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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도의회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대구경북행정통합에 대해 “지사직을 걸고 행정통합에 나서라”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행정통합에 따른 일각의 우려가 도의회에서 제기되면서 통합에 따른 파열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성진 의원(안동)은 1일 오후 제320회 2차 정례회 본회의 도정질문에 나서 “이철우 지사님에게 요구하겠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이 지사가 제시한 2022년 7월 출범을 목표로 역산해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그 일정대로 되느냐 되지 않느냐의 여부에 지사직을 거십시오. 거시겠습니까?”라며 지사직이라는 정치적 운명을 걸고 통합에 나서야 한다고 비꼬았다.
이어 “대구 경북행정통합 문제를 미리 일정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것은 공무원에 대해서 지시하는 것”이라며 “경상북도 산하 각종 기관 단체 출자 출연 기관에 대한 겁박이고 도민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밀어붙이기식 행정통합에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김 의원은 이날 10여분 이상 동안 행정통합에 대한 강한 어조로 조목조목 비판하면서 도민의 합의없이 이철우 지사 중심의 관(官)주도 방식에 강하게 비판했다.
김 의원은 “264만의 경상북도와 242만의 대구시가 합쳐 500만이 되면 하늘에서 감이라도 떨어집니까? 대구경북연구원에는 대구시와 경상북도가 함께 1년에 약 11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는데 대구경북연구원은 예산을 지원해 주는 대구시장과 경상북도지사가 의기투합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대구경북 통합론에 비위 맞추기 위해 전혀 검증되지 않은 온갖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대구경북 연구원이 통합의 선진사례로 제시한 오사카 시와 오사카 부의 통합은 주민투표에 의해 부결됐고, 경기도는 이미 수년전부터 남북 분도 또는 4개 권역 분도론(分道論)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우리가 그렇게도 인구 많아 부럽다고 생각하고 겨뤄보고 싶은 경기도는 왜 분도(分道) 논란이 계속되는 것입니까?”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 위원의 인선 문제를 거론하며 “경북위원 역시 상당수가 대구에 주소를 두고 있거나 대구에 소재한 직장을 두고 있는 인사들로 구성돼 있고, 지역적으로도 대구 인근 몇 개 시에 편중돼 있다. 거기에다 통합에 반대가 예상되는 시군의 인사는 철저하게 배재돼 있다”며 위원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꼬집었다.
답변에 나선 이철우 지사는 “지사직을 걸 것인가”라는 질문에 “어차피 대구경북통합하면 시도지사 한 사람 없어지고 한사람만 된다. 지사직에 연연해서는 (행정통합을)할 수 없다. 당장 시도지사 맘대로 하는 게 아니고 (행정통합하면)뭐가 좋은지 나쁜지 토론해 보자”며 지사직을 확고히 걸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앞서 지난 11월 3일 대구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행정통합 추진을 두고 “시도지사직을 걸고 행정통합을 추진할 것”을 촉구하고 나서 파장이 일었다.
대구경실련은 성명에서 “행정통합이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는 것을 시·도민에게 설득하려면 두 지자체장이 정치적 생명을 걸고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주민투표에서 (행정통합이) 부결될 경우 시장직과 지사직을 사퇴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한편 최근 일본 오사카시와 오사카 부 통합을 주도한 오사카 시장은 부결 직후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 지사 입장에선 통합의 동력이 될 걸로 판단한 오사카 사례가 부결로 끝나자, “시도지사직을 걸어야 한다”는 여론 탓에 정치적 부담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경북도 간부 공무원은 최근 “자칫 지사직을 걸겠다고 했다가 안 되면 이 지사의 정치적 생명이 끝날 수 있다”며 “행정통합을 강하게 추진하기에도 입장이 애매해질 수 있어 진퇴양난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