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심비(價心比) 무너진 울릉도, ‘근본적 체질개선 필요’‘텃세인가, 상호 배려의 부재인가’... 인심 좋던 섬, 명성 되찾아야울릉도만의 ‘비싼 여객선 운임’, ‘고유 콘텐츠 부족’ 해결 시급
  • ▲ 울릉도 전경ⓒ뉴데일리 DB
    ▲ 울릉도 전경ⓒ뉴데일리 DB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지금 가는 길이 바른길 일까, 잘못 든 길일까. 민족의 섬 독도의 모도인 울릉도의 관광 정책과 현 주소는 어떤가. 바로 가고 있는 걸까”

    3,348개의 섬을 가진 세계 4위도서 국가 한국. 대부분의 섬은 고령화·저 출산에 따른 인구 감소로 인해 지역사회 소멸위기를 맞고 있다. 

    <뉴데일리>는 경북 유일의 유인 도서이자 독도와 함께 국토 수호의 최전선에서 140년 넘게 생존의 기로에서 변모해 가는 울릉도 관광의 현 주소와 대안을 짚어 봅니다.

    -지속되는 ‘불친절·바가지’ 논란... 가심비(價心比) 무너진 울릉도, ‘근본적 체질개선 필요’

    울릉도를 포함한 국내 주요 관광지들이 연이은 바가지요금과 불친절 논란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따라 소비자 불만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일부 업소의 영업 행태가 지역 전체 관광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업계 전반의 자정 노력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광은 차세대 성장 동력이다. 앞서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침체됐던 관광산업은 겨우 활기를 찾으면서 정상화 단계에 들어서는 추세다. 남한권 울릉군수는 취임 전부터 관광의 부흥을 강조하면서 ‘문화가 있는 친환경 섬(찾아오는 치유와 힐링센터 개설 등)’과 ‘관광과 경제성장 기반구축’의 공약을 내걸고 울릉공항 개항과 발맞춘 ‘100만 관광 시대’를 천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국민여행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여행의 만족도 조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는 ‘자연 경관’으로 89점을 차지했고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이 83점으로 뒤를 이었다.

    아울러 여행자들의 정보 획득 창구는 ‘과거 방문 경험’이 35.6%로 가장 높았고 주변인과 인터넷 사이트·모바일 앱 등이 각각 27.5%, 16.4%로 뒤를 이었다.

    조사 결과로 본다면 국내 여행지 중에서도 빼어난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섬이자 민족의 섬 독도인 울릉도는 점진적 상승세를 이어가야 하지만, 최근까지 되풀이되는 바가지요금, 불친절 등의 악순환으로 휴가철의 울릉도 관광업계에는 울상인 실정이다.

    이런 행위를 두고 업계에서는 ‘수급 원리’ 등의 이유로 옹호하지만 소비자들은 도저히 합리적인 설명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수준이라고 입을 모은다.

    울릉도를 매년 방문하는 동호인 A씨는 “한해 두해 문제가 아니다. 일부 업계 관계자들은 높은 물가를 이유로 관행이라 일컫지만 결국 관광 산업은 서서히 도태돼 스스로 자멸의 길로 빠질 것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돈 없어서 국내여행 간다는 말도 남의 일이 됐다. 오히려 돈이 없어서 해외여행 가서 대접 잘 받고 올 판이다”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지 못한다면, 단순한 가격 문제를 넘어 신뢰 붕괴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울릉군 행정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되풀이되는 만큼, 위생지도 점검·단속에 돌입도 좋지만 가이드라인 마련이나 모니터링 강화, 요식업계 식자재 공동구매 등 보다 적극적인 근본적 체질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텃세인가, 상호 배려의 부재인가’... 인심 좋던 섬, 명성 되찾아야

