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뇨장애 치료, 이제는 ‘맞춤 자극’ 시대...신경에 귀 기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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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구 관련 그림.ⓒ포스텍
POSTECH(포항공과대학교)·한양대 공동 연구팀은 신경이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외부 자극에 실제로 얼마나 반응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이 기술의 핵심은 ‘유발복합활동전위(이하 ECAP)’라는 생체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다.쉽게 말해, 신경에 전기 자극을 줄 때 신경의 반응을 신호로 듣고, 감지된 신경신호에 따라 자극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지휘자가 오케스트라의 미세한 음색 변화를 듣고 템포를 조율하듯, 신경 반응에 따라 ‘딱 맞는’ 자극을 줄 수 있게 된 셈이다.이를 통해 환자 개개인마다 각자의 신경 자극 정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여 개인에 알맞은 자극의 강도나 방식으로 배뇨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연구팀은 이를 구현하기 위해 몸속에 삽입할 수 있는 특수 전극을 포함한 소형기기를 개발했다. 해당 장치를 다리의 경골신경에 연결해 과민성 방광 증상을 보이는 동물 모델에 적용한 결과, 증상이 효과적으로 조절되는 것을 확인했다.기존에는 자극에 따라 발이 떨리는 정도를 관찰해 자극의 세기를 조절했다면, 이번 연구에서는 신경 자체의 반응 신호를 직접 측정함으로써 보다 정밀하게 자극을 조절하는데 성공했다.무엇보다 이 기술은 환자마다 다른 신경 상태에 맞춰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의료진이 경험을 통해 자극을 정성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환자 신경이 보내는 신호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가장 효과적인 자극 강도를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POSTECH IT융합공학과·기계공학과·전자전기공학과·융합대학원 박성민 교수는 “배뇨·배변 장애를 겪고 있는 환자들이 더 독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매우 실용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박성민 교수는 과거 글로벌 전자의료기기 선도기업인 메드트로닉(Medtronic)에서 MRI 환경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식형 심장박동기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신경조절 및 이식형 의료기기 분야에서의 경험을 쌓은 바 있다.박 교수는 ”ECAP 신호는 대부분의 말초신경에서 쉽게 측정할 수 있어 배뇨장애뿐 아니라 다양한 만성 신경질환 치료에도 널리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이어 “이러한 기술은 최근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다양한 신경조절술과도 잘 어울려, 실제 임상 적용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및소재원천기술개발사업, 미래유망융합기술파이오니어사업,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