제재와 압박의 수위를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미 의회에서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공화당 롭 포트먼(오하이오 주) 상원의원은 "북한은 핵프로그램을 중단한다는 약속을 통해 (테러 지원국) 리스트에서 제외됐다"며 "북한 정권에 평화적 압박을 가하는 데 테러지원국 지정이 중요한 단계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들은 미 국무부에 서한을 보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북한이) 인권을 무시한 채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들을 학대했다"며 "김정남 암살의 배후에는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있다"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국방부는 이달 초 의회에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핵무기를 완전히 파괴하려면 지상군을 통한 침공 밖에 방법이 없다"며 "북한이 생물무기의 사용을 고려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외신들은 미국 정부의 결정이 중국·북한과 긴장상태가 높아지더라도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북한에 대해서 강한제재가 취해지고 있어 실질적인 추가제재보다는 상징적인 의미가 강하다는 설명이다. 다만 틸러슨 미 국무부 장관은 "그동안의 제재의 빈틈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해, 추가 제재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에 '북한과 긴장 관계를 이어가는 대신 대화로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피력해왔던 문재인 대통령으로서는 선택의 폭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문 대통령은 지난 한·중 정상회담에서 오는 12월 중국을 방문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다가오는 방중이 중국과 외교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오는 21일 강경화 외교부장관도 중국행을 앞둔 상태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북한과 관계가 가라앉으면서 중국으로 발을 넓히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고민도 깊어지는 상황이다. 당장 한·미 공조 및 국제공조를 외면하기도 어려워서다.

    청와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14일 중국 리커창 총리와의 회담과 관련해 "북핵문제와 관련, 한·중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 및 북핵 문제 평화적 해결에 대한 원칙을 재확인했다"며 "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대화 재개 여건을 조성하는 등 국면 전환을 위한 창의적 해법을 마련키 위해 노력키로 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