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국과 홍콩에서 일어난 난데 없는 돈벼락…한국만 돈 일부 되찾아
  • ▲ 2012년 7월 8일 서울 역삼동 한 도로에서 있었던 '돈벼락' 사건. '돈벼락' 사건이 일어날 경우 돈 회수율은 0%에 가깝다. ⓒ당시 SBS 보도화면 캡쳐
    ▲ 2012년 7월 8일 서울 역삼동 한 도로에서 있었던 '돈벼락' 사건. '돈벼락' 사건이 일어날 경우 돈 회수율은 0%에 가깝다. ⓒ당시 SBS 보도화면 캡쳐

    연말, 난데 없는 돈벼락이 떨어졌다. 한국과 홍콩에서.

    행인들이 '벌떼처럼' 달려든 것은 똑같았다. 하지만 사건의 결말은 달랐다.

    지난해 12월 29일 대구 달서구 송현동 서부정류장 앞 왕복 8차로 황단보도에서 20대 남성이 5만원 지폐 160장을 허공에 뿌렸다. 지나던 행인들이 순식간에 달려 들었다.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걸린 4분 사이에 돈은 모두 사라졌다.

    경찰 조사 결과 돈을 뿌린 사람은 28살 안 모 씨. 할아버지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4,700만 원 가운데 일부를 뿌렸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24일, 홍콩의 한 고속도로에서 현금수송차량이 현금 다발을 흘리고 다녔다. 흘린 돈은 한화로 약 22억 원. 돈다발을 본 홍콩 시민들이 벌떼같이 달려들면서 도로는 마비됐다.

    사건의 시작은 비슷해보였지만 결말은 전혀 달랐다.

    한국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 안타까운 사연이 드러났다. 안 씨는 정신 이상 증세가 있었다. 안 씨가 뿌린 5만 원권은 그를 불쌍하게 여긴 그의 조부와 부친이 평생 고물수집 등을 하면서 물려준 '유산' 가운데 일부였다.

    안 씨는 갑자기 은행에서 거액을 찾은 뒤 "내가 큰 돈을 갖고 있는 걸 사람들이 알면 죽일 거 같다"며 길거리에서 5만 원 권을 뿌린 것이었다. 

    대구 경찰도 난감해 했다. 본의 아니게 흘린 돈이나 물건을 함부로 주웠을 경우에는 '점유 이탈물 횡령죄'가 성립되지만, 안 씨의 경우에는 직접 돈을 뿌려 소유권을 포기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안 씨와 가족의 안타까운 사연을 들은 대구 경찰은 SNS를 통해 시민들의 양심에 대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2월 30일이었다.

    “…당시 본인이 직접 돈을 뿌렸기 때문에 돈을 가져간 사람을 처벌하지는 못하지만 하늘에서 떨어진 돈이 아니라 평생 고물 수집을 하며 할아버지가 몸이 아픈 손자에게 물려준 귀한 돈입니다. 사정을 모르고 돈을 습득하신 분은 경찰서로 연락 주셔서 돌려주시길 부탁드려 봅니다.”


    다음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이튿날인 12월 31일 30대 남성이 100만 원을 들고 온 것이다. 이어 40대 여성이 15만 원을 가져왔다. 새해 1월 2일에는 20대 후반 남성과 60대 여성이 대구 송현 지구대를 찾아 각각 50만 원과 5만 원을 돌려줬다. 1월 3일에는 60대 남성이 30만 원을 경찰에 내밀었다.

    대구 시민들의 따뜻한 마음에 안 씨의 가족 만큼이나 감사해 한 것은 대구 경찰들이다. 달서 경찰서 송현지구대 관계자의 말이다.

    “5일 아침 8시 30분까지 안 씨가 길에 뿌렸던 800만 원 가운데 200만원이 돌아왔다. 회수된 돈은 모두 안 씨 가족에게 전달했다.”


    송현 지구대 관계자는 "지금도 계속 사람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며 대구 시민들의 '양심'에 기대를 걸고 있다. 

    그렇다면 홍콩 고속도로에서 있었던 '22억 원 지폐 사건'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당시 고속도로에서 차를 세우고 돈을 주워갔던 이들은 '절도' 등의 혐의로 구속되는 등 형사처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