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남 개인전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벤야민의 미디어 이론 바탕,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동양 미학을 결합한 작품 선봬
  • ▲ 이이남 형상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 가변설치, Beam Projector, Laser, Fog, 2024.ⓒ대구보건대
    ▲ 이이남 형상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 가변설치, Beam Projector, Laser, Fog, 2024.ⓒ대구보건대
    대구보건대학교(총장 남성희) 인당뮤지엄은 이이남(Lee Lee Nam b.1969) 초대전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를 개최했다. 전시 기간은 6월 7일~8월 12일이다.

    이이남은 조선대학교 미술대학과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 대학원 영상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조선대학교 일반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획득했다. 우종미술관(2023), 사비나미술관(2021), Mars 미디어 아트센터(2018), 북경 화이트박스 예술관(2016), 가나아트센터(2014) 등 한국과 러시아, 벨기에, 스페인, 대만, 중국, 독일, 미국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가졌다.

    주요 비엔날레로는 광주 디자인비엔날레(2023), 제주 비엔날레(2022), 부산 비엔날레(2016), 베니스 비엔날레(2015) 등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국립중앙박물관, 광주시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소더비, 아시아미술관, 예일대학교, 전남도립미술관, 제주현대미술관, 청와대 등에 소장돼 있다.

    이이남은 한국을 대표하는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전통 산수화에 디지털아트를 접목한 새로운 작품을 시도함으로써 한국화단은 물론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전통과 현대의 아름다운 공존의 미학을 통해 융복합 사회에서 요구되는 디지털 첨단 기술을 이용해 공유와 소통의 미학을 제시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전시는 아우라의 상실을 예술사의 진보로 바라봤던 벤야민의 미디어 이론을 바탕으로 최첨단 디지털 기술과 동양 미학을 결합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이남은 형(形)이라는 것에 대한 본질을 탐구한 전시로 작품에 자신을 투영하여 나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그림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뿌리를 탐구하는 것으로 자신의 본질을 보기 위해서 이이남은 “기존의 서양 모더니즘이라는 안경을 벗고 산수(山水) 즉 동양미학의 관점으로 접근하고 싶다”고 밝혔다. 같은 풍경이지만 서양은 Landscape라 부르고 동양은 산수(山水)라 하는데 같은 대상을 보고 있지만 Landscape는 대상을 객관화하며 사실 그대로에 주목한다면, 동양 산수(山水)는 대상과 보는 주체가 일치하는 하나로 인식함이다.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전은 대규모 개인전으로 10여 점의 대형 디지털미디어영상 설치작품을 전시한다. 2024년 신작 ‘묵죽도’, ‘시(詩)가 된 폭포’, ‘흩어진 산수’, ‘일하는 박연폭포’, ‘벧엘에서 자는 폭포’, ‘백자 청죽도’, ‘DNA 박연폭포’, ‘분열하는 인류 1’, ‘분열하는 인류 2’, ‘시(詩)가 된 사닥다리’와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 등 대나무, 폭포, 한자 등의 전통 산수화 이미지들이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된다. 산수화의 원본 개념이 상실됨과 동시에 최첨단 디지털 기술로 동시대의 새로운 현대미술이 된다.

    ‘8폭 묵죽도’는 조선시대 묵죽도를 디지털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잎의 형상과 눈 쌓인 설경을 통해 동양화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한다. 동양의 고서가 겹겹이 쌓인 기념비 위에 커튼형 LED 라인을 여러 겹으로 수직 설치한 작품 ‘시(時)가 된 폭포’는 인류의 정보 수단이자 정신적 계승의 산물인 글의 비물질적 가치를 빛의 폭포로 표현한 작품이다.

    ‘흩어진 산수’는 풍경을 담은 LED 병풍으로 인공지능으로 학습된 중국 회화부터 조선시대의 진경산수화, 남종화까지 융합하고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그림과 시가 전시장 공간에 놓여 형상 속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 모습을 연출한다.

    긴 복도 끝에 설치된 ‘분열하는 인류 1’를 통해 관객은 거울에 꽂힌 화살의 끝이 나에게 향하는지 혹은 내가 쏘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상황과 마주한다. 실상과 허상의 경계가 모호하다. ‘분열하는 인류 2’는 열매 실(實) 자가 끊임없이 가루로 흩어지는 영상으로 소멸과 생성을 반복하는 우리 삶을 보여준다. ‘0’과 ‘1’로 구분되는 디지털세계, 극단으로 양분화되는 현대사회의 혐오와 갈등, 결국 생(生)과 사(死)로 갈리는 인간의 운명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즉 우리의 삶은 단순히 ‘0’과 ‘1’로 정리될 수 없음을 이야기한다.

    레이저와 스모그를 사용하는 ‘형상 밖으로 벗어나 존재의 중심에 서다’는 스모그 안개로 자욱한 공간 속에 빛으로 일렁이는 산수의 모습이 몽환적으로 신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한국화 족자에 갇혔던 산수가 전시장의 빛(빔 프로젝터)과 만나 사람과 공간이 일체가 되는 장면을 만든다.

    ‘일하는 박연폭포’는 모니터를 수직 연결하여 폭포를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이남은 물이 위에서 아래로 쉬지 않고 떨어지는 폭포수의 모습을 무한경쟁 속에서 소모되어 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라고 한다. 

    ‘벧엘에서 자는 박연폭포’는 성서 창세기 고난 중에 ‘야곱’이 신과 씨름하며 돌베개를 베고 자는 내용으로, 하루 내내 노동으로 피곤한 폭포가 밤이 되어 돌베개를 배고 깊은 잠이든 박연폭포의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는 파괴되는 지구의 환경을 폭포의 모습에 비유하며 지구가 쉼을 얻길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았다. 아울러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늘 무엇인가 그리워하는 작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기도 하다. 

    이이남은 전통 산수화와 미디어 아트와의 만남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고 현실을 가상 공간으로 확장하여 그의 작품 세계를 넓혀가고 있다. 이이남은 뒤샹의 레디메이드는 물론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를 넘어서 쌍방형 소통이 가능한 융복합기술의 디지털아트 세계를 제시한다. 

    전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관람가능하며 매주 일요일은 휴관이다. 관람료는 무료이며 인당뮤지엄 홈페이지를 통한 사전예약과 현장접수로 진행된다.

    한편, 2007년 개관한 인당뮤지엄은 재학생들에게는 문화 예술을 통한 인성 교육을 실시하고 지역민에게는 전시와 인문학 교육프로그램 등 폭넓은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선보이는 세계적인 작가 기획초대전은 재학생과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인당뮤지엄이 문화예술복합공간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이바지하고 있다. 지역 작가들의 활동에도 꾸준히 후원하며 지역친화형 문화예술캠퍼스 구축을 통한 지역사회 상생가치 창출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