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연휴 가로등 전도사고로 보행자 중상불법현수막이 원인 제공 Vs 가로등 기초 부실시공이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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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시의 안일한 가로등 관리가 지난 설 연휴, 한 청년의 소중한 목숨을 빼앗아 갈 뻔 했다.가로등 설치 및 보수 규정도 없다는 포항시 관계자의 말은 포항시청 조직내 만연한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며 그 심각성을 체감케 하고 있다.설 연휴 직전인 지난달 20일 오전 6시 30분께 포항 북구 오광장 도로변의 한 가로등이 넘어졌다.이 사고로 30대 보행자가 넘어지는 가로등에 뒷 머리를 맞고 쓰러지는 사고가 발생했다.피해자는 뒷머리에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중환자실에서 이틀이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시민의 목숨을 빼앗아 갈 수 있을 정도로 심각했던 가로등 전도( 顚倒)사고를 겪고도 포항시는 이를 단순 사고로 치부하며 그 책임을 영세 현수막업체로 미루고 있다.당시 포항시 등은 가로등 전도의 원인을 가로등에 게첨된 불법 현수막이 강한 바람을 만나 가로등에 압력을 가해 가로등이 전도된 것으로 파악했다.이로 인해 영세 현수막업체 관계자들이 포항북부서에서 ‘업무상 과실치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현수막업체 관계자들은 “정치인 등의 요청에 지정장소가 아닌 가로등에 현수막을 내 건 것은 맞지만 현수막이 가로등 전도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강풍이 불었다지만 현수막으로 가로등이 전도된 전례가 없고 가로등의 기초가 현수막을 견디지 못할 정도가 아니라는 것이다.현수막에 강풍이 불어 가로등이 전도된 것인지, 가로등 기초에 부실이 있어 전도된 것인지 직접적인 원인을 가려볼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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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고 가로등은 지난해 10월경 높이 5m에서 9m로 교체 보수작업을 실시했다.보수작업은 하부 콘크리트기초와 가로등을 일체화시키는 것이 아닌 콘크리트 기초에 구 멍을 뚫어 앙카볼트로 가로등을 고정시키는 방식이다.당시 가로등 보수공사 업체 관계자는 “기존 콘크리트 기초에 케미칼 앙카볼트를 체결하는 방식으로 보수작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하지만 사고 가로등의 콘크리트 기초는 벌써 수차례의 보수공사로 더 이상 구멍을 뜷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돼 있었다.더욱이 가로등에 박힌 앙카볼트는 가로등 기초규격서에서 정한 앙카볼트의 조건인 굵기 20~24mm , 길이 300~400mm에 크게 못 미쳤다.가로등 보수업체 관계자는 “길이 170mm 정도 앙카볼트를 사용했다”고 말해 지정규격에 맞지않는 부적격 앙카볼트를 사용한 것이 확인됐다.가로등 보수공사 과정에 ‘날림 공사’로 가로등의 기초를 부실하게 시공했다는 의혹이 강하게 드는 대목이다.더욱이 관련업계는 “더 이상 앙카볼트를 박을 구멍을 뚫을 수 없을 정도로 기초가 훼손됐으면 콘크리트 기초를 바꾸는 것이 맞다”고 지적하고 있다.사정이 이런데도 포항시 관계자는 “가로등 시공 및 보수는 위탁 운영업체에 일임하기에 시공 및 자세한 보수과정은 모른다”며 “시공에 문제가 없었을 것”이라고 발뺌하기 급급했다.이어 “가로등의 시공 및 보수 규정 또한 가진 것이 없다”며 포항시가 관내 수천개의 가로등의 관리에 손을 놓고 있음을 의미했다.포항시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는 주요 도로시설물인 가로등 조차 관리를 하지 않고 있다는 ‘안전 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시민 A씨는 “그정도 바람에 뽑힐 정도로 가로등이 부실하게 시공됐다면 어떻게 포항시를 믿고 도로를 다닐 수 있겠냐”며 포항시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강하게 비판했다.이어 “가로등이 시민안전에 필수적인 도로시설물인데도 이에 대한 시공과 보수가 제대로 됐는지 확인조차 안한다면 포항시에 세금을 낼 필요가 있냐”고 따져 물었다.그러면서 “정치인들이 쏟아내는 불법 현수막도 문제이지만 이를 막지 못한다면 현수막이 걸리는 가로등의 관리라도 제대로 하는 것이 맞지 않냐”는 지적까지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