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 손형준
  • ▲ 대구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 손형준ⓒ달서경찰서 제공
    ▲ 대구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 손형준ⓒ달서경찰서 제공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집회시위의 성격도 변해왔다. 90년대가 투쟁적이고 격렬한   폭력시위의 성격이었다면 오늘날의 집회시위는 대부분 준법평화시위다. 실제로 불법 폭력집회 비율은 90년대 12.5%였다가 2013~2014년을 기준으로 0.40%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집회시위문화 개선을 위해 경찰과 시민이 함께 노력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일부 폭력시위로 인해 주말 여유로운 도심지 산책, 여가 선용 등이  제약를 받고 시민들이 불편함을 겪는 것은 물론, 실황이 전 세계로 전해짐에 따라 국가 이미지까지 실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러한 불법 집회시위를 근원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시위에 대한 인식과 방식 전환을 감히 제시해 본다. 먼저, 집회시위 참가자들의 인식 전환이다. 수많은 집회시위  현장을 다니면서 안타까웠던 점은 일부 시위자들이 시위를 투쟁과 동일시한다는 점이다. 국어사전을 인용하면, 시위는 많은 사람이 공공연하게 의사를 표시하여 집회나  행진을 하며 위력을 나타내는 것을 말하고, 투쟁은 어떤 대상을 이기거나 극복하기 위한 싸움을 말한다. 한마디로 집회시위 현장은 싸움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이해를 구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다음, 시위방식이 변해야한다. 물론 방식의 변화는 앞서 말한 인식의 전환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집회시위 주최 측에서는 당사자나 다른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대형 확성기를 이용하거나 자극적인 말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하지만 시위내용을 모르는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그러한 행위가 단지 ‘소음’으로만 들릴 수 있다. 그럴 경우 그 집회시위는 설득력을 얻을 수 없을 뿐더러 오히려 따가운 눈총만 받게 된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의 집회시위가 호응을 얻을 수 있을까.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업 이벤트를 생각해보자. 대형마트, 일반 상점 등 영업홍보를 위해서 그들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사은품을 주거나 시식코너를 운영하는 등 사람들의 마음을 사기 위하여 고개를 숙인다. 물론, 집회시위와 상업이벤트의 대상은 수적, 심적인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어 이를 비유한다는 것은 다소 무리일수 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을 이해시키기 위한다는 점은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시위에 대한 우리 경찰조직의 인식과 대응 역시 달라져야한다고 생각한다. 불법폭력시위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되,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는 준법시위자들에 대해서는 존중하는 태도를 갖고 집회시위가 잘 진행되도록 협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시위현장이 불신과 대립의 공간이 아니라 신뢰와 소통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실례로 울산 어느 택배노조 파업으로 출동을 간 당시 진압복을 입은 의경중대와 시위자들이 대치중인 상황에서, 시위자들 스스로가 집회가 불법, 폭력적인 집회로 변질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경찰과 시위대 간의 충돌을 막은 일이 있었다. 경찰과 시위대 양측이 긴장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 이었다.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있다면 방패가 없더라도 집회시위를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처럼 경찰이 시위자들을 존중하는 자세를 갖고, 법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시위대가 경찰을 바라보는 시선뿐만 아니라 경찰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좋아질 것이다.

    요즘들어 자주 접하게 되는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뉴스 대신 경찰이 시위대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모습이 담긴 모습이 심심치 않게 기삿거리가 되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되기 위해 이제부터라도 집회시위 현장은 투쟁이 아닌 이해의 장(場)이 되어야한다. 방패가 아니라 신뢰로 집회시위가 관리되고, 현장을 지나는 꼬마와 부모가 미소를 지을 수 있는 집회시위 문화가 정착되는 날이 오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 대구달서경찰서 방범순찰대 손형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