    ‘지역텃세’라는 말은 신중히 다뤄야 한다. 실제로는 외지인을 향한 공동체의 조심스러운 경계심이나 상호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갈등이 많다. 울릉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외부로부터 오는 영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모든 외지인에 대한 막연한 경계나 무조건적인 반감을 정당화 할 수는 없다. 이는 비단 울릉도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특정 지역에 이주하거나 정착하려는 사람이라면 어느 지역에서든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울릉도는 최근 한 여행 유튜버의 ‘비계 삼겹살’ 폭로를 비롯해 지난 3월, 한 유튜버와 일행의 ‘백반정식’ 논란과 이보다 앞서 2023년 울릉도의 관문 도동항 일대의 일부 식당서 ‘혼밥 거부’ 논란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매번 여론에 뭇매를 맞을 때면, 일부 지역민들은 “이주민들이 장사하는 식당만 그렇다”, “외지에서 들어와서 돈만 벌어 나가려는 속셈 부리다 전체가 욕 먹는다” 등의 편향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전문가들은 공동체 의식이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지역균형발전 학회 관계자는 “이주자는 지역의 문화를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반대로 토박이 주민도 변화와 외부의 다양성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섬이라는 공간이 갖는 고립감이 배타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하는 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명 ‘지역텃세’라는 프레임은 때로 현실을 단순화시키고 불필요한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정체성이 어우러져 살아가는 방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할 때다. 울릉도가 안고 있는 상처와 고유의 정체성을 이해함과 함께 균형 잡힌 시선과 따뜻한 배려, 진정한 공존으로 ‘다시 찾는 새 울릉’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다.
  • ▲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여행자·현지인 국내여행지 평가·추천’ 조사 ⓒ컨슈머인사이트 자료 갈무리
    ▲ 시장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여행자·현지인 국내여행지 평가·추천’ 조사 ⓒ컨슈머인사이트 자료 갈무리
    -울릉도만의 ‘비싼 여객선 운임’, ‘고유 콘텐츠 부족’ 해결 시급

    식당과 숙박시설 등의 논란은 지역민들이 상호 협력하면 충분히 개선 될 문제이다. 하지만 울릉도는 국내·외 관광지 중 ‘비싼 여객선표 값과  특화된 관광 콘텐츠 부족’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 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경제인협회가 발표한 ‘국내·해외여행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국내 여행의 전반적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8.3점으로 해외여행 8.7점보다 낮았다. 특히 국내 여행의 만족도가 낮은 가장 큰 이유로는 ‘관광지의 높은 물가’가 45.1%로 가장 높았고 ‘특색 있는 지역 관광 콘텐츠 부족’이 19.4%로 뒤를 이었다.

    한 예로, 전남도는 지난 2022년부터 ‘일반인 섬 여객선 반값 운임 지원 사업’을 펼쳐 관광자원이 풍부한 9개 항로의 수요가 늘면서 섬 주민의 관광 소득 창출과 여객선사 수익 개선 등 효과가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처럼 울릉도 역시 높은 물가 중에서도 ‘육지에서 울릉으로 오가는 여객선 운임이 차지하는 부담’이 가장 큰 것으로 평가됨에 따라 정부와 경북도 차원의 정책 개선이 요구된다.

    관광은 융복합 산업이다. 다양한 분야가 결합해 움직인다. 풍부한 콘텐츠와 편리한 인프라가 성공의 열쇠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인 ‘컨슈머인사이트’가 발표한 ‘여행자·현지인 국내여행지 평가·추천’ 조사에 따르면 울릉도는 ‘낚시’ 부문서 36%를 얻어 가장 높은 추천율을 기록했다.

    따라서 울릉군은 스토리텔링과 같이 다소 유리한 콘텐츠 개발에 주력하고 여행객의 눈높이에 맞는 상품 개발 등 다각적인 경영 마인드가 요구된다. 천혜의 관광자원만으로 경쟁력을 갖기는 한계가 있다.

    울릉군은 예산재원 확보를 위한 노력과 함께 관광 전문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정책을 시행을 위한 관련 공무원 국·내외 관광지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민간 주도적 사업을 발굴·시행함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관광지로 거듭나기 위한 숙제를 풀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