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전시장 불빛 아래 서서 남의 작품을 구경하던 시민들이 직접 붓과 가위를 들고 전시장 벽면을 채우고, 지역의 청년 예술가들은 오래된 골목의 숨결과 신체의 움직임을 실험적 전시로 풀어내는 대구발 문화 생태계의 변화가 시작된다.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 기존의 일방적인 관람 문화와 공급자 중심의 행정에서 벗어나, 시민이 창작의 주체가 되고 청년 작가가 실험적 무대를 보장받는 참여형 문화예술 투트랙 실험에 돌입했다. 관객과 예술가의 경계를 허물어 도시 전체의 문화적 활력을 시민의 일상 속으로 이식하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먼저 시민들의 일상을 파고드는 무대는 대구생활문화센터가 진행하는 ‘생활문화 이음 프로젝트’다.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완성품을 진열하던 기존 전시 형식을 전면 거부한다. 6세 이상 어린이를 포함한 일반 시민들이 직접 전문 기획자와 머리를 맞대고 꽃, 씨앗, 나무 등 자연을 주제로 한 ‘자연의 조각’과 편지를 직접 제작한다.
이렇게 모인 시민들의 결과물은 오는 8월 4일부터 30일까지 대구생활문화센터 대·소전시실에 정식으로 설치된다. 참가 신청은 센터 누리집과 홍보물 QR코드를 통해 진행되며, 프로그램은 내달 4일과 11일 각각 두 차례씩 총 4회 열린다.
시민들이 전시장 문턱을 넘는 사이, 지역 청년 예술가들의 거친 실험 정신을 담아내는 무대도 불을 밝힌다. 대구예술발전소는 오는 6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DAF 창작ON실 프로젝트’ 2부 전시를 열고 권아영, 문찬미, 서일리 등 지역 청년 작가 3인의 릴레이 전시를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규격화된 미술관 문법에서 벗어나 생생한 현장성과 인간 내면의 탐구에 집중한다. 권아영 작가는 윈도우갤러리에서 비 내리는 숲을 통해 인간의 외로움을 시각화하고, 문찬미 작가는 제1전시실에서 수십 년간 쇳가루 날리는 북성로를 지켜온 기술자들과의 관계와 노동의 흔적을 사진으로 담아내 도시의 변화를 증명한다. 서일리 작가는 디지털 스크린에 갇혀 둔화된 현대인의 신체 감각을 몸의 직접적인 움직임과 흔적으로 복원하는 파격적인 시도를 선보인다.
방성택 대구문화예술진흥원 문화예술본부장은 “청년 작가들에게 단순한 일회성 전시 공간 대여를 넘어, 이들이 지역에 정착해 지속 가능한 창작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실질적인 버팀목 역할을 하고자 마련했다”며 “올해 하반기 3부와 4부 전시까지 가감 없이 이어지는 청년 예술인들의 거친 도전과 질적 성장을 시민들이 현장에서 생생하게 목격하고 응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