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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중반의 만학도가 대학원 시험에 합격하며 받은 ‘면학장학금’을 다른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기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주인공은 신현문(74·칠곡군 북삼읍) 씨로 18일 계명대학교 학위 수여식에서 자신이 받은 장학금 100만 원을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칠곡군 관계자에게 ‘호이장학금’으로 전달했다.
신 씨는 학사모를 쓰고 활짝 웃으며 “배고픔보다 배우지 못한 한이 더욱 큰 고통”이라며 “가난으로 배우지 못해 평생의 한을 갖는 분들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씨는 5년 전만 하더라도 초등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였다.
칠곡군 기산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장남으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간신히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부모님의 농사일을 도왔다.
중학교 진학을 하지 못했지만, 가난이 배움에 대한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친구들의 교과서와 노트를 빌려 독학을 하며 학업에 대한 열망을 채워 갔다.
30대에 접어들자 농촌 생활을 청산하고 대도시에서 사업에 도전해 성공한 사업가로 명성을 얻었으나 중국산 저가제품과 IMF로 인해 부도를 맞게 됐다.
예순을 넘기면서 상가임대사업으로 매월 고정수입이 발생하며 생활이 안정되자 그동안 못했던 공부에 대한 열정이 다시 샘솟았던 그는 “처음에는 이 나이에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망설였지만, 가족들의 격려와 평생토록 간직해온 배움의 한을 풀기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실천하며 도전하는 것이 노년을 건강하고 아름답게 보내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2016년 7개월간 고시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69세 나이로 중학교·고등학교 졸업 검정고시에 합격한 데 이어 대학수학능력시험에까지 도전 이듬해 계명대 역사학과에 입학했다.
신 씨의 대학생활은 꼬불꼬불한 영어보다 반백 년 나이 차이가 나는 동기들과 친목을 다지지 못해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그는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과 함께 어울리며 한 달에 백만 원 이상 사비를 들여 밥을 사주기 시작하자 학생들도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했다.
학생들 사이에서 말이 잘 통하는 밥 잘 사주는 착한 형, 오빠라고 불리기 시작했다.
학위 수여식에서도 학생들이 신 씨를 보자 “형 축하해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손을 맞잡았다.
평점 4.5점 만점에 3.8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그는 3월 계명대 일반대학원 역사학과에 진학한다.
신 씨는 “다른 학생들처럼 결혼 걱정과 이력서 쓸 일도 없으니 점수 욕심을 버렸지만, 동기들의 도움으로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게 됐다”며 “마지막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백선기 칠곡군수는 “신 씨의 기부는 금액을 떠나 그 어떤 기부보다 숭고하고 가치가 있다. 기부에 담긴 뜻이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한 호이장학금을 더욱 활성화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