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소리만으로 용액 위에서 ‘미로’ 찾을 수 있다”
  • ▲ 비평형 화학반응계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을 불 논리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였다.ⓒ포스텍
    ▲ 비평형 화학반응계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과정을 불 논리로 해석할 수 있음을 보였다.ⓒ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총장 김무환) 화학과 김기문 교수(기초과학연구원(IBS) 복잡계 자기조립 연구단 단장)·첨단재료과학부 통합과정 최서연 씨 연구팀은 IBS 라훌 데브 뮤코파타야이(Rahul Dev Mukhopadhyay) 연구위원과 함께 빛과 소리에 의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혔다. 

    이를 색깔로 시각화하고, 용액 위에서 물체를 정밀하게 움직일 수 있음도 함께 선보였다.

    국제 학술지 ‘켐(Chem)’에 최근 게재된 이 연구성과는 생명체의 신호 처리 과정을 이해하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복잡하게 만들어진 우리의 몸 또한 빛·소리와 같은 외부의 자극을 인지하고, 그에 따라 반응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빛에 의해 바이올로젠(Viologen) 용액의 산화반응이 일어날 때, 소리를 함께 이용하면 화학반응을 선택적으로 조절할 수 있음을 보였다. 

    이 용액은 노란색을 띠다가 빛과 반응하면 초록색으로 바뀌는 성질이 있다. 여기에 빛을 쪼이는 영역과 소리를 조합하면,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이뤄진 동심원 패턴의 형성과 소멸을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다.

    연구팀은 용액 위에서 물체를 움직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페트리 접시 안의 용액에 작은 물체를 띄우고 레이저 포인터로 빛을 쏘면, 화학반응으로 인해 표면장력이 줄어들면서 순간적으로 용액이 흐름이 발생한다. 

    이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물체도 움직이게 된다. 소리를 활용하면 물체의 움직임을 더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미로찾기와 같은 복잡한 기능까지도 수행할 수 있다.

    이 연구성과는 자연과 같은 비평형 상태에서 빛과 소리를 이용해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힌 결과다. 

    연구에서 확인한 화학반응을 이진법의 불 논리(Boolean logic)로 해석함으로써 생명체의 복잡한 신호 처리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는 첫걸음이 될 연구로 주목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