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습니다. 하나의 사업이 기반이 되고, 그 위에 또 다른 사업이 쌓이면서 도시의 내공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오는 26일 퇴임식을 끝으로 12년간의 북구청장 임기를 마무리하는 배광식 대구 북구청장은 지난 23일 북구청장실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마지막까지 ‘축적 행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배 청장은 지방행정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로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단절되는 현상을 꼽았다.
그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전임 시장이나 구청장이 추진했던 사업이라도 지역에 도움이 된다면 계속 이어가야 한다”며 “행정에 축적이 있어야 힘이 생기고 도시 경쟁력도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대구시가 추진했던 물산업 육성 정책을 대표 사례로 든 배 청장은 “물산업은 앞으로 수백조 원 규모의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 산업”이라며 “초순수 산업부터 시작해 대구가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인데 정책의 연속성이 부족했던 점은 아쉽다”고 평가했다.
이어 대구의 또 다른 강점으로 의료산업을 꼽으며 확장 필요성을 역설했다. 배 청장은 “대구는 대형 종합병원과 의과대학, 국립 연구기관 등이 집적돼 있는 도시”라며 “기존 메디시티 사업을 의료관광에만 국한하지 말고 바이오, 의료기기, 임상데이터, 뇌질환 연구 등으로 확장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발전 전략의 핵심 역시 축적이라고 설명한 그는 “새로운 시장이 온다고 해서 전임자의 사업을 모두 없애는 방식으로는 도시 발전이 어렵다”며 “강점은 키우고 약점은 보완하면서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3선 구청장으로서의 12년을 돌아보며 그는 무엇보다 ‘공감’과 ‘현장’을 가장 중요한 행정 가치로 꼽았다. 배 청장은 “행정은 결과만으로 평가받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얼마나 듣느냐가 중요하다”며 “주민들의 작은 탄식 소리까지 가슴으로 듣겠다는 마음으로 현장을 다녔다”고 회상했다. 이어 “주민들이 행복해하며 ‘구청장 고맙다’는 말을 해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구의 변화를 위해 금호강과 하천 정비, 녹지 공간 확대, 오토캠핑장 조성 등 주민들이 일상 속에서 여유와 문화를 누릴 수 있는 도시 기반시설 조성에 집중해 왔다. 배 청장은 인터뷰 도중 공직 생활 중 겪었던 암 투병 경험도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그는 “인생의 큰 고비를 겪으면서 신체 일부를 잃었지만 그 과정에서 주민들의 따뜻한 응원과 공감을 받았다”며 “그 덕분에 다시 일어설 수 있었고 주민들에게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은혜를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며 감사를 표했다.
특히 최근 지역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TK신공항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현실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배 청장은 “현재 사업 구조만으로는 재원 조달과 사업성 확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정치권이 정답을 정해놓고 밀어붙일 것이 아니라 시민과 전문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현실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장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없다”며 “정치권과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12년 동안 북구를 이끌어 온 배 청장은 퇴임 후에도 지역에 남아 힘을 보태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20년 넘게 북구에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계속 이곳에서 살 것”이라며 “북구는 제 삶의 터전이자 고향 같은 곳”이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한 달쯤은 푹 쉬면서 앞으로의 삶을 고민해 보려 한다”면서도 “어떤 자리에 있든 지역 발전을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배 청장은 “지난 12년 동안 믿고 지지해주신 주민 여러분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며 “과분한 사랑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북구의 발전과 주민들의 행복을 위해 한 사람의 북구 주민으로서 늘 함께하겠다”고 주민들에게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