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치원 터에 최대 98명 규모 복지시설 추진되자 인근 주민들 집단 반발건축주가 제출한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두고 생색내기식 공고라며 비판동구청 “현행법상 설명회 의무 조항 없어…적법한 민간 건축 행위 제한 불가”
  • ▲ 율하동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지난 18일 동구청 청사 앞까지 찾아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뉴데일리
    ▲ 율하동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지난 18일 동구청 청사 앞까지 찾아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뉴데일리

    대구 동구 율하동의 한 폐원 유치원 부지에 대규모 민간 노인요양시설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인근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주민들은 건축주가 실질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건너뛴 채 사업을 밀어붙였다며 반발하는 반면, 허가권자인 동구청은 행정 절차상 법적인 문제가 없어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건축주와 주민 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인근 아파트 단지 주민들은 지난 18일 동구청 청사 앞까지 찾아가 대규모 집회를 열고 사업 추진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관련 자료 공개를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율하동 소재의 한 폐원 유치원 터를 노유자시설 용지로 변경해 지하 1층, 지상 5층, 입소 정원 최대 98명 규모의 민간 요양원을 건립하는 사업이다. 올해 1월 건축 허가를 받은 건축주는 지난 4월 착공해 오는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역 주민들의 분통을 터뜨린 것은 공사가 시작된 이후에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기존 교육시설 부지에 아이들을 위한 문화·편의시설이 들어설 것으로 기대했던 주민들은 대규모 복지시설 건립 계획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아파트 입주자 주민대표 류 모씨는 “사업자가 실질적인 주민설명회나 공청회 등 공개적인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사업을 추진했다”며 “구청이 ‘주민 수용성 확보’를 조건으로 내세웠다면 건축주가 주민들에게 사업 내용을 명확히 설명하고 의견을 구하는 공식 절차가 선행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민 체감상 현수막 몇 장과 언론 공고만으로 갈음한 이번 사업은 동네 주민들을 철저히 배제한 처사라는 반응이다.

  • ▲ 민간 노인요양시설은 인근 아파트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왼쪽이 공사가 진행중인 노인요양시설.ⓒ입주자대표회의
    ▲ 민간 노인요양시설은 인근 아파트에서 불과 10여m 떨어진 곳에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파트 왼쪽이 공사가 진행중인 노인요양시설.ⓒ입주자대표회의
    이에 대해 동구청은 민간 주체 간의 갈등 속에서 행정 처분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건축주가 현수막 게시, 언론 공고, 민원 대응 등을 진행한 뒤 관련 증빙을 담은 ‘주민 수용성 확보 방안’ 서류를 제출했고, 이를 확인해 허가를 내줬다는 입장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현행 법령상 주민설명회 개최는 의무사항이 아니다”라며 “건축주가 법에서 요구하는 절차와 서류를 모두 갖춘 만큼 적법한 민간 건축 행위를 행정기관이 임의로 제한하거나 중단시키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현재 주민들은 추가 자료 공개와 사업 추진 과정에 대한 검증을 요구하고 있으며, 동구청은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지자체와 주민간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번 사안은 초고령사회에 필요한 노인복지시설 확충이라는 공익적 필요성과 주민들의 알 권리 및 절차적 정당성 요구가 충돌하는 사례로, 향후 지역사회 내 갈등 조정과 주민 소통 방식에 대한 논의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