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이온배터리, 꺼질 때까지 쓰면 수명 줄어든다
  •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 (포항공과대학교) 친환경소재대학원 배터리공학과 홍지현 교수 연구팀(KIST 전승윤 연구원, 임국현 박사)은 최근 성균관대 김종순 교수 연구팀과 리튬이온배터리의 사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새로운 열화 메커니즘을 발견했다. 

    이 연구는 에너지 소재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에너지 머티리얼즈(Advanced Energy Materials)’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전기자동차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리튬이온배터리는 니켈, 망간, 코발트로 이루어진 삼원계 양극재를 주로 사용한다. 

    최근 경제성을 높이기 위해 비싼 코발트 대신 니켈 함량을 높이는 추세지만, 니켈의 함량이 높아질수록 배터리의 수명이 빨리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그동안 배터리 성능 저하는 주로 과충전 과정에서 발생한다고 알려져 왔다. 하지만 안정적인 전압에서도 배터리 성능이 저하되는 현상은 설명하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배터리 방전(사용) 과정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배터리를 재충전하지 않고 오래 사용하는 경우 양극재 표면의 산소가 빠져나가는 '준-전환 반응(quasi-conversion reaction)’이 발생함을 발견했다. 

    이 반응은 배터리 방전과정 중 3V 근처에서 일어나며, 표면의 산소 일부가 리튬과 결합해 리튬산화물을 형성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리튬산화물은 배터리 내부의 전해질과 반응해 가스를 발생시키고 배터리 성능을 떨어뜨린다.

    특히, 니켈의 함량이 높을수록 이 현상이 더욱 심하게 나타났으며 연구팀은 배터리 대부분의 용량을 소진할 정도로 오래 사용하는 경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등 성능 저하가 가속화된다는 것도 확인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배터리 사용률을 최적화하는 것만으로도 배터리 수명을 크게 늘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 

    니켈의 함량이 90% 이상인 고니켈 배터리로 실험한 결과, 준-전환 반응이 발생할 때까지 사용한 배터리는 250회 사용 후 남은 용량이 3.8%에 불과했지만, 사용 정도를 조절한 배터리의 경우 300회 사용 후에도 73.4%의 용량을 유지했다.

    연구를 이끈 홍지현 교수는 “실제 배터리 사용 과정인 방전이 미치는 영향은 그간 간과됐다”며 “이번 연구는 더 오래 쓸 수 있는 배터리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개발 방향을 제시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산업통상자원부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산업혁신인재성장지원사업 (R&D, 배터리특성화대학원지원사업),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이차전지첨단전략 산업, 글로벌협력지원사업 및 수요기업 맞춤형 고출력축전지(슈퍼커패시터) 성능 고도화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