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에도 전문의 대거 초빙 등 ‘공백 최소화’ 노력섬 주민들 “기본에 충실한 의료원 감사하다”
  • ▲ 울릉군보건의료원 전경ⓒ뉴데일리
    ▲ 울릉군보건의료원 전경ⓒ뉴데일리
    “지방자치단체 보건의료원으로선 드물게 진료과목을 다양화 하고 농·어촌 필수 의료분야 공백 최소화를 위해 힘 써주셔서 감사하다. 이러한 의료원의 변화에는 12년째 사랑의 인술을 펼치고 있는 김영헌 원장님을 비롯한 의료진들의 헌신 덕분입니다”

    보건복지부가 공공보건의료법 12조에 따라 ‘의료취약지’로 지정한 인구 9000여 명의 조그마한 섬, 울릉도의 유일한 의료기관인 ‘경북 울릉군보건의료원’이 섬 주민과 관광객들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결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

    <뉴데일리>는 ‘국토 최동단의 먼 심해선 밖의 신비의 섬’ 울릉도서 지난 1963년 보건소로 개원한 후 현재까지 ‘섬 주민의 건강 증진과 의료서비스 향상’을 목표로 공공의료기관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울릉군 보건의료원을 들여다 봤다.

    -공보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 의료원으로 도약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육지 공공의료원에서도 어려운 전문의를 대거 채용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간 전문의가 없어 배를 타고 멀리 육지 병원을 다니던 주민들은 불편을 덜게 됐고, 특히 ‘소아청소년과’에는 30여 년 이상 풍부한 경력을 갖춘 여성 전문의가 부임하면서 지역의 학모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 밖에도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안과, 정형외과 등의 전문의를 초빙해 외래 진료의 체계를 강화하고, 응급실에도 전문의가 상주해 24시간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했다. 게다가 산부인과의 경우, 지난 2021년 11월 포항의료원과 순회진료 운영 업무협약을 체결해 월 1회 전문의 진료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주민들의 기대에 부흥해 실현 불가능할 것만 같던 전문의 채용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데는 김영헌 원장의 인적 네트워크 활용과 쉼 없이 발로 뛴 덕분이라는 분석이다.

    김 원장은 지난 1995년 4월부터 1997년 4월까지 공중보건의사로 근무하면서 울릉도와 첫 인연을 맺었고 2008년 보건의료원장으로 부임해 5년간 울릉의 의료시스템 정립에 앞장섰다.

    이후 그는 지원자가 없어 수년간 공석이었던 원장 자리를 2021년 다시 받아들였다. 세 번째 울릉도를 찾으면서 김 원장은 스스로 ‘울릉도 사람’임을 자처하며 남다른 각오를 다졌다. 이렇듯 울릉도와 각별한 인연을 맺은 김 원장은 사비를 털어 의사들만 가입할 수 있는 구인 사이트 등에 매주 채용공고를 내고 울릉의 열악한 사정을 호소했고, 관심을 보이는 전문의가 있으면 직접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 삼고초려로 설득하기도 했다.
  • ▲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 ⓒ울릉군
    ▲ 김영헌 울릉군보건의료원장 ⓒ울릉군
    -국내 유수의 대학병원·상급종합병원과 끊임없는 ‘네트워크’ 구축

    울릉군보건의료원은 현재까지 의료복지 향상을 위해 국내 유수의 의료기관들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환자 중심·미래형 의료서비스를 지속 확장해 나가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서울대학병원과 아주대학교병원, 강릉 아산병원 등 모두 18곳의 대형병원과 업무협약 및 양해각서를 체결해 응급환자 후송 및 신속한 진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반을 다졌다.

    이는 공중보건의 중심에서 전문의 중심의 의료 인력은 개선됐지만,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 속에 응급환자 후송 및 중증환자 응급처치 등 정확한 진료로 응급의료를 강화하고, 주민들의 질병예방 및 조기진단의 중요성을 깨닫고 미래를 위한 걸음을 내딛고자 노력한 성과로 평가된다.

    게다가 의료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의 안정적 건강관리를 위한 노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포항의료원 등과의 협약으로 의료혜택 부족을 해소하고 고령화에 따른 노인들의 의료비 부담 감소를 위해 2017년부터 ‘취약계층 의료안전망 구축사업’을 시행 중이다.

    울릉군보건의료원은 이에 안주하지 않고 의료 사각지대 해소와 군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공공의료의 본분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 ▲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울릉군
    ▲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진료에 매진하고 있다.ⓒ울릉군
    -섬 주민들이 체감한 변화, ‘기본에 충실한’ 보건의료원

    ‘양심 진료’, ‘투명경영’, ‘공익우선’ 이라는 원훈으로 지금껏 달려온 울릉군보건의료원에 대한 섬 주민들의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변화는 질 높은 의료 서비스 제공과 원활한 응급환자 후송체계 등 가시적 성과도 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친절한 원내 분위기 조성으로 기본에 충실한 작지만 강한 의료원”이라는 긍정적 평가다.

    실제 주민들은 ‘내과와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등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였다. 이는 복부초음파와 간초음파 등 다양한 건강검진 및 만성질환 고위험 군에 대한 조기 진단이 가능하고, 근·골격계 환자가 많은 농·어촌 현실을 감안해 진행하는 통증치료와 소아·청소년들의 질환에 대한 전문 진료가 이뤄짐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간 아이들이 중이염과 폐렴 등이 반복되는 양상을 보일 때면 어김없이 배를 타고 육지로 나가야 하는 실정이었지만, 전문의 선생님의 실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간단한 진료와 처방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해졌다”며 “사랑으로 아이들을 진료해 주시는 분을 오래도록 뵐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매주 의료원을 찾는 한 원로는 “수술 또는 위급 상황 발생 시 당연히 육지 대형병원으로 가야 하지만 중증환자들은 의료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와 친절함에 마음의 안정과 여유를 찾는다”면서 “도서벽지 외딴 섬에서 수고 해주시는 분들께 감사하다”고 전했다.

    -의료진 숙소 확충 및 생활복지 ‘향상’,,, 행정당국이 풀어야 할 숙제

    전국적으로 연봉 3~4억 원까지 제시해도 채용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놓인 전문의 수급 문제를 해결을 통해 울릉군보건의료원은 붕괴된 지역의료를 살려내는 성과를 거뒀다.

    국가의 기본 법칙인 헌법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해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명시했다. 국가가 병의 예방, 치료로 국민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분명히 밝혔지만 사립병원과 의사들은 수도권에 편중되는 현상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외딴 섬 울릉도에 ‘봉직의’로 채용된 이들이 자리에 오래 머무를 수 있도록 주거·복지 환경이라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울릉군보건의료원의 의료 인력들은 23세대에 불과한 숙소를 사용 중이다. 이마저도 10평 남짓의 협소한 환경에서 생활을 하는 실정이다.

    다행히 이들의 주거환경과 복지 향상을 위해 울릉군은 총 사업비 52억을 들여 ‘울릉읍 도동리 162-1번지’ 일대에 지상 5층(원룸 10세대, 가족룸 6세대) 숙소 건립을 진행 중이다.

    지역 사회단체 한 관계자는 “전문 의료진들이 뭐가 아쉬워 울릉도까지 와서 의술을 펼치겠냐”면서 “사명감 없이는 절대 하지 못할 일을 해주시는 분들을 위해 울릉군과 의회는 아낌없는 예산 지원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