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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이 직전해에 치러졌던 총선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대구·경북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문재인 후보가 심판당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4·12 재선거에 출마한 민주당 김영태 후보는 12일 자정을 넘겨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득표율 17.6%(1만7028표)를 기록, 한국당 김재원 후보와 무소속 성윤환 후보에 이어 3위를 달리고 있다. 당선이 유력시되는 한국당 김재원 후보(47.5%)와는 29.9%의 격차로, 더블스코어 이상의 큰 득표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득표율은 김영태 후보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결과라는 지적이다.
김영태 후보는 이미 이 지역에서 두 차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는 9.9%를 득표했고, 정확히 1년 전에 치러진 지난해 4·13 총선에서는 22.3%를 득표했다.
1년 만에 치러진 이번 재선거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에 발맞춰 집권여당 소속 국회의원이 되는 것을 전제로 '예산폭탄'과 '지역발전' 슬로건을 전면 배치했다. 지난 8일에는 문재인 후보가 경북 상주를 직접 방문해 김영태 후보를 지원하기도 했다.
중앙당의 지원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했다. 상주가 고향인 김부겸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김영태 후보의 선거를 지원했고, 의성에 연고가 있는 김현권 의원도 지원유세에 매진했다.
하지만 득표율은 한 해 전 총선 때보다 오히려 5%p 가까이 낮아졌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전제로 했던 선거운동이 지역주민들의 반문(반문재인) 정서를 자극하는 자충수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 11일 TBC대구방송을 통해 송출된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이 점이 지적됐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는 김영태 후보의 친문(친문재인) 행보를 놓고 "시민들의 여론 수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고 비판했고,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는 보다 직접적으로 "문재인 후보를 적극 지지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김영태 후보는 "문재인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문재인 후보에게 사랑받는 김영태가 이 지역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이라고 '어대문(어차피 대통령은 문재인)' 논법으로 정면 돌파를 시도했다.
마치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이 이미 다 된 것처럼 하는 이러한 선거운동이 오히려 역풍을 불러왔다는 분석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의 투표율이 최종 53.9%로, 4·12 재보선 전국 평균 투표율 32.7%에 비해 크게 높게 나타난 것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토 심리를 표현하려는 유권자들이 벼른 결과로 해석하기도 한다.
결국 한 달 뒤로 다가온 5·9 대선에서도 대구·경북 권역 유권자들이 결코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되는 것만은 용인하지 않는 '전략적 투표'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무소속 성윤환 후보는 지난 9일 본지와의 긴급 인터뷰에서 "문재인 후보가 와서 활동한 것 자체가 김영태 후보에게 마이너스 표가 됐을 것"이라며 "이 지역의 표심은 다른 사람은 다 뽑아줄 수 있어도 문재인 후보만은 대통령으로 찍어줄 수 없다는 게 절대다수"라고 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