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자립도 27%→19.9% 급락...지방채 2915억 전망경상경비 10% 일괄 감축·공모사업 시비 부담과 사후 운영비까지 정밀 검증
  • ▲ 박재관 자치행정국장이 지난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재정 정상화 및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포항시
    ▲ 박재관 자치행정국장이 지난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재정 정상화 및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있다.ⓒ포항시
    포항시가 악화된 재정 여건을 타개하기 위해 사실상 ‘재정 비상체제’에 들어갔다. 시는 1천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을 원점에서 다시 들여다보고, 모든 부서의 경상경비를 10% 줄이는 등 강도 높은 세출 구조조정에 착수한다. 

    국·도비를 확보하는 공모사업도 단순한 국비 확보 실적이 아니라 향후 시비 부담과 운영비까지 따져 사업 참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포항시(시장 박용선)는 지난 24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언론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재정 정상화 및 조직개편 추진계획’을 공개했다.

    박재관 포항시 자치행정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자체 세입은 정체 또는 감소하는 반면 복지비와 인건비, 국·도비 매칭사업 등 의무지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며 포항시 재정이 자체 재원만으로 증가하는 재정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포항시 전체 예산은 지난 2022년 2조5342억 원에서 올해 3조880억 원으로 21.8%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복지예산은 7653억 원에서 1조629억 원으로 38.9% 급증했다. 예산 총액은 커졌지만 복지와 의무지출 증가로 시가 정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은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재정자립도 역시 2022년 27.0%에서 올해 19.9%까지 떨어졌다. 자체 세입은 6023억 원에서 5432억 원으로 591억 원 감소했다.

    채무 부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포항시 지방채 잔액은 2019년 말 679억 원에서 2022년 말 1800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 말에는 2898억 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말에는 약 2915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포항시는 이 같은 재정 악화의 한 요인으로 국·도비 공모사업 확대에 따른 시비 부담을 지목했다.

    국비와 도비를 확보하더라도 사업비 일부를 지방비로 부담해야 하는 데다 사업이 완료된 이후에도 시설 운영을 위한 인건비와 관리비 등이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첨단제조혁신 테스트베드와 수소연료전지 클러스터, 해양바이오메디컬 실증연구센터 등 미래산업 분야 사업이 잇따라 추진되면서 장기적인 재정부담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포항시는 앞으로 신규 사업에 대한 재정 검증을 한층 강화한다. 

    우선 모든 부서를 대상으로 일반운영비와 여비, 업무추진비 등 경상경비를 10%씩 의무적으로 줄인다.

    대규모 투자사업은 사업 규모와 추진 시기를 조정하고, 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은 물론 사업 완료 후 발생할 운영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특히 스마트시티 통합운영센터 건립사업 230억 원을 포함해 총 1천억 원 규모의 대형 투자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신규 국·도비 공모사업에는 가칭 ‘재정심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사전 검증 절차를 거친다.

    단순히 국·도비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사업을 결정하지 않고 ▲시비 매칭 규모 ▲사업 완료 후 운영비 ▲사업의 실효성 ▲지역경제 및 시민 편익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지방채 발행도 최대한 억제한다. 

    법정·의무적 경비와 시민 생활에 직결되는 필수 사업을 제외하면 지방채 활용을 최소화하고, 발행 규모와 사용처를 엄격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경우에는 신규 사업보다 채무 상환에 우선적으로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재정 개혁과 함께 조직에도 메스를 댄다.

    포항시는 전체 정원 2343명을 대상으로 조직과 인력 운영 실태를 정밀하게 점검하고 유사·중복 기능을 통폐합하는 한편, 행정 수요가 많은 핵심 업무와 시민 접점 현장에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민선 9기 핵심 공약을 뒷받침할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읍·면·동 현장 인력을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지나치게 비대해진 부서는 기능별로 분리하고 업무량과 기능이 축소된 부서는 통합하는 방식으로 조직 효율성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시는 전문기관의 조직 진단을 거쳐 구체적인 개편안을 마련한 뒤 관련 조례 개정과 정기인사를 연계해 단계적으로 조직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다만 긴축재정이 시민 생활과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까지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시는 불필요하거나 성과가 낮은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되 민생·안전·미래산업 등 시민 생활과 지역 경쟁력에 직결되는 분야에는 재원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다.

    결국 ‘무조건적인 삭감’이 아니라 재정지출의 우선순위를 다시 세우겠다는 것이 포항시의 설명이다.

    박재관 국장은 “빚은 줄이고 꼭 필요한 곳에는 다시 투자하는 선순환 재정 구조를 구축하겠다”며 “불필요한 지출과 저성과 사업을 과감하게 정비하고 절감한 재원은 민생과 안전, 미래산업 등 시민 삶과 직결되는 분야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재정 정상화와 조직 체질 개선이 시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변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