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지킨 정종섭, 무주공산(無主空山) 대구 동구갑 ‘주목’

대구 정종섭 의원이 19일 TK(대구경북)의원 중 처음으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지역 내 불출마 불씨 확산 여부와 향후 동구갑 선거 파장에도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종섭 의원은 “과감한 인적 쇄신과 통합이 진정한 의미대로 성공할 수 있도록 불출마를 선언하며 한국 정치 세력 교체와 대한민국 살리기에 헌신하고자 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야당과 손잡고 셀프 탄핵을 주도한 사람들과 뿌리 깊은 계파 갈등에 책임 있는 핵심 인사들은 모두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세력교체와 길을 여는 것이 올바른 자세다”고 밝혀 보수통합 논의 관련 당내 비박계를 겨냥하는 듯한 발언을 내놨다.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탄핵을 주도했던 비박계 세력과 관련 ‘책임있는’ 인사들의 불출마도 함께 촉구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어 TK의원 중 비박계 세력 불출마 압박이 안팎으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역 의원들 중 당내 비박계는 동구을의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과 수성을의 주호영 의원이 대표적으로 꼽히며 이들 모두 지역에서 몇 안 되는 다선 의원이다.

반면 지역 내에선 이 같은 정 의원 발언이 소위 ‘물귀신’작전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역 의원 관계자는 “시당위원장을 맡아 안팎으로 불출마 압박도 상당했지만 지난 당무감사에서도 드러났듯이 지역구 민심 흡수도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공관위원장이 선임되면서 지역구 분위기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불출마 선언으로 자존심도 지키고 당내 비박계를 겨냥하면서 친박 지분도 여전히 지킨 것으로 봐야하지 않겠나”라고 해석했다.

정 의원은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맡으며 대표 친박계 인사로 분류돼 왔다. 대구시당위원장인 정 의원은 공천심사 전 진행됐던 당내 당무감사에서 최하위권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당협위원장 자격을 박탈당해 동구갑은 당협위원장이 공석인 상태였고 이번 불출마 선언으로 지역구 민심을 과연 누가 가져갈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구갑은 최근 한국당으로 복당된 류성걸 전 의원과 김기수 변호사가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지역구를 누비고 있으며 박근혜 정부 시절 마지막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었던 천영식 전 KBS 이사가 20일 출마선언 예정에 있다. 3명의 한국당 예비후보가 공천 경쟁에 뛰어들었다.

한국당 복당으로 재기를 노리는 류성걸 전 의원 경우 당내 반발을 무마시켜야 할 부담이 만만치 않고 김기수 변호사와 천영식 전 이사도 인지도 면에서 아직은 우세가 뚜렷이 드러나지 않아 그야말로 동구갑은 무주공산이 될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