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동 참사·2·18 지하철 화재 등 대구의 아픈 기억…“기관 사정에 따라 흔들려선 안 돼”추모공간 전수조사부터 기록물 보존 기준·안전교육 연계까지…대구시 중장기 관리체계 주문
  • ▲ 대구시의회 김주범 의원(달서구6)은 2일 열린 제32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2·18 지하철 화재 참사 등을 거론하며 대구지역 재난 추모공간과 기록물에 대한 중장기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했다.ⓒ대구시의회
    ▲ 대구시의회 김주범 의원(달서구6)은 2일 열린 제32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2·18 지하철 화재 참사 등을 거론하며 대구지역 재난 추모공간과 기록물에 대한 중장기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했다.ⓒ대구시의회

    대구시의회 김주범 의원(달서구6)은 2일 열린 제328회 정례회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2·18 지하철 화재 참사 등을 거론하며 대구지역 재난 추모공간과 기록물에 대한 중장기 관리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김 의원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추모시설을 더 만들자는 데 있지 않다. 시간이 지나면서 참사의 기록과 추모공간이 어떻게 보존되고 관리돼야 하는지를 대구시가 제도적으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구는 이미 두 차례 큰 참사를 겪었다. 지난 1995년 상인동 도시가스 폭발사고로 101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 가운데 42명은 등굣길에 나섰던 영남중학교 학생들이었다. 그리고 8년 뒤인 2003년 2·18 지하철 화재 참사가 발생하면서 시민 192명이 다시 희생됐다.

    김 의원은 이 두 사건을 언급하며 “두 번의 대형 참사를 겪은 대구가 희생자들을 어떻게 추모하고 기억해 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이번 발언에는 김 의원의 개인적인 의정 경험도 배경으로 깔려 있다.

    김 의원은 지난 2008년 달서구의회 의원으로 활동할 당시에도 상인동 참사를 주제로 5분 자유발언을 했다. 당시에도 행정이 참사를 기억하고 그 교훈을 안전정책으로 이어가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18년이 지난 현재 대구시의회에서 다시 같은 문제를 꺼내게 됐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추모행사가 이어지고 위령탑과 추모공간이 존재한다는 것과 도시가 그 기억을 책임진다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모시설이 있다고 해서 기억이 자동으로 보존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추모공간의 관리 주체부터 기록물의 보존 기준, 시설을 옮기거나 변경해야 할 경우의 절차까지 대구시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상인동 참사 추모관인 ‘세심관’을 들었다.

    세심관은 시민들의 성금으로 마련돼 상인동 참사의 기록과 유품을 보존해 온 공간이다. 하지만 학교 이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추모공간의 향후 보존 문제까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의원은 세심관을 현재 위치에 반드시 남겨야 한다는 주장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중요한 것은 위치 자체가 아니라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무엇을 보존하고, 누가 관리하며, 어떤 절차를 거쳐 공간을 이전하거나 변경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이라는 설명이다.

    김 의원은 “참사 희생자의 기록과 추모공간이 개별 기관의 사정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김 의원은 대구시가 우선 상인동 참사와 2·18 지하철 화재 참사를 비롯한 주요 재난의 추모공간과 기록물에 대한 종합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어떤 공간에 어떤 기록물이 남아 있는지, 관리 주체는 누구인지, 보존 상태는 어떤지 등을 먼저 파악해야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어 희생자 추모와 기록물 보존, 추모공간 관리, 유가족과 시민 참여 등을 대구시의 공적 책무로 규정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모를 특정 기관이나 유가족에게만 맡기는 방식에서 벗어나 도시 차원의 책임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모와 기억을 시민과 학생들의 안전교육으로 연결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과거의 참사를 단순히 과거의 사건으로 남겨두지 않고 당시의 원인과 교훈을 다음 세대의 안전교육에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의원은 “보상과 배상이 과거의 피해를 수습하는 일이라면 추모와 기억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기 위한 현재와 미래의 안전정책”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형 참사를 두 차례 겪은 대구가 오히려 재난의 기억을 가장 성숙하게 보존하고 이를 안전정책으로 이어가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했다.

    김 의원은 “아픔을 겪었다고 저절로 교훈이 남는 것은 아니다”며 “기억하고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할 때 그 아픔은 비로소 교훈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그 기억을 유가족과 몇몇 기관의 몫으로 남겨두지 말고 대구시가 책임 있게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