젖은 그린 타고 흐른 낙뢰 잔류전류에 쓰러져...경기 중단·캐디들 불안 확산다리 철심에 전류 집중 가능성 제기...외상 없이 퇴원했지만 후유증 정밀검사
  • ▲ 오션힐스 포항CC 전경.ⓒ네이버 인용
    ▲ 오션힐스 포항CC 전경.ⓒ네이버 인용
    낙뢰가 내리친 골프장에서 잔류전류로 인해 40대 캐디가 감전돼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골프장 바닥이 비에 젖어 있어 전류가 지면을 타고 이동하면서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8일 낮 12시 30분께 경북 포항시 오션힐스 포항CC 파인코스 4번 홀 그린에서 캐디 A씨(40대)가 낙뢰 이후 발생한 전류에 감전돼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사고 당시 동해안 일대에는 낮 12시를 전후해 천둥과 번개가 잇따랐으며, 이 가운데 한 차례 낙뢰가 A씨가 있던 홀 인근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사고 당일 오전 비가 내려 그린과 주변 지면이 젖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낙뢰로 발생한 전류가 수분을 머금은 지면을 따라 이동하면서 A씨에게 전기적 충격을 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오션힐스 측은 이날 오전 강우로 인해 이미 홀별 정산을 마친 상태였지만, 정산 이후에도 라운딩을 이어가기를 원한 일부 골퍼들과 함께 이동하던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함께 있던 골퍼들은 다행히 별다른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오션힐스 측은 특히 A씨의 다리 내부에 삽입된 철심이 전류의 이동에 영향을 미치면서 충격이 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사고 직후 병원 응급실로 이송됐다. 외견상 뚜렷한 외상이나 이상 징후가 발견되지 않아 이날 오후 7시 30분께 퇴원했지만, 현재 정밀검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의는 전기적 충격 이후 외부에 나타나는 상처가 없더라도 내부 장기나 눈·코·귀 등 감각기관에 후유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찰과 검사가 필요하다는 소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골프장 측은 사고 직후 전체 홀의 경기 진행을 즉각 중단하고 안전 조치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현장 캐디들의 불안감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고 다음 날인 9일에도 일부 캐디들이 낙뢰와 감전 위험에 대한 우려로 라운딩 배정을 포기하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내장객은 “낙뢰 사고는 로또 당첨보다 어렵다고 들었는데, 내가 라운딩하던 중 다른 코스에서 실제 사고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듣고 섬뜩하면서도 놀랐다”며 “골프장 내 낙뢰 발생 때 보다 명확한 안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고를 계기로 골프장 내 낙뢰 발생 시 경기 중단 기준과 이용객·캐디 대피 체계, 잔류전류에 대한 안전관리 기준 등을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