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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2 경북 상주·군위·의성·청송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자유한국당 김재원 후보가 당선됐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17·19대 총선에 이어 이번 재선거에서 당선되면서 마침내 3선 고지에 등정했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12일 자정을 넘겨 개표가 완료된 상황에서 득표율 47.5%(4만6022표)를 획득해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최대 경쟁 후보로 지목됐던 무소속 성윤환 후보는 득표율 28.7%(2만7819표)를 획득해 2위에 그쳤으며, 더불어민주당 김영태 후보가 17.6%, 바른정당 김진욱 후보가 5.2%로 각각 3, 4위로 뒤를 따랐다.
한국당 김재원 후보는 김종태 전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치러진 이번 재선거에서 초반부터 앞서나갔다. 군위·의성·청송의 3개 군(郡)에서는 이미 두 차례 국회의원을 지냈고, 연고가 없는 상주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 등을 지낸 인지도로 경쟁 후보들을 압도했다.
안동MBC·대구MBC가 여론조사전문기관 〈폴스미스〉에 의뢰해 지난 2~3일 설문을 거쳐 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김재원 후보의 지지율이 48.3%로 성윤환 후보(14.5%)는 물론 여타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계한 것을 웃도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이 여론조사와 관련해 기타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하지만 선거전 중후반부로 달려갈수록 판세가 심상치 않아졌다. 상주 출신 무소속 후보 2인이 6일 전격 단일화를 단행하면서, 선거구에 소(小)지역주의 분위기가 팽배하기 시작했다. 3개 군을 합친 것과 유권자 수가 비슷한 상주시에서의 소지역주의 양상은 의성군 출신인 김재원 후보에게 불리한 흐름이었다.
선거전 막판 한국당 소속 상주시의원 8명이 집단 탈당해 성윤환 후보 지지를 선언하자, 절대우세하던 선거전 판세가 박빙우세 내지 초박빙으로 흐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선거전 중반에 한 종합편성채널에 의해 보도된 이른바 '보좌진 급여 횡령 의혹'과 선거 초반부터 김재원 후보를 향해 집중 제기된 친박책임론도 악재였다.
김재원 후보는 선거운동과정에서 이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극복했다. 소지역주의에 대해서는 경북신도청·혁신도시 유치 등을 연신 실패한 상주의 정서를 파고들었다.
9일 서문사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김재원 후보는 "상주는 혁신도시 유치에도 실패하고, 경북신도청 유치에도 실패하고, 경마공원도 된다고 하더니 안 되는 등 그동안 너무 많은 실패를 했다"며 "김재원이 잠든 상주를 한 번 깨워보겠다고 두려운 마음으로, 당당한 마음으로 말씀드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힘있고 역량이 있으며 당선시 3선 의원이 될 자신만이 상주의 밀린 숙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탈당한 상주시의원들을 향해서도 11일 상주풍물시장 유세에서 "국회의원이 되면 일부 탈당한 시의원들을 전부 다시 복당을 받아들여 함께 정치적인 미래를 설계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상주 정치권을 화합으로 이끌겠다고 포용의 의사를 나타낸 것이다.
친박책임론에 대해서는 바짝 몸을 낮췄다. 11일 새벽 TBC대구방송을 통해 송출된 후보자 토론회에서 이를 지적하는 질문이 나오자, 김재원 후보는 "말씀이 뼈아프다"면서도 "한집안의 어머니가 앓아누워 있으면 병 수발도 들어야 하지만, 소를 키우고 동생들을 학교에 보낼 사람도 필요하다"고 항변했다.
다만 '보좌진 급여 횡령 의혹'에 대해서만큼은 시종 강경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도덕성과 관련된 악성 네거티브가 유포되는 것만큼은 좌시하지 않고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재원 후보는 9일 서문사거리 유세에서 "반드시 그분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절대로 용서하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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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재선거 당선으로 김재원 후보는 3선 의원이 됐다. 한국당의 정치적 '텃밭'으로 불리는 대구·경북을 연고로 하는 정치인 치고는 순탄치 못하고 온갖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3선 고지에 등정한 셈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선돼 처음 등원한 김재원 후보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가 이듬해 총선에서 친이(친이명박)계에 의해 낙천됐다.
당시 낙천된 친박계 의원들은 집단 탈당해 친박연대를 결성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결행했지만, 김재원 후보만은 공천에 승복하고 훌훌 외국으로 떠났다. 공천에 불복하고 탈당했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도 속고 국민도 속았다"고 토로해 분개한 지역 정서상 쉽게 재선될 수도 있었겠지만, 정치 이력에 탈당이라는 주홍글씨를 남기지 않으려 했던 소신이었다.
이러한 행보는 세상이 바뀌어 친박계가 득세하게 된 2012년에 들어와 높이 평가받았다. 이해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경북 군위·의성·청송에 공천돼 72.7%의 높은 득표율로 당선, 재선 의원이 된 뒤 원내수석부대표 등으로 맹활약을 펼쳤다.
이 때의 모습을 보면 김재원 후보를 이른바 진박(眞朴)으로 분류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김재원 후보는 당시 협상 파트너였던 민주당 안규백 원내수석과 각종 원내 현안을 융통성 있게 조율했다. 자신의 입장만 고집하는 것이 없이, 받을 것은 받고 내줄 것은 내주면서 협상해간 모습은 원내지도부의 모범 사례로 지금까지 회자되고 있다.
비박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강석호 전 최고위원도 지난 2일 의성장날 지원유세에서 김재원 후보를 가리켜 "진박이 아니다"라며 "융통성 있는 훌륭한 정치인"이라고 극찬했다. 당내 친박~비박은 물론 여야의 경계를 넘어 높은 평가를 받는 정치인으로 우뚝 섰다.
뜻밖의 암초에 걸린 것은 지난해 치러진 4·13 총선 때였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경북 의석 2석이 줄어들면서 상주와 군위·의성·청송 선거구가 통폐합됐는데, 상주 출신인 김종태 전 의원에게 여론조사 경선에서 밀렸다. 지난 9일 청송시장 유세에서 스스로 "무슨 도깨비가 잡아갔는지도 모르게 공천에서 떨어졌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이었다.
김재원 후보는 다시 한 차례 공천에 승복하고 깨끗하게 물러섰다. 이후 당청관계를 파탄낸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경질되자, 후임으로 청와대에 불려들어갔다.
김재원 후보는 청와대 정무수석 시절 당청 관계를 모범적으로 복원해냈다. 당시 집권여당의 원내대표로 당청간 소통의 상대였던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7~8개월 동안 손발을 맞추면서 단 한 차례도 언성을 높이는 일이 없었다"고 회상했다.
절치부심하던 김재원 후보는 이날 재선거에서 당선, 20대 국회에 늦깍이로 등원하며 마침내 3선 의원의 고지에 오르게 됐다.
출중한 역량에 어울리지 않는 김재원 후보의 정치적 부침에 대해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상주곶감 같다"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정진석 전 원내대표는 11일 상주풍물시장 유세에서 "상주곶감은 오랫동안 눈바람에 얼었다 녹았다 하는 정성을 쏟은 뒤에 만들어진다"며 "김재원 후보야말로 힘있는 자리에 갔다가 공천에도 떨어져보는 등 풍파를 겪으며 야무지게 단련된 정치인"이라고 지칭했다.
그러면서 "고난과 풍파를 겪어본 사람만이 인생의 역량을 키울 수 있고, 지혜를 드러낼 수 있는 법"이라며 "상주곶감 같다는 내 비유가 결코 틀리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